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넘어 相生의 길로 -- 황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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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갈등을 넘어 相生의 길로
관련이슈 : 세계포럼
20080903002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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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논설위원
만사에 공의롭고 사심 없는 세종의 의연함이 돋보인다. 민심에 귀를 기울인 세종이었다. ‘임금은 백성으로 하늘을 삼아야 한다(君以民爲天)’는 예기의 가르침에 충실했다고 하겠다. 백성은 먹는 일, 곧 경제를 하늘로 삼으니(民以食爲天) 이를 치국에 우선시한 지도자였다. 요즘말로 하면 국민과의 스킨십에 힘쓰며 통합의 정치를 실현한 셈이다. 그 결과 기득권층의 저항을 물리치고 한글 창제와 6진 개척, 과학기술의 화려한 개화를 가져왔음은 주지하는 바이다.
600년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남북이 분단돼 있다. 행정체제를 개편해야 할 이유로 손꼽힐 만큼 지역정서가 강하고, 계층·세대 간에도 대립과 분열의 열병을 앓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젠 정신적 지주인 종교계마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불교 폄훼’에 항의한다며 27개 불교종단이 초종단적으로 법회를 갖는 등 정부에 대한 불심 이반이 가속화하고 있다. 불자들은 대통령의 ‘사과’와 경찰청장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여의치 않으면 몸을 불사르는 ‘소신(燒身) 공양’도 불사하겠다는 극단적 발언까지 흘러 나온다.
공사석에서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되도록 꺼내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오랜 지기들만의 자리라면 몰라도, 낯선 모임에서 이 주제를 섣불리 내밀다간 자칫 서로 얼굴 붉힐 수 있다는 충고다. 그렇다. 한국인들처럼 정치에 관심이 많고 여러 종교에 두루 밝은 국민도 드물 것 같다. ‘대한민국 60년’ 동안 압축 성장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그 이면에 숱한 정치적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도 궤를 같이한다. 전통적인 유·불·선과 함께 이 땅의 민초들은 단기간 내 ‘종교 백화점’을 구경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천주교·개신교, 이슬람교, 여타 자생 또는 외래 종교에 이르기까지. 그렇다고 특정 종교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국교가 있는 사회도 아니다. 그래서 한국사회를 일컬어 ‘다종교 사회’라고 하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형제끼리도 종교를 달리하는 예가 많다. 주변에서 자연스레 여러 종교를 접할 수 있기에 한국 사람치고 종교 전문가 아닌 이가 드물 정도다.
이런 사회 환경에서 정부의 개신교 편향적 인사와 행정, 거기에다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의 불교 무시 발언까지 이어졌으니 불자들의 ‘집단 행동’을 탓할 일만도 아니다. 개신교 일각에서 “타 종교와 화평하는 자세가 부족했음을 인정한다”는 성명을 낸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 아니겠는가.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는 스스로 평화의 도구가 되기를 염원했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불화가 있는 곳에 화목을…”간구했다. 크리스천들이 이런 배려와 관용의 마음을 갖는다면 종교인 사이에 갈등과 불화가 틈탈 수 없을 터이다. 칸트가 “인간을 음울하게 만드는 종교는 그릇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열린 마음이 요청된다. 나와 내 형제만이 아닌 이웃을 위한 기도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기도일 것이다. 불교계에도 바란다. 분기탱천할 상황이더라도 삼독의 ‘성냄’을 경계하라는 석가의 말씀 따라 조금 더 자제했으면 한다. 세상은 다 안다.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 있는지를. 불자들의 대덕(大德)으로 상생의 깨우침을 나눠주길 합장한다.
황종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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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개
정해관님의 댓글
[사설]불교계 반발, 청와대가 진정시켜야관련이슈 : 사설20080903002909불교계의 ‘종교 편향’ 반발 움직임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일부 공직자와 개신교 지도자의 부적절한 언행이 기름을 끼얹고 있다.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지난달 12일 근무시간에 기독교 유관 단체 주최로 열린 기도회에 참석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개신교 원로 인사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불교계의 시위에 대해 ‘배후 세력’ 의혹을 제기해 불교도의 분노를 사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공 교육감의 행동에 “행사 목적이 서울 교육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해 교육감으로서 취지에 공감해 참석한 것이지 특정 종교에 편향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해명을 믿고 싶다. 그러나 불교계가 정부와 공무원들의 종교편향 기류에 격앙된 시점이었던 만큼 공직자로서 행동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했다. 또 장경동 목사의 발언이 불교계의 반감을 산 게 엊그제인데 개신교의 지도급 인사들이 분란을 부추기는 언행은 자중해야 마땅했다.
공 교육감이나 장 목사, 김 교수 등의 처신이 단순히 개인적 차원이라기보다는 그 근저에는 불교계의 반발에 대한 청와대의 소극적 대응 내지는 안이한 시국관이 영향을 끼쳤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불교계는 이명박정부 출범 초기부터 교육과학기술부가 낸 지도에서의 사찰 누락과 일부 공직자의 종교 편향 발언을 비판했다. 당시에 관계자를 일벌백계로 다스리고 편향적 언동을 하는 공직자를 엄중히 조치했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대응은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결국 이런 소극적 대응 이후 불교계를 자극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오늘에 이르렀다.
9월 위기설이 나오는 등 경제가 불안하고 민심이 흉흉한데 지역갈등, 이념 갈등에 이어 종교적 분란까지 확대해서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까지 청와대에 조기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지 않는가. 더 늦기 전에 청와대가 풀어야 한다.
서울시 교육청은 공 교육감의 행동에 “행사 목적이 서울 교육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해 교육감으로서 취지에 공감해 참석한 것이지 특정 종교에 편향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해명을 믿고 싶다. 그러나 불교계가 정부와 공무원들의 종교편향 기류에 격앙된 시점이었던 만큼 공직자로서 행동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했다. 또 장경동 목사의 발언이 불교계의 반감을 산 게 엊그제인데 개신교의 지도급 인사들이 분란을 부추기는 언행은 자중해야 마땅했다.
공 교육감이나 장 목사, 김 교수 등의 처신이 단순히 개인적 차원이라기보다는 그 근저에는 불교계의 반발에 대한 청와대의 소극적 대응 내지는 안이한 시국관이 영향을 끼쳤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불교계는 이명박정부 출범 초기부터 교육과학기술부가 낸 지도에서의 사찰 누락과 일부 공직자의 종교 편향 발언을 비판했다. 당시에 관계자를 일벌백계로 다스리고 편향적 언동을 하는 공직자를 엄중히 조치했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대응은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결국 이런 소극적 대응 이후 불교계를 자극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오늘에 이르렀다.
9월 위기설이 나오는 등 경제가 불안하고 민심이 흉흉한데 지역갈등, 이념 갈등에 이어 종교적 분란까지 확대해서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까지 청와대에 조기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지 않는가. 더 늦기 전에 청와대가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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