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울보 매미의 비밀과 오덕(五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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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매미의 비밀과 오덕(五德) / 문용대
평소 생각해 본적이 없는 매미에 대해 뒤늦게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동호대교 북단 자전거쉼터를 출발해 경기도 남양주 퇴계원을 향하는 자전거길 왼쪽 길가에는 느티나무를 비롯해서 크고 작은 나무들과 달맞이꽃, 개망초, 들국화, 담장에는 능소화 등 갖가지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반대편 한강 쪽에는 수양버들이 바람에 한가롭다. 다행히 장마철인데도 비가 개고 구름이 끼어 대체로 덜 더운 날씨다. 잦았던 비가 그쳐서인지 매미 소리가 유난히 시끄럽다.
유년시절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면 누구나 매미채로 매미를 잡았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여름방학 숙제 물로 곤충채집은 늘 빠지지 않았다. 잠자리, 메뚜기, 귀뚜라미, 방아깨비, 여치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곤충은 매미다. 그런데 생각해 보지 않았던 매미에 대해 뒤늦게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매미는 전 세계 무려 2천5백~3천여 종이 있다는 것을 과연 누가 알고 있을까? 우리나라에만도 봄매미 털매미, 유지매미, 참매미, 말매미, 애매미, 쓰르라미, 깽깽매미, 늦털매미, 세모배매미, 소요산매미, 호좀매미 등 28종이 있다.
매미라고 이름 붙여진 것은 우는 소리가 ‘매암 매암’, ‘매앰 매앰’의 ‘매얌(소리)’에 ‘이(접미사)’가 붙어 ‘매야미’로, 다시 ‘매아미’로 바뀌었다가 ‘매미’가 됐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매미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13년에 한 번, 혹은 17년에 한 번 등장하는 주기적인 매미만 살고 있어서 사람들이 매미에 익숙하지 않다.
매미 중에 왕(?)매미가 있나보다. 멀리서 개짓는 소리가 나면 다른 개들도 짖어대듯이, 조용하다가 어디서 매미 한 마리가 울면 여러 마리가 덩달아 운다. 그러다가 한 마리가 그치면 언제 울었냐는 듯 모두 조용해진다.
암컷은 울지 않는다. 그래서 벙어리매미라고 한다. 수컷 매미는 노래하지 않고 왜 울기만 하는 걸까? 새들은 노래를 하는데 매미는 노래한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노래한다고 하지 않고 운다고 하는 사연이 분명 있다. 나무줄기 속에 낳아진 매미 알은 1∼2개월 만에 부화된 뒤, 땅에 떨어져 흙 틈새를 찾아 땅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7년 또는 13년간, 북아메리카지역에서는 17년간 땅 속에서 애벌레로 있다가 비로소 매미가 되는데 활동하는 기간이 기껏 15일, 길어야 1개월이다. 길게는 17년을 기다려 한 달을 살다가 생을 마감해야하는 시한부의 처절한 울음소리이지 결코 노래일 수 없다. 운다고 하는 표현에도 엄밀히 말하면 잘못이 있다.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배로 내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온 힘을 다해 몸을 비벼 소리를 낸다.
매미가 우는 것은 동료에게 자기의 존재를 알려 다른 수컷에게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고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또 암컷을 찾아 짝짓기를 해야 하는데 소리가 클수록 그녀(암컷)가 좋아한다고 하니 더 애절하게 우는 것이다. 천적인 새, 거미, 사마귀, 말벌 등에게 잡혀 먹히지 않으려는, 사활이 걸린 몸부림이기에 더 자지러지게 목청껏 울어대는 것이기도 하다. 매미는 다른 곤충들에게 습격당하기 일쑤이지 해치지 않는다. 사람에게도 한여름에 시끄러울 뿐 해치는 것은 없다. 오히려 친근한 곤충이다. 매미 소리를 들으면 시원해지는 것을 느낀다. 매미 없는 여름은 허전하고 삭막할 것이다.
매미에 대한 동양에서의 의미는 더 각별하다. 불교에서는 애벌레인 굼벵이가 허물을 벗고 매미가 되는 모습 때문에 ‘해탈’을 상징하고, 도교에서는 ‘재생’으로, 조선시대에는 덕이 많은 곤충으로 여겨져 왔다. 매미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참 많다.
중국 진나라 시인 육운(陸雲)은 매미야말로 다섯 가지의 덕(五德)을 갖추었다고 했으며, 조선왕조에서는 매미 오덕을 국가 관리들의 행동강령으로 삼았다. 즉,
첫째, 매미의 곧게 뻗은 입이 갓끈과 같아서 학문(學文)에 뜻을 둔 선비와 같고,
둘째, 사람이 힘들게 지은 곡식을 해치지 않으니 염치(廉恥)가 있으며,
셋째, 집을 짓지 않으니 욕심 없이 검소(儉素)하고,
넷째, 죽을 때를 알고 지키므로 신의(信義)가 있고,
다섯째, 깨끗한 이슬과 나무 수액만 먹고 살기에 청렴(淸廉)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임금이 평상복인 곤룡포를 입고 정무를 볼 때 머리에 썼던 관모(冠帽)는 날개 익(翼)에 매미 선(蟬)자를 써 ‘익선관(翼蟬冠)’ 이라 하는데, 매미가 나는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고, 신하들이 썼던 ‘오사모(烏紗帽)’는 매미가 펼친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관모(官帽)였다. 이는 다 매미의 오덕을 기리며 몸소 구현하라는 뜻이다. 매미를 대단히 기분 좋은 생물로 여겨 조선시대의 관리들이 쓰던 모자에 매미 날개 모양의 장식을 달아 왕과 신하가 사용하기도 했다.
다산 정약용은 소서팔사(消暑八事-더위를 식히는 여덟 가지 방법) 중 한 가지인 동림청선(東林聽蟬-동쪽 숲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들으며)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노을이 붉고 이슬이 발그레한 새벽하늘에
세상 고요한 수풀 속에서 첫 매미가 우네
괴로운 때를 다 보냈으니 이젠 세속이 아니지
둔한 근기를 깨끗이 벗었으니 곧 신선이라오
높이 날리는 오묘한 선율은 허공을 밟는 걸음인 듯
다시 뜯는 슬픈 가락은 골짜기를 내닫는 쪽배인 듯
석양이 되어서 들으니 그 울음이 새삼 좋구나
늙은 홰나무 그늘로 이 자리를 옮겨야겠노라”
석양이 되자 매미 소리 더욱 듣기 좋아 늙은 홰나무 밑으로 자리를 옮겨야겠다고 하는 구절에서 해질 무렵의 매미 소리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끼게 한다.
매미가 이런 곤충인줄 몰랐다. 그들 소리가 시끄러워도 좀 참자. 울어야 얼마나 오래 울겠는가. 더군다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연은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
'문학의 봄' 2017년 겨울호(제45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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