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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우리집 선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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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선풍기 / 문용대

 

  그는 우리와 함께 지내다 36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우리는 결혼 후 1977년 초 살림을 시작할 때 S전기제품 선풍기 한 대를 샀다. 당시는 전압 110V를 사용할 때였는데 2000년대 들어서 220V와 혼용하다가 2005년부터 220V로만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110V용 우리 선풍기는 220V로 승압할 수 있는 전압조절기(트랜스‒trans)와 함께 사용해야만 한다. 요즘 선풍기에 비해 소리는 좀 시끄럽고 전압조절기를 사용해야하는 불편한 점이 있어도 속된 말로 바람은 끝내 준다. 10년, 20년, 아니 30년을 사용해도 고장이라는 걸 모른다. 여름 한철 유용하게 사용하고 다음해 여름이 되기까지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만 여름에 이만한 인기제품이 또 어디 있었던가.


   닦아서 넣어 두었다가 꺼내기를 몇 십 년 거듭했는지 색이 누렇게 변했다. 변색된 커버에 페인트칠을 얼마나 여러 번 했기에 커버 살이 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새끼손가락만큼 굵어졌다. 지금 서른다섯 살 된 딸보다 선풍기 나이가 더 많다고 나이 경쟁을 하곤 했다.


   그렇게 사용되던 선풍기를 지난 2013년, 36년을 사용하고 폐기했다. 그것도 고장 나서가 아니라 실수로 선풍기를 넘어뜨려 날개가 부러졌다. 날개는 구했지만 날개 축과 날개 구멍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버리게 되어 무척 아쉽다. 관리만 잘 했더라면 몇 년을 더 쓸 수 있었을 것인데……. 선풍기를 만들 때 도대체 몇 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지(내용연수가 몇 년인지) 그 제조사 S전기에 물어보고 싶다.


   사회복지사 대상 글쓰기강의에서 전진호강사가 한 말이 생각난다. 20년간 41만 킬로미터를 탄 자동차를 폐차하기 직전에 깨끗이 세차를 해서 차와의 “이별예식(폐차 식)”을 했다고 한다. 돼지머리 올리고 절이라도 했는지 궁금하다. 내가 그걸 알았으면 36년 사용한 선풍기와의 이별 식을 했을 텐데 못내 아쉽다. 12년간 22만 킬로미터를 탄 내 자동차를 폐차할 때는 그렇게 해야겠다.


   내가 쓰다가 넘어뜨려 버리게 된 선풍기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선풍기에 대한 시’ 한편을 싣는다.


〈반성 743〉/ 김영승


  키 작은 선풍기 그 건반 같은 하얀 스위치를 

  나는 그냥 발로 눌러 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선풍기의 자존심을 무척 상하게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나는 선풍기한테 미안했고 

 괴로웠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16층 건물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공장) 관리사무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 182개실에서 버려지는 것이 참 많다. 이면지는 물론이고 옷, 옷감용 두루마리 천, 실, 털실, 책 등 모두 새것이다. 이면지가 너무 아까워 그곳을 떠나서도 몇 해째 얻어다 썼다. 처음 옷감용 천과 털실을 집에 가져올 때는 ‘이걸 뭐하려 가져오느냐’고 하던 와이프가 천으로 옷을 만들고 보자기를 만든다. 등산복 천은 방수 천이라 산행 때 우비 겸 쓰라고 등산용 돗자리를 만들어 일행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털실로는 스웨터를 뜨개질해서 나와 사위들, 딸들, 손자들에게도 입혔다. 여러 해가 지난 요즘은 그 털실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중고 전기제품과 함께 선풍기도 많이 버려진다. 조금만 손을 보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왜 버리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키가 큰 것 두 대와 작은 것 한 대를 주어다 사무실과 집 거실에서 몇 년째 쓰고 있다. 가족에게 핀잔을 늘 들으면서도 어린 시절 지지리 못살았던 탓인지 쓸 수 있는데 버려져 있으면 아까워 주어 온다.


   2010년 수원 권선구 세류동에서 상가 빌딩관리 일을 한 적이 있다. 그곳은 사무실 이사가 잦았고, 또 망해서 나가는 회사도 있었다. 이사를 가건 망해서 가건 전화기, 전선, 랜선, 용지, 사무용품 심지어 공구류까지 버리고 간다. 보관하고 있던 그 사무용품을 몇 년 전까지 사용했다. 사무용품비를 그만큼 절약한 셈이다. 

 

   버려지는 물건은 결국 쓰레기로 처리하게 되는데 쓰레기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골칫거리이다. 우리 주위에 조그마한 것이라도 쓸 수 있는 것은 버리지 말고 쓰자. 쓰레기가 돈이다. 물건을 재활용하는 것은 자원과 비용을 절약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미래세대에 물려 줘야하는 자연환경도 보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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