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최고의 언어학자 세종-말과 글의 혁명을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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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언어학자 세종- 말과 글의 혁명 이끌다
군사력이 아무리 강해도 문화수준이 낮으면 강국이 될 수 없다. 일시적으로는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곧 높은 문화에 의해 녹아내리게 마련이다. 세종은 외교정책 상 중국에 사대했지만, 문화적으로는 독자성을 추구했다. 금속활자를 만들고 아악을 정비하였다. 무엇보다 훈민정음을 창제하여 백성들의 언어생활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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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가장 큰 업적은 두말할 것도 없이 훈민정음 창제다. 그런데 훈민정음은 누가 만들었을까? 세종이 신숙주. 성삼문 같은 집현전 학사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는 공동창제설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 졌다. 신숙주 등이 요동에 유배온 명나라 한림학사 황찬을 13차례나 만나 자문을 구했다는 일화까지 곁들이고 보면 의심할 여지가 없는듯 하다.
그러나 훈민정음 창제사실을 처음 전한 <세종실록>은 세종이 직접 한글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달에 임금이 직접 언문 28자를 만들었다. 그 글자는 옛 전자(篆字)를 본떴는데, 초. 중. 종성으로 나누어 합한 연후에야 글자를 이룬다. 무릇 한자에 관한 것과 우리나라의 이두에 관한 것을 모두 쓸수 있다. 글자는 비록 간요하지만 전환이 무궁한데 으를 훈민정음이라 일컬었다.’<세종실록> 25년 12월 30일.
사관이 편찬하는 실록은 신하가 임금의 명을 받아 어떤 일을 했을 경우 반드시 그 사실을 기록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임금이 직접 만들었다’는 기록은 말 그대로 세종이 혼자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럼 신숙주, 성삼문을 비롯한 집현전 학사들과 함께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처럼 인식된 까닭은 무엇일까? 세종이 만든 ‘훈민정음을 가지고 운서를 편찬하게 한것’을 정음창제에 가담한 것으로 혼동했기 때문이다. 한자자전은 두 종류가 있는데, 옥편이 뜻을 중심으로 분류한 자전이라면, 운서는 음을 중심으로 분류한 자전이다. 신숙주 등이 정음창제를 도우려 요동에 갔다면 그 시기는 세종 25년 이전이어야 하지만, 그들이 요동에 가서 황찬을 만난 것은 2년 후인 세종 27년(1445년)이다.
<세종실록> 27년 1월 7일자는 “신숙주. 성삼문. 손수산을 요동에 보내 운서에 관해 질문하게 했다” 고 전한다. 신숙주 등은 이미 만든 훈민정음을 가지고 한자어에 음을 다는, 일종의 한자발음 자전인 운서를 만드는데 가담했을 뿐이다.(이는 신숙주의 <보한재집> 부록(묘지문)에도 기록돼 있다)
“너희가 설총은 옳다하면서 임금이 하는 일은 그르다고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 또한 너희가 운서를 아느냐? 사성(四聲)칠음(七音)을 아느냐? 자모가 몇 개인지 아느냐? 만약 내가 운서를 바로잡지 않으면 누가 바로 잡을 것이냐?” <세종실록> 26년. 2월 20일.
집현전 학사들에게 이같이 꾸짖고 물을 정도로 세종은 당대 최고 언어학자였다.
세종은 재위 28년(1446)년 9월 훈민정음을 반포했다. 정인지는 그의 서문에서 “계해년(세종25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정음 28자를 처음으로 창제하셔서 例義를 간략하게 들어 보이고 명칭을 훈민정음이라 하였다”라고 말해 세종이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세종어제훈민정음>에서도 [현대어 풀이]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아니하여서” ☞자주 정신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가엾게 생각하여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애민 정신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실용 정신
라고 밝히고 있다.
세종 27년 완성한 <용비어천가>에서처럼, 세종은 조선을 뿌리 깊은 나라, 샘이 깊은 나라로 만드는 것은 문화적 주체성이라는 사실을 자각했고 이를 실천한 군주였다.
이덕일의 역사평설<조선왕을 말한다>에서.
한글 세계화<세계일보
해외에서 한글을 표기 문자로 처음 도입한 나라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은 지난해 7월 한글을 찌아찌아어 표기 문자로 받아들였다. 이보다 앞서 이미 1년 전에 찌아찌아족 초등학교에서 한글 수업이 시작됐다. 인도네시아는 공용어인 ‘바하사 인도네시아’ 표기를 위해 알파벳 로마자를 공식 채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찌아찌아어의 단어나 문장은 제대로 표기하기 힘들어 한글을 쓰게 됐다고 한다. 소멸 위기에 처한 찌아찌아어를 가장 충실하게 담을 수 있는 문자로 한글이 채택된 것이다. 한글의 우수성이 입증된 셈이다.
한글은 영어와 달리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소리에 따라 기록하는 소리글자다. 철자가 아니라 소리를 따라 기억되는 언어인 것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로마자로 적을 수 없는 찌아찌아어의 소리를 한글로 쉽게 표기할 수 있다고 한다. 영국 언어학자 제프리 셈슨은 저서 ‘언어체계’에서 한글이 발성기관의 소리 내는 모습을 따라 만들어진 문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글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지적 성취 가운데 하나’라고 격찬했다. 한글 창제의 취지 등을 밝힌 훈민정음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남미 볼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이 지난해 7월부터 볼리비아 원주민 아이마라족을 대상으로 한글을 보급하고 있다고 한다. 한글 수출이 찌아찌아족에 이어 두 번째가 되는 셈이다. 볼리비아는 스페인어가 공용어이지만 아이마라족의 아이마라어를 표기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아이마라어는 국어로 지정돼 있으나 실질적인 지위는 스페인어에 비해 매우 약하다. 언어가 복잡하고 정자법도 정해지지 않아 표기 방식이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한글 표기 방식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이미 아이마라어 한글 교본이 완성됐다고 한다.
볼리비아는 외무장관 명의의 공식 서한을 우리 정부에 보낼 정도로 한글 표기 사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한글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고유 문자가 없는 부족에 한글을 보급하는 것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취지에 부합한다. 한류 확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다만 체계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찌아찌아족의 경우 생생내기에 그친 지원이 많았다는 지적을 염두에 둘 일이다.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문화적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일도 없어야 한다.
<세계일보> 안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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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관님의 댓글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에 이어 지구 반대편 남미 볼리비아에서도 한글 표기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범사업 단계이지만 해당 부족 인구가 무려 200만명에 달해 한글 표기가 정식사업으로 정착되면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글 보급이 성공하려면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주 볼리비아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수도 라파스에서 원주민인 아이마라족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글 표기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이마라족은 부족 인구가 볼리비아 원주민 가운데 두번째로 많은 200여만명에 이른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다비드 초케완카 외교부장관도 이 부족 출신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 아이마라족은 ‘말’은 있지만 표기할 ‘문자’가 없어 부족 차원에서 스페인어를 차용해 사용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1시간씩 이뤄지는 한글 수업에는 현재 40여명의 어린이·성인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 등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홍락 주 볼리비아 대사는 2009년 찌아찌아족에 대한 한글 전파 사례에서 착안해 지난해 6월부터 모랄레스 대통령 등에게 사업의 필요성을 건의했다. 때마침 ‘탈식민주의’를 주창해온 모랄레스 정부가 식민지배의 잔재인 스페인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터라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올해 1월에는 아이마라어 한글 교본이 완성됐다.
2월에는 초케완카 외교부장관이 “한글 표기사업 성과를 긍정 평가하며, 이 사업 확대를 통해 양국 간 문화·교육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싶다”는 공식 서한을 보내고 자신의 고향에도 한글 교육을 요청했다.
우리 학계도 아이마라어 연구에 착수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 연구소는 “지난달 말 현지에서 아이마라 단어 800개와 문장 50개를 녹취해 한글과의 언어학적 유사성을 따지는 음운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분석 결과에 따라 볼리비아 국립대학 등과 교류 협정을 맺어 한글 교육을 체계화할 방침이다. 이 연구소 김창민 교수(서어서문학)는 “쉽지는 않겠지만 볼리비아에 한글 전파가 성공하면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고 국격도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기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한글로 그것을 기록한다면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남미의 주요 종족인 아이마라족에게 한글이 보급되면 당사자는 물론 우리나라도 한글을 포함해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며 “시범 사업으로 끝나지 않도록 민간·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나기천·조병욱 기자
찌아찌아 이은 ‘가나다라’ 열풍… 한글 세계화 성큼<세계일보>
원주민 아이마라족에 ‘시범교육’ 순항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에 이어 남미 볼리비아 아이마라족에게도 한글을 보급할 수 있는 교두보가 확보됐다.
200만명에 달하는 볼리비아 주요 종족인 이들에 대한 한글 보급은 자연스럽게 한글의 세계화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나 학술·민간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시급한 때다.
아이마라족에 대한 한글 전파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우리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 중인 볼리비아의 정치·경제·문화 상황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언어보급이 해당 국가나 민족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더풀 코리아’… 볼리비아 한국에 우호적
한글에 대한 현지인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와라(8)양은 “한글이 신기하다.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고 했다. 로마리오(40·여)씨는 “처음 배울 때는 글자 모양이 이상했는데, 배우다 보니 의외로 쉽게 익혀진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뿐 아니라 국가 지도층의 전폭적인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한글 표기 시범사업 과정에서 아이마라족 출신인 대통령과 외교부장관 등의 성원이 큰 몫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그동안 서구의 식민지배에 대한 뼈아픈 기억 탓에 알파벳(스페인어)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찌아찌아족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알파벳 외의 차용문자를 전혀 허용치 않아 난관에 부닥친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볼리비아는 최근 개정한 헌법에서 공무원은 스페인어와 원주민어 1개를 의무적으로 구사해야 한다는 조항까지 만들었다.
정치·경제적으로도 한국과 볼리비아는 예전보다 한층 가까워졌다. 지난해 8월 모랄레스 대통령은 1965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방한했다. 우리 정부도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감안해 금융위기 여파로 일시 폐쇄됐던 볼리비아 대사관을 10년 만에 재개관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도 (자원외교) 특사 자격으로 3번이나 볼리비아를 방문했다.
이런 환경을 한글 전파로 이어나가기 위해선 현지에서 원주민을 가르칠 교사와 교재, 교육시설 지원이 시급하다. 교육사업과 함께 열악한 생활환경을 가진 원주민들을 위한 지원도 필수적이다. 초케완카 외교부장관이 공식 서한을 통해 “한글표기 사업 확대를 통해 문화·교육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경제적 지원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다.
아이마라족 언어사정도 한글 정착 도울 듯
한글이 볼리비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진 아이마라족의 표기 문자로 활용될 여건도 충족됐다. 원래 고유의 표기 문자가 없었던 아이마라족은 그동안 스페인어 알파벳을 사용했지만, 스페인어가 이들의 정확한 발음을 표기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아이마라족이 자신들만의 별도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아이마라족은 이런 차용 문자를 가진 역사도 오래되지 않아 성인 문맹률이 높다. 볼리비아 정부가 문맹률을 줄이기 위해 과거 쿠바의 교사들을 초빙해 시골을 돌며 스페인어를 가르쳤지만, 부족사회를 이루고 사는 원주민의 특성상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젊은 층도 한국 문화에 우호적이어서, 최근 양국 간 교류 확대에 따라 한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볼리비아 TV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자주 상영되고, 현지 한국인을 위해 운영 중인 교민사회의 한글학교를 찾는 현지인들도 많다는 전언이다.
그렇다고 성급한 시도는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상대국에 대한 언어학적·문화적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재일 국립국어원장은 “기본적으로 한글이 보급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아이마라어에 대한 언어학적 분석 등을 통해 한글과 얼마나 일치하느냐를 살핀 뒤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지원이 결정되더라도 민간차원에서 조용하게 진행돼야 한다. 과거 찌아찌아족 사례도 너도 나도 지원하겠다고 나서 문제가 생겼다. 차분하고 조용하게 성공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기천·조병욱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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