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피그(PIIGS)국가들의 재정파탄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현재도 진행중이며 한국경제도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돌이켜 보면 올 한해는 우리경제를 짖누르는 일들이 많았다. 우리 국민중 45%가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나는 하층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치솟는 생활물가와 전세대란으로 인하여 서민들 삶의 고통이 큰 한 해였다.
취업포털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올 한해를 축약하는 사자성어로 직장인들은 수무푼전(手無分錢, 수중에 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을, 구직자들은 망자재배(芒刺在背, 가시를 등에 진 것처럼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편치 않다)를 가장 많이 선택할 정도로 그만큼 직장인들이나 구직자들에게 너무나 힘겨운 한 해였다. 또한 우리 국민들은 올 한해가 작년보다 경제적으로 불행해 진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에 따르면 “올해 1∼8월 평균 한국의 경제고통지수는 8.1%로 2008년 월평균 7.8%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제고통지수는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삶의 고통을 계량화한 것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실업률을 합한 값이다. 같은 날 삼성경제연구소가 1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4분기 경제행복도 체감지수도 46.7로 지난해 같은 기간(48.0)보다 떨어졌다. 이것은 2009년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첫 하락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양극화보다 계층간 소득불균형이 더 큰 문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최근 한국판 특집에서 한국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소득불균형에 대한 불만이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좋은 소식도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5일 오후 3시 30분 통관 집계 기준으로 수출 5150억달러, 수입 4850억달러로 무역 1조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1948년 건국 이후 63년,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본격 추진한 지 50년 만에 세계에서 단 8개뿐인 '무역 1조달러 클럽'에 대한민국의 이름을 새롭게 올린 쾌거로서 세계무역 9대국에 당당히 진입한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이미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국가로는 미국·독일·일본·중국 등 8개 국가다. 특히 한국은 세계사에서 유일하게 원조받던 식민지 피지배국에서 독립한 신생국가로서 무역 1조달러를 이루어 냈다는 사실이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K팝.한국드라마 등 한류가 국위선양은 물론 수출역군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내년도 세계경제 전망을 보면 3.5%~ 4.0% 성장하여 2011년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라고 한다. 끝나지 않은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중의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9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2012년 경제전망'을 발표하였다. 2012년 GDP 성장률은 당초 4.5%에서 3.7%를 보일 전망이고 취업자수는 28만명 늘어나 금년(40만명)보다 증가폭이 줄어들 전망이며, 실업률은 금년(3.5%)과 비슷한 3.4% 내외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로 전망하고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금년의 272억달러에서 130억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마디로 내년도 한국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첫째로 내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치적 변수가 많아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MB정부가 정치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경제정책을 펴 나갈지가 의문시 된다. 과잉복지 포퓰리즘도 문제다. 지금 우리나라는 야.야 할것 없이 과잉복지 논쟁의 중심에 서있다. 특히 내년에는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복지공약 포퓰리즘의 대 분출을 맛볼 것이다.
둘째로 성장청책의 실종이다. ‘성장없이 복지도 없다’는 평범한 경제이론도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복지공약에 뭍혀 잊혀져 가는 형국이 돼버렸다. 누가 경제를 책임지고 살릴 것인가? 자칫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고착될 위험도 크다.
셋째로 일자리 창출문제이다. 이미 일자리 축소 한파가 가시화 되고 있다. 있는 일자리 마져 줄어들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생존전략으로 조직통폐합,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할 조짐이다. 특히 체감실업율이 22.1%에 이른다는 청년실업 사태를 어떤 방식으로 든 해결해야 할 것이다.
넷째로 대북 경협정책의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갑작스런 김정일의 사망으로 인하여 이제까지의 패턴에서 벗어난 새로운 남북관계가 정립될 것으로 본다. 아울러 가중되는 경제난에 고통받는 북한의 경제개방 정책도 예상된다. 그리고 정부는 지난해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취했던 5.24조치(대북교류중단)도 어떻게 풀 것인가?
이와같은 리스크 많은 경제여건 하에서 정부는 저성장ㆍ고물가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내년 경제 운용에서 최대한 신축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성범모의 공생경제/ 전 문경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