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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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와 인간
잉카라는 이름의 새가 1918년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죽었다. 황금빛 머리, 에메랄드 녹색의 깃털로 치장한 잉카는 지구상에 마지막 남아 있던 캐롤라이나 쇠앵무새였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 따르면 이 쇠앵무새는 북미권 조류 가운데 가장 놀랍고 아름다운 새였다. 개체 수도 많아 18, 19세기에는 구름처럼 몰려다녔다고 한다. 그래도 인간의 무차별 총질에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이 쇠앵무새에 귀책 사유가 있긴 했다. 가족애, 동료애가 유난했던 것이다. 이들은 총성에 놀라 도망쳤다가도 죽은 동료에게 되돌아오는 이상한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사냥이 손쉬울밖에. 19세기 생물학자 찰스 윌슨 필은 ‘아메리카의 조류학’에 이렇게 기록했다.
“산탄총을 쏠 때마다 많은 새가 떨어졌지만 살아남은 새들의 애정은 더욱 커져만 가는 모양이었다. 주변을 몇 바퀴 돌고 나서는 다시 내 옆으로 내려앉아 동정과 우려의 표정으로 죽은 동료들을 내려다봤다.”
오늘날의 생태계에도 사회성 탓에 멸종이 가속될까 봐 극도의 우려를 사는 존재가 있다. 바로 고래다. 요주의 지역은 호주 바닷가다. 수백마리씩 죽는 참사가 다반사로 발생한다. 떼죽음의 이유는 뭘까. ‘고래 엄마’로 통하는 40대 해양생물학자 로즈메리 게일즈 박사 등은 곤경에 처한 가족, 동료를 구하려는 습성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기후영향설 등 다른 가설도 많지만 게일즈 박사를 편드는 이가 제법 많다. 인간적 관점에 끌리는 탓일 게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나부터 살고 보자’는 극단의 이기심이 판치는 국내 금융시장 풍속도를 씁쓸하게 되돌아보게 된다. 작금의 세태가 캐롤라이나 쇠앵무새나 길잡이 고래에게 과연 어떻게 비칠까. 인간은 ‘멸종한 새’나 ‘떼죽음 고래’와는 다르다고 자위하면 그만인가. 어느 쪽이 더 인간적인가.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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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개
정해관님의 댓글
고래 150마리 ‘안타까운 죽음’
호주 해안 헬기 정찰 중 발견.. 11마리는 구출.
길잡이 고래(Pilot whale) 150여 마리가 최근 호주 남부 해안에서 암초 해역에서 부상 당한 동료 고래의 울음소리를 듣고 몰려 들었다가 떼죽음을 당했다고 AP통신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호주 남부 태즈메니아섬 북서쪽 해안은 울퉁불퉁한 바위들 천지여서 피해 규모가 더욱 컸는데, 이들 길잡이 고래들이 암초에 갇힌 동료 고래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위험한 암초지대로 몰려갔다가 참사를 당했다는 것이다. 태즈메니아 국립공원 관계자는 이날 “길잡이 고래들이 섬 북서쪽 샌디 케이프 근처에서 암초에 갇힌 것을 공중 정찰 도중 확인하고 급히 달려가 필사적으로 구조했으나 모두 숨졌다”며 “모래 해변 지역이 아니라 바위 투성이의 암초 해역이라서 일단 고래들이 갇히면 죽기가 쉽다”고 말했다.
공원 대변인 와윅 브레넌은 “보트를 타고 나가 암초 지대로 접근하려는 고래 30여 마리를 바다 쪽으로 몰아 냈다”며 “이들은 암초에 부딛혀 부상당한 동료 고래의 비명을 듣고 위험을 무릅쓴 채 암초를 향해 달려온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암초에 갇힌 고래들이 처음 발견된 건 일주일 전. 국립공원 헬기 정찰대가 암초에 갇힌 고래 60여 마리를 발견, 지상 요원들에게 연락한 덕분에 11마리를 구출해 낼 수 있었으나 얼마되지 않아 또 다른 동료들이 몰려 왔다.
길잡이 고래들은 남극으로 오가는 길목인 태즈메니아섬 해안 지역에서 종종 암초에 갇히는 일이 있다. 바다 속을 유영하는 이들이 왜 암초지대로 향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과정에서 부상당한 고래의 울부짖는 소리가 다른 동료 고래들까지 유인해 ‘떼죽음’을 가져온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조남규 기자 [세계일보 2008.12.02.P13]
호주 해안 헬기 정찰 중 발견.. 11마리는 구출.
길잡이 고래(Pilot whale) 150여 마리가 최근 호주 남부 해안에서 암초 해역에서 부상 당한 동료 고래의 울음소리를 듣고 몰려 들었다가 떼죽음을 당했다고 AP통신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호주 남부 태즈메니아섬 북서쪽 해안은 울퉁불퉁한 바위들 천지여서 피해 규모가 더욱 컸는데, 이들 길잡이 고래들이 암초에 갇힌 동료 고래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위험한 암초지대로 몰려갔다가 참사를 당했다는 것이다. 태즈메니아 국립공원 관계자는 이날 “길잡이 고래들이 섬 북서쪽 샌디 케이프 근처에서 암초에 갇힌 것을 공중 정찰 도중 확인하고 급히 달려가 필사적으로 구조했으나 모두 숨졌다”며 “모래 해변 지역이 아니라 바위 투성이의 암초 해역이라서 일단 고래들이 갇히면 죽기가 쉽다”고 말했다.
공원 대변인 와윅 브레넌은 “보트를 타고 나가 암초 지대로 접근하려는 고래 30여 마리를 바다 쪽으로 몰아 냈다”며 “이들은 암초에 부딛혀 부상당한 동료 고래의 비명을 듣고 위험을 무릅쓴 채 암초를 향해 달려온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암초에 갇힌 고래들이 처음 발견된 건 일주일 전. 국립공원 헬기 정찰대가 암초에 갇힌 고래 60여 마리를 발견, 지상 요원들에게 연락한 덕분에 11마리를 구출해 낼 수 있었으나 얼마되지 않아 또 다른 동료들이 몰려 왔다.
길잡이 고래들은 남극으로 오가는 길목인 태즈메니아섬 해안 지역에서 종종 암초에 갇히는 일이 있다. 바다 속을 유영하는 이들이 왜 암초지대로 향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과정에서 부상당한 고래의 울부짖는 소리가 다른 동료 고래들까지 유인해 ‘떼죽음’을 가져온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조남규 기자 [세계일보 2008.12.02.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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