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과 김정일의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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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과 김정일의 종교
●지난 연말 삼성창업자 고(故) 이병철의 ‘종교질문’ 기사는 읽는 이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하나’ ‘영혼이란 무엇인가’ ‘신이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 ‘지구의 종말은 오는가’ 등 24가지 단순한 물음의 울림은 깊었다. 죽음을 한 달 앞둔 희수(喜壽)의 재벌총수가 던진 가장 기초적인 질문이 오히려 심오하고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는 결국 질문지를 보낸 신부에게 답변을 받지 못한 채 운명했다. 그러나 그는 질문지를 정리하는 과정에 스스로 어느 종교인보다 훌륭한 답변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질문 자체가 ‘종교문답 종결판’이다. 누가 이렇듯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문제에 자문자답할 수 있겠는가. 험난한 세파 속에서 어느 종교인이 이렇듯 차분하게 종교적 의문을 품고 살아갈까. 그는 평생 종교를 갖지 않았지만 가장 종교적으로 인생을 마무리했다.
●참신한 종교기사가 은은한 여운을 주고 있을 때 ‘김정일 사망’이란 충격적 소식이 전해졌다. 김정일 사망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이병철 종교문답’의 여운이 묻히는 듯했다. 종교계도 온통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움직였다.(3면 포커스 참조) 종교지도자들의 청와대 간담회가 이뤄졌다. 그만큼 남북관계에서 종교의 역할이 중요해졌음을 읽을 수 있었다. 종교계의 애도문발표, 조문논란, 보수․진보의 엇갈린 반응 등이 성탄절 행사보다 더 중요하게 부각됐다.
●김정일의 죽음을 마주한 북한주민의 통곡이 연기냐, 진심이냐 하는 논란이 일었다. 강압에 의한 ‘억지 울음’이란 주장도 있었다. 권위에 복종하고, 집단에 순응하는 인간본능에 따른 ‘진짜 통곡’이란 심리과학적 분석도 이뤄졌다. 마치 왕의 승하에 통곡하던 왕조시대의 모습을 남한에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북한사회에서는 자연스런 행위라는 것이다. 종교를 인정치 않는 북한사회에서 남한 교회에서의 자연스런 통성기도와 열광을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김희중 대주교는 “김정일 위원장은 북측주민에게 신적인 존재이고 지도자다. 북 주민의 애도의 심정을 폄하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마치 타종교를 포용하듯 세상을 신중하고 깊이 있게 성찰한 발언이다. 세계 10대 종교의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주체사상교’로 치부하고 있는 셈이다.
●이병철의 종교질문 중엔 김정일과 연관된 것도 있다. “신앙인은 때때로 광인처럼 되는데 공산당원이 공산주의에 미치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란 의문이다. 이에 차동엽 신부는 ‘다를 바가 없다. 똑같다’고 ‘잊혀진 질문’이란 책을 통해 24년 만에 답한다. “‘오직’을 강조하는 사람이 광신도가 될 소지가 크다. 오직 믿음, 오직 실천, 오직 복지, 오직 우(右), 오직 좌(左), 오직 사랑, 오직 정의도 다 위험한 것이다. 종교든 이념이든 보편성을 잃을 때 미치게 되는 거다.” 가톨릭 신부가 ‘오직 예수’도 경계한 것이다. 틀을 벗어난 파격적 발언이지만 세상과 모든 종교를 이해하고 융화하려는 보편․합리적 성찰이 엿보인다.
●이병철은 또 묻는다. ‘종교의 종류와 특징은 무엇인가?’ ‘종교의 목적은 모두 착하게 사는 것인데 왜 다른 종교는 이단시하는가?’ 이병철은 아마도 ‘모든 종교가 나름의 가치가 있다. 그래서 오직 내 신앙을 주장하는 가운데 서로 다투며 내부적으론 변질한다’고 자문자답했을 법하다. 김정일은 공산주의, 주체사상교를 오로지 하며 ‘권위 복종’, ‘집단 순응’의 신앙을 뿌리내렸다. 마찬가지로 일부 종교들도 거룩한 신보다는 ‘권위와 집단’을 내세우고 종교의 바벨탑을 쌓아 그에 복종하고 순응케 한 경우가 있다. 보편타당성 없는 비합리적 ‘권위와 집단’으로 변질될 때 종교와 이념은 그 가치를 잃어버린다.
●‘인민을 잘 먹고 잘살게 하라’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유훈통치는 유물론을 바탕으로 한 절대신앙이다. 유심론에 기초한 종교신앙은 적대시한다. 그러나 과연 김정일은 ‘영혼’과 ‘죄와벌’ ‘사후세계’에 대해 일체 생각하지 않았을까. 세상의 부와 권세와 영광을 누린 냉철한 무종교인(無宗敎人) 이병철도 ‘부자가 천국에 가기 힘들다는데, 부자는 죄인인가’ 하는 의문을 던졌는데 철저한 유물론자 김정일은 죽음직전에도 오로지 ‘유훈통치’에만 집념을 보였을까. 만약 김정일이 죽음을 앞두고 이병철 같은 종교질문을 던졌다면 그도 종교인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병철은 ‘24개 종교문답’만으로도 ‘오직’과 ‘권위와 집단’을 벗어나 자신을 성찰한 순수신앙인, 범종교인이라 평가해도 괜찮을 것 같다. (편집인
[출처] 신민형 '범종교 시각':이병철과 김정일의 종교 |작성자 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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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관님의 댓글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광활한 세계를 돌아보면서 우리 참자녀님들의 출중함에 (하버드대학 출신들의 다수) 부러움을 느꼈다고 표하신 얘기를 들었습니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가 결코 어려운일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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