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아시아 五國志의 주인공은 우리다 ---조선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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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아시아 五國志의 주인공은 우리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6·25… 오국지 전란에 '소국의식' 내면화
산업화 민주화 성공한 우리는 더이상 乙도 小國도
아니야
군사력·외교로 통일한 신라처럼 통일의 결정적 순간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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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북의 말 폭탄은 잦아들었지만 김정은 정권의 불가측성은 여전하다. 한반도 분단의 원인 제공자인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아베 정권의 역주행도
심상치 않다. 약진하는 중국의 신(新)중화주의는 천하(天下) 경영의 앞마당인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다. 빛바랜 유일 초강대국 미국은 '아시아
귀환' 정책을 통해 중국을 견제한다. 한반도 주도권을 다투는 남북한과 미·중·일의 합종연횡은 '21세기 동아시아 오국지(五國志)' 바로
그것이다.
역사는 이런 풍경이 새로운 것이 아님을 증언한다. 7세기 후반 제1차 동아시아 오국지의 주역은 고구려·백제·신라, 대륙의
당, 일본열도의 왜(倭)였다. 서로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당나라는 중화 질서에 도전한 고구려를 멸망시켰다. 원래 한반도 최약소국이었던 신라는
국력을 키운 후 당의 도움을 빌려 삼한일통(三韓一統)을 이룬다. 소멸한 백제와 연계가 끊어진 왜는 일본이라는 국명(國名)으로 독자적 국가
정체성을 재정립한다.
16세기 말~17세기 초 제2차 동아시아 오국지는 중원을 다툰 명·청 제국, 일본열도의 패권을 겨룬 도요토미
정권과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 막부, 그리고 조선 사이에서 펼쳐졌다.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을 정복한 후 동남아시아와 인도까지
정벌하려 한 야망의 첫 출구였던 한반도는 임진왜란(1592년)으로 초토화되고 제국이 교체되는 대륙의 판세를 잘못 읽어 병자호란(1636년)의
참화(慘禍)를 입는다.
특히 2차 동아시아 오국지가 남긴 상처는 깊고도 넓다. 가장 큰 상흔은 한반도 주민들에게 내면화한
소국의식(小國意識)이다. 약소국을 자처하면서 자신의 생사를 가르는 문제까지 대국의 시혜(施惠)를 바라는 수동적 소국 의식이 반복된다. 이런
현상은 제3차 동아시아 오국지의 현장인 6·25전쟁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어 내려온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한국의 뿌리 깊은 저자세나 북핵이
초래한 총체적 국가 위기 앞에 선 한국 지도층의 무력감(無力感)이 그 증거다. '강성 대국 북한'이 생존을 위해 '철천지 원수' 미국에 끊임없이
구애(求愛)하는 것도 소국 의식의 변태적 표현이다.
3차 동아시아 오국지는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은 고구려를 중국 지방 정권으로
기술한 동북공정에 이어 조선을 속국(屬國)으로 서술한 청사고(淸史稿)를 잇는 '신청사공정(新淸史工程)'에 매진 중이다. 아베 정권의 일본은
자기들의 침략 행위를 부인한 역사 교과서 유통에 열을 올린다. 북한의 김씨 일가는 한반도 근현대사 전체를 '김일성 민족'의 역사로 변조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역사 다시 쓰기'가 사실적 힘 관계를 반영하면서 냉혹한 현실 정치로 대입된다는 뼈아픈 교훈이다. 과거에서 배우지 않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
중국과 일본은 한반도와 맺은 현실적 관계에서 항상 갑(甲)이었다. 중국은 동아시아 조공(朝貢) 체제의 중심이었고 조공
체제 밖에 있던 일본도 '태양이 떠오르는 곳의 천자(天子)'를 참칭하면서 한반도를 을(乙)로 여겨왔다. 미국 관계에서 우리는 언제나 을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개성공단과 핵 문제에서 드러나듯 북한조차 한국을 열등한 을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물론 조공 체제는 소국 생존의
방편이기도 했다. 무정부 사회에 가까운 국제정치에서 국가 간 갑을 관계가 불가피한 점도 있다. 그러나 21세기 한국은 옛 한국이 아니다. 반세기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반 성취해 경제 대국이자 민주 선진국으로 떠오른 한국은 세계 유수의 중강국(中强國)이며 군사적 자위력도 튼튼하다.
동아시아 오국지에서 을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 7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화두 삼을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이런 역사 인식의 소산이다. 동아시아 질서 새판 짜기를 한국이 선도하는 'KI 디플로머시(Korea Initiative
Diplomacy)'에 대한 일각의 논의도 있다. 대남(對南)·대미(對美) 핵 선제공격 운운한 북한의 심리전도 한반도 질서를 새로 짜겠다는
나름의 몸부림이었지만 자충수로 귀결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사회에 전승되어 온 시대착오적 소국 의식은 이제 영원히 폐기해야
한다.
7세기 신라는 군사력을 포함한 국력과 외교를 결합해 한반도를 통일한다. 당시 세계 최강국 당의 도움을 받지만 당이 야욕을
드러내자 무력으로 쫓아낸 결연함의 결과였다.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이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동아시아 오국지가 낳을 통일의 결정적 순간에 직면할
용기가 있는가?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할 때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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