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거침없는 흥행…다시 부는 이순신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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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거침없는 흥행…다시 부는 이순신 열풍
불신 빠진 대한민국 ‘살신성인 리더십’ 갈망
세월호 참사로 무능정부에 절망 ‘충무공의 무한책임’ 위로 받아
일일 관객수 100만 돌파 ‘신기록’…관련 서적도 작년의 배이상 팔려
고작 13척의 전함을 거느린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 앞에 일본 수군 대함대가 새까맣게 몰려들었다. 죽음이 두려운 사람 누구라도 진작 배를 버리고 달아났을 상황이다. 하지만 충무공은 결연히 맞섰다. ‘사즉생(死卽生)’. 죽음에 대한 공포가 불굴의 용기로 바뀌는 순간이다. 처음엔 충무공을 불신하던 부하들도 하나둘 죽기를 각오했다.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대승리는 이렇게 이뤄졌다. 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인 1597년 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 울돌목에서 벌어진 사건은 그렇게 ‘전설’이 돼 오늘날까지 ‘신화’로 남았다.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의 돌풍과 더불어 충무공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세월호 사건 때 선원과 해경 누구 하나 목숨을 걸고 승객 구조에 나서지 않은 현실에 절망한 대중이 나라와 국민 앞에 ‘무한책임’을 지려 한 충무공을 통해 위안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일 관객 100만명 시대 열어
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명량’은 전날인 2일 전국 상영관에 총 122만9016명의 관객이 몰려 일일 관객수 최다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는 2011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3’의 95만6500명이 가장 많았다.
‘명량’의 위세는 개봉일부터 대단했다. 상영 첫날 68만명 이상을 동원해 개봉일 최다 관객수 기록과 평일 최다 관객수 기록을 둘 다 새로 썼다. 역대 최단 기간 200만명 돌파와 300만명 돌파 기록 역시 각각 하루씩 앞당겼다. 2014년 개봉 영화 중 처음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하는 건 시간문제란 관측이다. 한국영화로는 ‘실미도’(2003), ‘광해’(2012), ‘7번방의 선물’(2013), ‘변호인’(2013) 등에 이어 열 번째가 된다.
‘이순신 신드롬’은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충무공이 쓴 ‘난중일기’를 비롯해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 ‘임진왜란’ 등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중이다. 대형서점 관계자는 “이순신 관련 책 판매량이 201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가량 늘었다”고 소개했다.
<불멸의 영웅>
영웅의 위대한 풍모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다. 적조차 고개를 숙이고 경외한다. 영웅 이순신이 그런 존재였다. 일본 명장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한산대첩에서 패한 후 엿새 동안 곡기를 끊었다. 두려움에 떨려 도저히 음식을 넘길 수 없었던 까닭이다. 수천 군사로 수만의 조선 육군을 격파한 사무라이였지만 불멸의 영웅 앞에선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와키자카는 진중일기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 ‘내가 제일로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순신이며, 가장 미운 사람도 이순신이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이순신이고, 가장 숭모하는 사람도 이순신이다.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 역시 이순신이지만 가장 차를 함께 마시고 싶은 이도 바로 이순신이다.’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은 쓰시마해전을 앞두고 이순신의 기록을 낱낱이 읽었다. 이순신의 전승지를 여러 번 직접 답사하기까지 했다. 해전이 있기 전날 밤에는 함대의 신사에 이순신을 모시고 승전을 빌었다. 그는 다음날 이순신의 학익진을 응용한 정자진으로 러시아 발트함대를 궤멸했다. 전쟁이 끝난 후 도고는 주위에서 자신의 승전을 이순신에 빗대자 손사래를 쳤다. “저의 공로는 영국의 넬슨 제독과는 비교할 수 있으나 이순신 제독에는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는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군신(軍神)입니다.”
이순신을 전쟁의 신으로 만든 힘은 다름 아닌 ‘불멸의 애국혼’이었다. 이순신은 7년의 긴 전쟁기간에 허리에 차고 있던 불편한 전대를 한 번도 풀지 않았다. 한시도 활을 손에서 놓지 않고 천 번이고 시위를 당겼다. 무거운 피로와 병마가 육신을 덮쳤으나 “장수된 자는 죽지 않고는 눕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영웅 이순신이 400여년 만에 부활했다는 소식이다. 그의 위업을 그린 영화 ‘명량’이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 관객수가 100만명을 훌쩍 넘었고 개봉 6일 만에 누적 관객이 500만명을 돌파했다. 고작 13척의 전함으로 적선 330척을 무너뜨린 명량의 회오리 물결이 국민적 감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순신은 문서에 결재할 때 반드시 ‘일심(一心)’이라고 서명했다. 나라를 위해 오직 한 마음으로 일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지역으로 이념으로 당파로 국론이 찢어진 오늘 우리에게 과연 일심이 있기는 한가. 스크린 밖의 거센 물살이 대한민국호의 뱃전을 친다.
배연국 논설위원 <세계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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