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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을 향한 갈망과 연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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情人을 향한 갈망과 戀歌

 

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사랑과 情人에 대한 애틋한 이야기는 무수히 널려있다.

인생은 어차피 사랑에서 출발되어지고, 사랑을 먹고, 사랑과 더불어 살아야만 하는 게 인생살이 이기 때문에, 사랑을 빼놓고는 인생을 논한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다.

오늘 마침 문학교실에서 戀歌와 哀歌. 悲歌에 대한 아주 흥미진진한 詩 文學강좌가 있었다.

국제문화 예술협회 金 仙박사께선 사전에 연가와 애가 등에 관한 좋은 시들을 골라 오시어 청강자들에게 매우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하시기도 하셨지만, 해박한 지식을 동원하여 시 한 편이 쓰여 지게 된 배경과 작가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심에는 깊은 감명을 느껴 보았다.

먼저 스페인의 천재적 민요시인인 가르사 로르카의 사랑이여! 라는 연가를 들어보자.

 

사랑이여!/ 가르사 로르카

 

오렌지 나무 밑에서

무명옷을 빨고 있네

눈빛은 초록색

목소리는 오랑캐꽃

 

아아!

오렌지 나무 밑의 사랑이여!

시냇물은

햇빛 가득히 흘러내리네

올리브 밭에서

참새한마리가 노래하고 있네

 

아아,

꽃이 핀

오렌지 나무 밑에서의 사랑이여!

롤라 아가씨가 비누를 다 쓰면은

꼬마 투우사들이 올 것이라네.

 

아아,

사랑이여

꽃이 핀 오렌지 나무 밑에서!

 

얼마나 그리움 가득한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인가!

연가는 이토록 목마르게 애타하며 그리워하는 사랑의 시어이자, 노래라고 한다면, 哀歌와 悲歌는 哀傷의 슬픔을 담고 있는 노래들이다.

엄격히 논하자면 애가와 비가(엘레지)는 구분되어져야 하겠지만, 거의 유사한 형태이기에 구분 없이 여기에 해당되는 시들을 함께 실어본다.

 

렌의 애가/ 모윤숙

사랑하는 자여!

잠들어갈 조용한 순간 나의 한탄의 전부는 그대였으며, 내 가슴속에서 솟아나는 기도의 전부도 그대를 위한 번뇌의 외침이었노라.

 

시몬

이렇게 밤이 깊었는데 나는 홀로 작은 책상을 마주앉아 이 밤을 새웁니다.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면 작고 큰 별들이 떨어졌다 모였다 그 찬란한 빛들이 어른거립니다. 세상은 어둡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위는 무한한 암흑 속에 꼭 파묻혔습니다. 이처럼 어두운 허공중에서 마치 나는 당신의 이야기 소리를 들으려는 듯이 조용히 꿇어앉았습니다. 광명한 밤하늘 저편으로부터 어둠을 멸하려는 순교자의 자세와 같이 당신은 지금 내 적막한 주위를 응시하고 서신 듯도 합니다. 이 침묵의 압박을 무엇으로 깨치리까? 밤바람이 주고 가는 멜로디가 잠깐 램프의 그늘을 흔들리게 합니다.

 

시몬!

당신이 좀 더 내게 가까이 계셨더면! 그리고 숭엄한 종소리를 함께 들으셨다면! 그러나 시몬! 당신은 너무 제게서 멀리멀리 계십니다. 내 창문은 너무 당신이 알지 못하는 곳에 세워져 있어요. 두 번째 종이 웁니다. 빈 벌판에 유랑의 나그네가 되어가던 카츄사의 애처러운 심정도 이 새벽종이 다시금 알려주는 아련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몬!

당신이 걸어주시고 가신 수정 십자가를 만져봅니다. 검은 구름이 가까운 하늘에 돌고 있습니다. 이제 창문을 닫습니다. 오늘밤 당신을 연상하므로 어두운 밤 시간을 행복으로 지냈습니다. 날이 오래지않아 밝아 올 테니 아름다운 수면으로 이 밤을 작별하소서!

 

이 시는 1960년대 말 대 히트를 쳤던 모윤숙 시인의 대표작이다.

모윤숙은 딸도 있던 상황에서 춘원 이광수를 연모하며 남긴 사랑의 노래라고 전한다.

이에 못지않은 오늘날 시 낭송가들이 애송하는 萬海한용운의 '님의 침묵'도 실상은 한 여인을 못 잊어 읊었던 시라면, 이 또한 情人에 대한 갈망이 절절히 묻어나는 시라 아니할 수 없다.

情人에 대한 갈망을 애절히 담고 있는 一葉스님과 노천명詩人도 자신들의 아픔을 노래한 시들이 있다.

일엽스님은 목사의 딸로써 출가하여 수덕사에 40년 이상 수도했던 유명한 여승이지만 그녀에게도 속세의 인연인 情人은 끝내 잊지 못했던 자신의 고뇌를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한번만이라도 사랑했던 남자 품에 안길 수 있었다면 여한이 없겠다”

참으로 자신에게 너무도 솔직한 고백 아닌가!

그녀는 속세의 아들하나가 있기도 했지만, 김우진(목포출신)이란 한 남성을 평생 가슴에 품었던 것이다.

일엽스님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시인이자, ‘청춘을 불사르고’라는 소설을 남기기도 했다.

노천명 역시 일엽이나 모윤숙과 흡사한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했던 여인이다.

그녀는 처자식이 있는 유부남애인을 무척이도 사랑했다.

그러나 애인이 북으로 떠나버리고 시집도 가지 못한 恨을 품은 체 43세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피를 토하며 생을 마감했던 비운의 시인이다.

두 사람의 시 한편씩을 들어보자.

 

고인의 속임수/일엽스님

 

고인의 속임수에

해매이고 고뇌 한이

예로부터 그 얼마련고

큰 웃음 한소리에

운리(雲裏)에 도화(桃花)가 만발하여

산과 들이 붉었네

 

비련 송(悲戀 頌)/노천명

 

하늘은 곱게 타고 양귀비는 피었어도

그대일래 서럽고 서러운 날들

사랑은 괴롭고 슬프기만 한 것인가!

 

사랑의 가는 길은 가시덤불고개

그 누구 이 고개를 눈물 없이 넘었던고

영웅도 호걸도 울고 넘는 이 고개

 

기어이 어긋나고 짓궂게 헤어지는

운명이 시기하는 야속한 이길

아름다운이 들의 눈물의 고개

 

영지 못엔 오늘도 탑 그림자 안비치고

아사달은 뉘를 찾아 못 속으로 드는 거며

구슬아기 아사녀의 이 한을 어찌 푸나

 

情人들의 애틋한 사연들은 어찌 이들 뿐이겠는가!

한때 우리나라 대표적 요정인 대원각을 운영했던 김 영한기생과 백석시인의 로맨스도 대단한 화제가 아닐 수 없었다.

김영한은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던 기생으로도 명성을 날렸지만, 그녀는 백석을 평생 잊지 못하고 거액을 쾌척하여 ‘백석문학상’을 제정하였는가 하면, 1천억 원 대의 재산을 무소유의

법정스님에게 헌납하여 서울과 남원에 실상사를 건립했던 할머니이기도 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영한은 열여섯 살에 집안이 몰락하자,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스스로 한성 기생 ''眞香''이 되었다.

가곡과 궁중무를 배워 권번 가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잡지에 수필을 발표하며 미모에 시와 글, 글씨, 그림, 춤, 노래 등 다재다능한 기생으로서 명성이 자자했다.

그녀가 어느 날 우연히 일본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함흥영생여고 영어교사로 있던 시인 백석을 만났다.

백석은 첫 만남에서 그녀의 손을 잡고 이렇게 다짐했다고 한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이별은 없을 것이라고ㅡ”

하지만 백석 집안에서 아들이 기생에게 빠져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다른 여자와 결혼을 시키게 된다.

그러나 결혼식 날 밤, 집을 빠져 나온 백석은 영한에게 달려와 만주로 도망치자고 설득하지만.... 영한이 거절하자 백석은 1939년 홀로 만주로 떠나게 된다.

이것이 두 사람 사이에 영원한 이별ㅡ

백석은 만주를 유랑한 뒤에.,. 광복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서로는 만날 수 없는 영영 이별로 이어지고 만다.

백석이 김 영한 할머니에게 써주었다는 시 한편이 전해지고 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 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죽음이 갈라놓을 찌라도 이별은 없을 것>이란 다짐과 맹세도, 인생 운명 길은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는 길 아니던가!

會者定離란 말이 있듯이 만났다 헤어지는 게 인생살이의 순환법칙이다.

지극히 사랑하는 관계라 할지라도 영원히 지속되기는 어려운 법이며, 언젠가는 해어지는 이별이 있고, 해어짐은 또한 가슴 아픈 사연들로 남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사랑에는 정상적인 원만스런 알콩달콩한 사랑이 있는가하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몸부림치며 고통을 겪기도 하고, 상처 때문에 처절한 아픔으로 이어지는 게 대부분 哀歌이거나 悲歌라고 생각되어진다.

사랑은 원래 달콤한 유혹을 동반하고 나타나기 마련이다.

태초의 에덴동산의 失 樂園사건도 어쩌면 그런 사랑의 유혹일거라 믿어본다.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따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는 냉엄한 경고 앞에서도 생명을 각오하고라도 따먹을 수 있는 유혹.....그건 오직 <사랑의 유혹>뿐이겠기 때문이다.

성서의 기록 자체가 사랑의 유혹일 수밖에 없다는 확신으로 다가온다.

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 나무의 열매인 선악과는 보암직하고, 먹음직하며, 탐스러운 과일인데 그걸 따먹고서 하체를 가렸다는 기록이 해괴하지 않는가?

어찌하여 부끄러움을 느끼고 하체를 가려야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각설하고 다시 멋진 哀歌 두 편을 더들어보자.

 

장미자국/미스트

 

그이가 다른 사람과

가는걸 보았다

바람은 언제나 달콤하고

길은 언제나 정적.

 

그이가 가는걸 보니

가엾은 눈이여

화원으로 가서 그이는

그 사람을 사랑했다.

아가위가 피었고

노래가 간다.

 

화원으로 가서 그이는

그 사람을 사랑했다.

모랫가 가까이서 그이는

그 사람에게 키스했다.

 

레몬 같은 달이

파도사이서 장난했다.

널브러지는 바다를

나의 피는 물들이지 않았다.

 

그이는 영원히

그 사람의 곁에 있다.

달콤한 하늘이 있겠지

(신은 침묵을 지키고)

그이는 영원히

그 사람의 곁에 있다.

 

내가 죽거든/크리스티나 로제티

 

내가 죽거든 사랑하는 이여

내게 슬픈 노래를 부르지 마세요

머리맡에 장미도 심지 말고

그늘진 삼나무도 심지 마세요

내 위의 푸른 풀 푸르게 두고

비 맞아 이슬방울 젓게 하세요

 

생각이 나시면 기억 하시고

잊고 싶거든 잊어주세요

나는 그늘도 보지 못할거예요

비도 느끼지 못할 거예요

나이팅게일(두견새)이 고통스럽게 울어도

나는 듣지 못할 거예요

 

해가 뜨고 지는 일 없는

희미한 어둠속에서 꿈을 꾸며

어쩌면 나는 기억할거예요

어쩌면 나는 잊을 거예요

 

그곳은 넘쳐흐르는

사랑의 영혼이 깃 들이고 만나는 곳

갈증에 찬 동경의 눈이

들여보내지만 다시는 내보내지 않는

무거운 문을 지켜보는 곳 이예요

 

그러나 꿈속에서 내게로 와요

내 생명을 차가운 죽음을 통해

다시 일으킬 수 있도록

꿈속에서 내게로 와요

맥박에 맥박을 맞추고

숨결에 숨결을 합칠 수 있도록

나지막히 말해요

 

그리고 낮게 기대요, 예전처럼

얼마나 오래된 그 옛날 인가요

나의 연인이여!

 

前者의 哀歌는 자신이 사랑하는 애인이 다른 여인과 사랑관계가 이루어짐에 대한 아픔을 보여주고 있는가 하면, 後者의 경우는 사랑하는 연인사이에 자신이 먼저 죽거든 어찌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담은 사랑고백이며 멋진 哀歌 아닌가 싶다.

후자의 크리스티나 로제티는 우리 노천명시인과 너무도 흡사한 시인 같기도 하다.

시인들은 情人에 대한 갈망과 사랑이며 아픔을 이렇듯 멋지게 남겨놓은걸 보면, 역시 <인생은 짧고 예술은 오래도록 남는 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글을 남기고 간 시인들이 어떤 사랑 속에서 정인과의 깊은 관계를 가졌던가에 대해서는 불륜이니, 로맨스니 하는 뒷말과 평가들이 있는 건 사실이나, 문학을 공부하는 문학도의 입장에선 우선 순수한 글속에 나타난 그 매력에 흠뻑 취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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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이봉배님의 댓글

늦깎이 고딩때 국어 선생님의 김소월의 시 초혼을 읇조리며 그의 사랑과

시의 배경을 설명하는데 너무나 감칠맛 나게 설명 하셔서 그여운으로 뻐스

안에서 혼자 눈물을 훔치던 생각이 납니다, 시의 세계는 알듯 모를듯 그러나

되풀이 해서 읽다 보면 무언가 마음속의 느낌이 시와 일체감을 이루는듯---

 

모처럼 해석을 겸한 장문의 시를 잘 감상 하였습니다.

최이덕님의 댓글

가슴 뭉클해지는 아름다운 시를 많이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랫만에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20대에 모윤숙의 "랜의애가"를 읽고 너무 너무 감동을 받았던 시절이 다시 생각이 납니다.

가끔 좋은 시들을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항상 강건하세요.

이창배님의 댓글

이루어 질수없는 애절한 사랑 슬픈사랑은 타락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봅니다

남여간의 사랑은 일대 일의 사랑이지 삼각관계 이상이 아닙니다

 

타락이 성장하여 하나님의 허락하에 일대 일 사랑으로 출발하지 못하고

천사장 해와 아담의 삼각관계로 출발한 것이잖아요

내 남편 내 아내외에는 남자 여자로 보지 말고 부모 형제 자매 가족으로 봐야합니다

내가족만 가족이 아니라 지구촌 모두를 가족으로 느끼고 생각할때 천국이 되겠지요

정해관님의 댓글

    정주성(定州城)     - 백석

山턱 원두막은 뷔었나 불빛이 외롭다

헌겊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리 조을든 문허진 城터

반딧불이 난다 파란 魂들 같다

어데서 말 있는 듯이 크다란 山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城門이

한울빛같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훌륭한 시문학 강좌를 잘 감상합니다.

백석과 김영한의 길상사 얘기는 항상 들어도 큰 감동을 줍니다.

특히 백석은 우리 통일가의 영원한 본향 정주 출신으로, 위와 같이 <정주성>을 아름다운 시로 홍보하기도 하였네요. 향토색 짙은 순수 우리말을 감칠맛 나게 읊은 그의 다른 시들도 소개해 주시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조항삼님의 댓글

시문학에 입문도 못했지만 잠시 나름대로의 감상적인 매혹에

심취하게 되는군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이란 애틋한 연민과 가혹한 애절함이

심금을 울리는 것은 대동소이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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