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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고절 들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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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고절(傲霜孤節)! 들국화(菊花)

구릉(丘陵)진 산 고개 넘어 학교에서 하교하는길,

양편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들국화를 무척이나

좋아 했습니다.

한 웅큼 꺾어들고 양지바른 묘(墓)등에 뒹굴면서

그윽한 그 향기도 맡아 보고, 책을 꺼내 꽃송이째

갈피에 끼워 넣으면서 늦가을 해가 져 냉기가

돌때까지 머물기도 했습니다.

시끌 벅적하게 떠들어대는 또래들이 없어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청소 당번이었던 내 짝 옥이가 책 보자기를

허리에 두른 채 콧노래를 흥얼 거리면서

깡총깡총 뛰어 갑니다.

내 앞을 스쳐 지나간 뒤 나는 재 빨리 일어나

소리 안나게 살금살금 뒤를 따랐습니다.

머리를 잡아 들국화 한송이를 깊숙히 꽂아 넣고

앞으로 내달렸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왜 그리 얼굴이 화끈거리고 숨이

턱에 찼는지 이상했습니다.

한참을 달려가다 뒤를 돌아 봤을 때,

옥이는 오른쪽 주먹을 불끈 쥐고 허공에

내 지르면서 " 너 내일 죽어!"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그런 옥이의 얼굴은 웃고 있는 즐거운

얼굴이 분명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등교길에서 만났을 때,

옥이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보조개가 지도록

예쁘게 웃어 줬습니다.

그리고 첫째시간 수업이 시작 되었을 때 눈 웃음을

치면서 내 책상 서랍 속에 삶은 밤 세 톨을 살며시

넣어 주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반추(反芻)되는 아름다운 첫 사랑의

추억입니다.

가끔 되새김질 하면서 그추억을 즐깁니다.

그러나 딱히 첫 사랑의 연(緣)때문에 들국화꽃을

특히 좋아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이른 봄 부터 토박한 땅도 마다 않고 싹을 틔워,

한 여름의 폭염폭우(暴炎暴雨), 봄 가을의

춘풍추상(春風秋霜)의 서한(暑寒) 속에서도

굴(屈)하지 않고 대쪽 같은 절개를 외로이 지키는

그 기상(氣象)과 기개(氣槪), 인고(忍苦)력을

특히 흠모(欽慕)하기 때문입니다.

젊을 때는 화분에 대국(大菊)과 소국(小菊)을

기르며 즐겼습니다.

그런데 화분에 심어 가꾸는 대국과 소국은

자생력과 자활력, 인고력이 부족합니다.

절대적으로 인간의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3년전 야생(野生) 국화를 캐다가

집안에 심었습니다.

집밖 화단 5평 정도의 넓이에 1자 정도 높이의

둑을 정갈하게 쌓아 가꿨습니다,

자생지(自生地)에서의 환경과 조건에 맞춰 주느라고,

급수(給水), 시비(施肥), 소독(消毒), 절지(切枝)등을

일체(一切) 금하고 가끔 얽히는 거미줄만 거둬냈습니다.

들국화꽃 특유의 긴 화기(花期)가 끝나면 밑둥

바짝 줄기를 잘라내 주고 내년 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합니다,

"너희와 네 조상이 태어나고 자라던 산 기슭이나,

강가 언덕배기에 대한 향수(鄕愁)는 잊고, 나하고 살자.

너희는 내 가족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서쪽새는

그렇게 슬피 울었나 보다"가 아니라

"한 다발의 들국화 꽃을 피우기 위해,

이른 봄부터 늦가을 까지, 햇빛드는 뜨락에서 너희들과

나는 격려의 눈 맞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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