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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그 때인줄 알아! 까불지마 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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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참 쏜살 같이 흘러도 가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세월이 쏜살같음과 같이 세월의 무게도 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 어릴 적에 힘으로 하는 게임이나 끈기로 하는 게임에는

동네에서는 가히 적수가 없었고 40대쯤 까지도 벼 한가마니 정도는

거뜬히 지고 다니기도 했는데.............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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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우연찮게 쌀 반 가마(40키로)를 옮겨줄 일이 생겨서

어깨에 메려고 들어 올리는데 아니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쌀 반가마가 80키로나 나가는 것 같다니.......

 

쌀가마 속에 돌이라도 넣었는지 왜 이리도 무거운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요.

낑낑 대는 모습을 슬며시 바라보면서

멍청하긴 지금이 그 때인 줄 알아 까불지 마 다쳐하면서 애처로운 눈길을 보내고 있는

아주 잘 생기고 힘도 쌜 것 같은 훤칠한 젊은이가 위로라도 하듯이 내려다보네요.

 

아니 이까짓 쌀 반 가마도 못 메고 갈 것 같아라고 하면서 다시 힘을 써보지만

역시나 역부족이네요.

그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넌 늙었단 말이야라고 하면서 조용히 사라지는 청년을

바라보니 아니 젊었을 때의 나에 모습이 아닌가요.

 

내 나이 이제 겨워 65세인데 그 까짓 쌀 반가마도 못 메다니 하고 한숨을 쉬어본들

이미 떠나버린 젊음은 돌이킬 수 없고 세월의 무게 속에서 속절없이 주저앉네요.

 

40대에 40키로를 들었으면 65세이면 65키로를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감?

밥을 먹었어도 더 먹었는데 말입니다.

세월을 더 살았지만 그만큼 세월의 무게가 플러스 된다는 것을 실감하고 나니

맥이 빠지는 게 재미가 없어집니다.

 

당연한 이치를 가지고 고민이 되는 것은 그래도 마음만은 청춘임을

감출 수가 없는 현실인가 봅니다.

 

오늘은 장성 백양산으로 산행을 갔는데 세 시간 코스라고 가이드가

알려 주었기에 그 정도라면 완주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함께 간 친구와

나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올라가는데도 영 아니올시다입니다.

 

머리에서는 열이 나면서 어질어질 하고, 뒷다리는 땡기고, 숨은 막히고, 한 시간 정도에서

이것을 포기하고 백 코스로 돌아가 하는 유혹이 생기고

넌 못 올라가 가다가 주저앉아서 민폐 끼치지마하는 또 다른 나와 싸웁니다.

내가 얼마 전에 쌀 반 가마와 씨름에서 졌는데 오늘 또 지면 난 영영 패배자가 될 것이야

 

기어코 넘어 갈 것이야 라고 지금의 나에게 채찍을 하면서

함께 간 젊은 친구와 나보다 여섯 살이나 더 많은 젊은이 같은 형님과 함께 간

다섯 명이서 결국에는 네 시간 반 만에 완주를 하고 돌아오니 다른 일행들은

다른 코스였지만 모두가 다 모여 있네요.

 

정해진 하산 시간에서 30분을 어기고 차에 올라가니 그래도

또 다른 나에게 지지 않고 이겼다는 승리감에 피곤도 잊고 자리에 앉아보니

이제는 눈꺼풀이 천근만근으로 내리 눌러오니 그것은 도저히 이길 재간이 없네요.

 

세월이 나를 약하게 하는 것인지

세월이 나를 강하게 하는 것인지

세월이 나를 순하게 하는 것인지

세월이 나를 악하게 하는 것인지

 

세월의 무게가 그렇게도 무겁고 두려운 것일 줄을

내 일찍이 모르고서 날뛰든 시절이 그립기도 한 것이 내가 늙어간다는 증거이겠지요.

 

내 사정이 이래서 화요산행이고 토요산행에도 참여를 못하다보니

친구를 사귀는데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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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이존형님의 댓글

정해관 형제님께서 백양사의 전경과 삶의 진솔한 내음이 풍기는

댓글을 주시어 감사합니다.

 

사람이 태어나고 살다가 그렇게 시들어 가는 것을 아쉬워한들 뭐하겠습니까만

그래도 옛날 생각이 나는 것이 미련을 떨칠 수가 없군요.

 

손아귀에서 맥주병이 박살나고

벽돌이 부스러지든 시절도 있었는데

돌이켜 본들 모두가 부질없는 옛날입니다.

 

사람은 자연의 순리를 역행 할 수가 없는 것을 말입니다.

내 아무리 건강하게 젊게 살고 싶다고 마음대로 살아지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언젠가 갈 때는 받았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야하는 것을.....

 

서로 간에 길이가 틀리긴 하겠지만 움켜지고 갈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요.

 

이존형님의 댓글

이봉배형제님께서 저보단 위였군요.

가끔 글 속에서 풍기는 싱그러운 젊은 향이나기에

저보단 아랜 줄 알았어요.

 

언젠가 이판기 목사님을 저보다 아래로 보았다가 실례를 하였는데

도대체 어떻게 사시기에 그렇게 젊게 보이도록 사시는지 부럽습니다.

 

도대체 쌀 반가마가 왜 그렇게 무거운가요?

고물장수 하면서 그래도 힘을 쓴다고 써는데 말입니다.

 

이봉배 형님께서는 힘을 꽤 많이 쓰시나 봅니다.

세멘트 한 포대 무게도 상당한데 그것을 번쩍 들고서 나른다니 대단하십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정해관님의 댓글

깊어가는 가을의 마지막 단풍의 절경인 백양사를 다녀오셨군요.

머지않아 낙엽이나 열매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듯,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고 영원한 세계로 우리들의 영혼이 가야할 때에, 그래서 육신의 나약함은 자연스러운 것일텐데, 아쉬워한들 의미없는 짓이겠지요.

힘들더라도 창조의 아름다움이 넘쳐나는 산으로 들로 강과 바다로 돌아다닐 궁리나 열씨미 하면서 삽시다요!



이봉배님의 댓글

쌀가마 그런건 위험 합니다 몸 조심 하셔야죠 65세면

나보단 동생 이신데그래도 쌀가마는 무리 입니다 어제 40키로 세멘트

20 포를 차에올리고 내렸더니 온 삭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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