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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29 <임의 모습> 김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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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29 <임의 모습>

김달진

어디고 반드시 계오시라 믿기에

어렴풋 꿈 속에 그리던 모습

어둔 밤 촛불인 듯 내 앞에 앉으신 양

아 이제 뵈는 모습 바로 그 모습이네.

아 내 마음 어떻게 두어야 하리까?

너무도 작고 더러운 존재오라.

영혼의 속속들이 눈부시는 빛 앞에

화살 맞은 비둘기인 양 나래만 파닥일 뿐.

사랑이 되고 안 되고사

오로지 임에 매이었고

마주 앉아 말 주고 받은 인연

오백생 깊음이 느껴 자랑스럽네.

푸른 나뭇잎 나뭇잎 사이로

말간 가을 하늘 우러러 보면,

어디서 오는 가느란 바람이기에

꽃잎처럼 흔들리는 임의 모습.

들 밖 어둔 길을 밤 늦어 돌아오면

허렁허렁 술기운 반은 취하고.

먼 남쪽 하늘가 흐르는 별 아래

산 너머 물 건너 몇 백리인고.

가다가 문득 문득

가슴 하나 월컥 안기는 그리움

해바라기 숨길처럼 확확 달아

가을 석양 들길에 멀리 선다.

애달픈 이 思慕(사모)를

혼자 고이 지닌 채 이 생을 마치오리까?

임아, 진정 아닌 척 그대로 가야 하리까?

살아 한번 그 가슴에 하소할 길 없어--.

창 밖에 궂은 밤비 소리 들으면

풀 숲에 숨어 있는 한 마리 벌레가 되어

울지도 못하는 외로운 가슴.

함초롬 이슬 밭에 얼어 새우랴.

어렴풋 잠결에 꾀꼬리 소리

놀란듯 허겁지겁 창을 여나니

꿈에 뵈던 임의 소식 아니언만

알뜰히 살뜰히 아쉬움이라.

동무와 떠들다 문득 입 다물고

잔 들어 흥겨웁다 문득 멀이 앉아봄은

어디서 오는 또렷한 모습이기

눈썹 끝에 아롱다롱 한숨발에 어리는고.

<현대문학> 1967. 10.

석가모니께 바친 송가이다. 불교적이며 범동양적인 사상과 관조는 이 시인의 한결같은 시세계이거니와 , 이 시에서도 석가모니를 ‘임’으로 하여 ‘임’에 대한 열렬한 사모의 마음을 읊고 있다.

[김달진, 1907~ ] 호는 월하. 경남 창원 출생. 중앙불교전문학교 졸업. ‘시원’ ‘시인부락’ 동인. 동양문화연구원 원장. 동국대학 역경원 역경위원 겸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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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정해관님의 댓글

김달진
1907. 2. 7 경남 창원~1989. 6. 5.
시인·번역문학가.
동양정신과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시를 썼다. 호는 월하(月下). 1929년 시 〈잡영수곡 雜泳數曲〉을 〈문예공론〉에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다. 1934년 금강산 유점사에서 득도하고 함양 백운산 화과원에서 반농반선(半農半禪)의 수도생활을 하다가 1934년 9월 〈동아일보〉에 〈나의 뜰〉·〈유점사를 찾아서〉를 발표하여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했다. 1939년 불교전문학교를 마쳤으며 첫 시집 〈청시〉(1940)를 펴내고 잠시 북간도 용정에 다녀왔다. 이때의 시 일부가 김조규가 엮은 〈재만조선시인집〉에 실려 있다. 8·15해방 후에는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를 지냈고 1946년 경북여고 교사로 있었으며 조선청년문학가협회 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1947년 〈죽순〉 동인으로 활동했고 자유민보 논설위원·동양불교문화연구원장을 거쳐 동국대 동국역경원 심사위원 및 역경위원으로 〈고려대장경〉 번역에 몰두했다. 1960년대 이후로는 은둔하면서 주로 불경과 한시를 번역했고 1983년 불교정신문화원에서 한국고승석덕으로 추대되었다.

그의 초기 시는 주로 자연을 노래하고 인간과 사물이 평등하게 어울려 사는 속에서 인간의 본성이 밝아지고 사물의 제 모습이 드러난다고 하는 동양정신의 본질에 바탕을 두고 있다. 관조하는 태도와 소박한 언어로 인간의 효용을 떠난 사물의 참된 모습을 찾아내고 착각과 환상을 몰아냄으로써 일제침략을 긍정하고 정당화하려는 모든 관념에 나름대로 대항하려고 했다. 후기 시에는 이러한 동양정신을 더욱 깊이 있는 시정신으로 보여주었다. 부처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 서사시집 〈큰 연꽃 한 송이 피기까지〉(1974), 시선집 〈올빼미의 노래〉(1983), 동양고전 〈장자〉(1965), 〈한산시집〉(1983), 〈금강삼매경론〉(1986) 등을 펴냈으며 죽은 뒤에 수필집 〈산거일기〉(1990)가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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