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보다 무서운 저출산 ---황종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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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북핵보다 무서운 저출산
공동체 생각하는 결혼관 중요
딸·아들 구분 않고 둘은 낳아야
딸·아들 구분 않고 둘은 낳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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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논설위원
혼사 초대가 이어진다. 선남선녀로서야 일생 최고의 추억을 미룰 수는 없을 터이다. 성미 급한 놈 속 터져 죽기 쉽고, 명 짧은 사람 숨 넘어가기 딱 알맞은 디지털 시대를 사는 한국인이 아닌가. 그것도 피끓는 청춘이다. 더구나 올 음력 5월은 윤달이었다. 예식을 미룬 집도 없지 않을 터이다. 이쯤 되면 보내는 이의 이름마저 감감한 청첩장일지언정 고지서 대하듯 무겁게 받을 일만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아쉬움이 있다. 결혼식을 지켜보면 틀에 박힌 이벤트성 행사로 진행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적잖은 하객은 축의금만 낸 뒤 식장에는 들르지도 않고 곧장 식당으로 간다. 결혼을 축하하러 온 것인지 아니면 한 끼 식사를 해결하러 들른 것인지 모르겠다. 과다혼수 등 왜곡된 결혼문화를 고쳐야 할 게 많지만 ‘눈도장’만 찍은 뒤 ‘밥’부터 찾는 본말전도는 생각해 볼 일이다. 하긴 ‘나와 우리 가문 이 정도야…’라는 식의 과시용으로 갑남을녀를 몽땅 초대해 북적대는 분위기에서 차분하고 진지한 결혼식은 애시당초 어렵기는 하다.
정작 무게중심을 둬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신랑신부가 결혼의 가치를 깊게 깨닫도록 돕는 데 있다고 하겠다. 혼사 전 부모의 가르침이 선행돼야겠지만, 주례 역할이 중요하다. 가정 화목과 자녀 출산·육아, 어른 모시기 등에 관해 준비된 주례사를 해야 한다. 현실은 어떤가. 양가 부모와 인사도 없이 당일 속성으로 진행되는 주례사는 신랑신부 집안에 대한 찬사에 치우치고 자기 자랑을 하는 등 알맹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인생 선배로서 너무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으면서 함축된 의미로 삶의 지혜를 알려 주는 주례사를 기대하는 게 지나친 욕심일까.
오늘날의 서양식 결혼이 이 땅에서 처음 치러진 것은 1893년으로 전해진다. 이듬해 있은 갑오개혁으로 우리의 전통적인 결혼예법은 과거와 전혀 달라지게 됐다. 양반과 상민 간 결혼을 금지했던 ‘존비불혼(尊卑不婚)령’이 철폐되고 과부의 개가가 허용된 점 등이 두드러졌다. 전통예식이든 서양식 결혼이든 남녀가 만나 혼례를 치르는 뜻을 되새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참으로 인상적이었던 어느 결혼식장 풍경을 보자. 주례사가 끝나고 친정어머니가 앞으로 나왔다. 엄마가 임신 때부터 탄생과 성장에 얽힌 깊은 이야기를 써내려간 일기를 신부인 딸에게 선물하는 차례였다. 엄마는 덧붙였다. 30년 가까운 정성 어린 일기처럼 딸이 사랑의 결실인 아이들을 낳고 보살펴 다복한 가운데 시댁과 세상에 기쁨을 주길 바란다는 간절한 바람이었다. 친정엄마의 진솔한 말에 결혼식장은 울음바다가 됐고, 하객들은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결혼식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처럼 결혼식이 가슴 뿌듯하게 치러질 수는 없을까. 가능하다. 결혼식의 주요 구성원들이 노력하기에 달렸다. 그렇다. 결혼은 참된 사랑에 바탕해 자녀를 두고 부부해로의 애틋한 정을 느끼며 이웃 등 공동체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요청된다.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해결책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한국사회의 큰 관심은 낮은 출산율이다. 한 사회가 인구를 적정 수준 유지하려면 한 부부당 출산율이 2.1명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인 1.19명이다. 미국 2.1명, 프랑스 2.02명에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3명에도 훨씬 못 미친다. 저출산율의 영향력은 성장잠재력 둔화 및 현역 군인 충원율 감소 등 경제·안보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 존립 자체를 우려케 한다. 오죽하면 “북한 핵보다 더 무서운 게 저출산”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국가적 재앙인 저출산은 결혼과 적정 출산 장려책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낳기만 해라. 나라가 다 먹이고, 가르치고, 키워준다’는 식의 정부의 정책 전환이 중요하다. 하지만 ‘딸·아들 구분 않고 둘은 낳아 기른다’는 신랑신부의 인생설계가 더 크게 요청된다. 사리가 이렇기에 가정 출발의 첫 단추인 결혼이 중요하다. 축복받는 결혼식을 한 뒤 내년 봄, 아니 일 년 내내 배부른 여성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황종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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