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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선상(船上)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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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상(船上) 도시락


  경남 고성군 삼산면 바닷가에 사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름 휴가때 내려오란다.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바다는 참 좋다. 넓게 펼쳐진 수평선과 파도소리, 바람소리가 좋고 냄새가 좋다. 파도쳐서 좋고 잔잔해서 좋고, 모래 빛이 아름다워 좋다. 바다는 그냥 바라만 봐도 마음이 편해지고 정화되는 느낌을 준다. 전남 여수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릴 적 향수가 남다르기에 동해나 서해보다 아기자기 작은 섬들로 펼쳐진 남해가 더 좋다.


  30여 년 전 여름, 경남 창원에 살 때 일이다. 직장 동료 12명이 경남 고성 하일면 바다에 갔다. 동갑내기 지방 여가수 박정현씨에게 미리 배 두 척을 준비해 주도록 부탁했다. 그는 ‘시들지 않는 꽃’과 지역 향토색이 강한 ‘동양의 나포리’ 등 많은 곡을 불렀고, 연예인협회 군지부장을 지내 그곳에서는 꽤 알려 진 인물이다. 우리 일행은 고성에 도착해 두 척의 배에 나눠 타고 바다 가운데로 갔다. 엔진을 끈 체 한가로이 배를 띄워 놓고 낚시질을 했다. 낚싯대도 없이 자세(낚싯줄을 감아 두는 기구)에 감긴 줄에 낚시를 열 개씩 매달아 낚시질을 했다. 여기저기서 ‘고기다’, ‘잡았다’, ‘올라온다’ 등 함성이 터진다.ㅡ 대부분 낚시 초보자들이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은 낚시 열 개에 볼락이라는 고기 열 마리가 한꺼번에 낚여 올라오기도 했으니 당연히 함성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신이 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낚아 올린 고기와 주문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잘 놀고 집에 돌아왔는데 정현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를 태우고 바다에 갔던 선장 두 분이 똑같이 병이 나서 삼천포 병원에 입원했단다. 그 말을 듣고 혹시 음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어 같이 갔던 동료들에게 전화를 했다. 약간의 배앓이를 했다는 사람이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는 도시락보다 갓 잡아 올린 물고기 회를 주로 먹었고, 선장 2명은 회보다 도시락을 먹었다. 도시락 속 계란 때문에 식중독을 앓게 된 것이다. 나는 다행히 계란을 전혀 먹지 않았다. 음식 중에 계란이 잘 상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모두가 낚시질에 도취돼 무더운 뙤약볕 배 위에 도시락을 몇 시간 방치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날 후에도 선장 두 분은 열흘 이상 입원 치료를 했단다. 우리에게 좋은 일 해주다가 자칫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30년이 더 지났는데 그 분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실까? 궁금해서 정현씨에게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는다. 혹시 돌아가신 건 아닐까? 지금 생각해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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