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ㅎ게 눈물이 왜 흐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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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고 컴퓨터 장사의 일기
도반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각박한 세상에 비록 가난하게 살아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소식을 전해들을 때마다 얼마나 우리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 어느 중고 컴퓨터 장사의 인정(人情)이 넘쳐흘러 요약해 전해드립니다.
【저는 남이 쓰던 컴퓨터를 얻거나 헐값으로 사서 수리를 하고 업그레이드 하여 주로 인터넷이나 알림방 같은 곳에 광고를 내어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저녁때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아는 사람 소개 받고 전화 드렸는데요. 컴퓨터를 구입하고 싶은데, 여기는 칠곡이라고 지방인데요. 초등학교 6학년 딸애가 있는데, 서울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구요. 사정이 넉넉지 못해서 중고라도 있으면 ........”
통화 내내 말끝을 자신 없이 흐리셨습니다. 나이가 좀 있으신 목소리 입니다. 당장은 중고가 없었고 열흘이 지나서 쓸 만한 게 생겼습니다. 그래 전화 드려서 22만원 이라고 했죠. 주소 받아 적고 3일 후에 컴퓨터를 들고 찾아 갔습니다.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어딘지 몰라서 전화를 드리자, 다세대 건물 옆 귀퉁이 쪽문에서 할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하십니다. 들어서자 지방에서 엄마가 보내준 생활비로 꾸려나가는 살림이 넉넉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설치하고 테스트 하고 있는데 밖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어 컴퓨터다!” 하며 딸아이가 들어 옵니다. 옆에서 구경하는 딸아이를 할머니가 토닥토닥 두드리시며 “너 공부 잘하라고 엄마가 사온 거여, 학원 다녀와서 실컷 해. 어여 갔다 와....” 저도 설치 끝내고 집을 나섰습니다. 골목길 지나고 대로변에 들어서는데 아까 그 아이가 정류장에 서있습니다. “어디로 가니? 아저씨가 태워 줄께....” “하계역이요~” 그러 길래 제 방향과는 반대쪽이지만 태워 주기로 하였습니다. 집과 학원거리로 치면 너무 먼 거리였습니다.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한 10분쯤 갔을까요?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합니다. “쫌만 더 가면 되는데 참으면 안 돼?” “그냥 세워 주시면 안돼요?” 저만치 패스트푸드점 건물이 보이 길래 차를 세웠습니다. “아저씨 그냥 먼저 가세요...” 이 말 한마디 하구선 건물 속으로 사라 졌습니다. 여기까지 온 거 기다리자 하고 담배 한대 물고 라이터를 집는 순간 가슴 속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보조석 시트에 검 빨갛게 피가 묻어 있는 것입니다. “아차.......” 첫 생리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이미 경험한 생리라면 바지에 샐 정도로 놔두거나 모르진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나이도 딱 맞아 떨어지고, 방금 당황한 아이 얼굴도 생각나고, 담뱃재가 반이 타 들어갈 정도로 속에서 ‘어쩌나~어쩌나~’ 그러고만 있었습니다. 생리가 바지에 묻었고, 당장 처리할 물건도 없을 것이고, 아이가 화장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텐데... 아까 사정 봐서는 핸드폰도 분명 없을 텐데, 이를 어쩌지? 차에 비상등을 켜고 내려서 속옷가게를 찾았습니다.
마음은 조급한데 별별 생각이 다 났습니다. 여동생 6학년 때 첫 월경도 생각나고…, 청량리역 거의 다 와서 속옷가게를 찾았습니다. 이런! 제가 싸이즈를 알 리가 없습니다. 제일 작은 싸이즈부터 그 위로 2개 더 샀습니다. 속옷만 사서 될 일이 아닙니다. 아이 엄마한테 전화했으면 좋겠는데 멀리 계신데 이런 얘기 했다가는 진짜 맘 아프실 것 같았습니다.
도리 없이 집사람한테 전화 했습니다. “어디야?” “나 광진구청” “당신 지금 택시타고 빨리 청량리역...아니 그냥 오면서 전화해.. 내가 택시 찾아갈게” “왜? 뭔 일인데” 집사람에게 이차 저차 얘기를 다 했습니다. 온답니다. 아, 집사람이 구세주 같습니다.
“생리대 샀어?” “사러 갈라고....” “약국 가서 달라하고, 그러고 속옷은?” “샀어, 바지도 하나 있어야 될 것 같은데.....” “근처에서 치마하나 사오고.... 편의점 가서 아기 물티슈두 하나 사와....” 장비(?) 다 사 놓고 집사람 중간에 태우고 아까 그 건물로 갔습니다. 없으면 어쩌나 하고 꽤 조마조마 했습니다. 시간이 꽤 흐른 것 같기 때문입니다. 집사람이 주섬주섬 챙겨서 들어갔습니다. “애 이름이 뭐야?” “아, 애 이름은 모르지. 들어가서 재주껏 찾아봐....”
집사람이 들어가니 화장실 세 칸 중에 한 칸이 닫혀 있더랍니다. “얘, 있니? 애기야. 아까 컴퓨터 아저씨 부인 언니야.” 뭐라 뭐라 몇 마디 더 하자 안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하더랍니다. 그때까지 그 안에서 혼자 소리 없이 울면서 낑낑대고 있었던 겁니다. 다른 평범한 가정이었으면 축하 받고 보듬어주고 조촐한 파티라도 할 기쁜 일인데.... 뭔가 콧잔등이 짠 한 것이, 가슴도 답답해졌습니다. 누가 울어라 그러면 팍 울어 버릴 수 있을 것도 같은 심정입니다. 혼자 그 좁은 곳에서 어린애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요?
차에서 기다리는데 문자가 왔습니다. [5분 이따 나갈게 잽싸게 꽃 한 다발 사와!] 이럴 때 뭘 의미하고 어떤 꽃을 사야 되는지 몰라서 그냥 아무거나 예쁜 것 골라서 한 다발 사왔습니다. 건물 밖에서 꽃 들고 서 있는데 아, 진짜 얼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둘이 걸어 나오는데 아이 눈이 퉁퉁 부어 있더군요. 집사람을 첨에 보고선 멋쩍게 웃더니 챙겨 간 것 보고 그때부터 막 울더랍니다. 집사람도 눈물 자국이 보였습니다. 패밀리레스토랑 가서 저녁도 먹이려고 했는데 아이가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하네요.
밤 11시 쯤 제가 새 그래픽카드를 설치하고 있을 무렵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 엄마 입니다. “네. 여기 칠곡인데요, 컴퓨터 구입한.......” 이 첫마디 빼고 계속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저 역시 그냥 전화기를 귀에 대고만 있었습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어떻습니까? 가슴이 찡하시죠? 육신의 발자취는 땅에 남고, 마음이 발(發)한 자취는 허공에 도장 찍히며, 사람의 일생자취는 끼쳐 둔 공덕(功德)으로 세상에 남는다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지금은 고생하지만 따뜻한 마음씨로 어려운 난관에 부딪친 사람을 구해준 이 중고 컴퓨터장사 부부의 공덕이 큰 복으로 오지 않을 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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