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 인사와 맞춤형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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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청심병원 앞 숲속에서
습관적 인사와 맞춤형 인사
우리나라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사는 "안녕하십니까?"이다.
이것은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 말이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별 의미 없이 대화를 나누기 전에 가볍게 건네는 습관적 인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심신이 안녕치 못한 사람에게는 이것도 문제가 된다.
내가 등산 중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한지 오늘로서 12일째 접어들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전화도 받았고 직접 병원을 방문한 문병객도 많았다. 그분들이 나에게 건넨 첫인사 중 십중 팔구는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였다.
두 시간 반동안 수술을 하고 입원실로 돌아와 마취가 풀리면서 심한 고통 때문에 끙끙 신음을 하고 있는데 생질이 들어오며 인사를 건넸다.
"외삼촌, 안녕하세요?"
"안녕치 않다."
"왜요?"
"내가 안녕하면 왜 병원에 와서 이렇게 누어 있겠냐?"
"난 또 무슨 일이 있었나하고 깜짝 놀랐어요.
생질은 약간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빙그레 웃었다.
매일 수 없이 들락날락하며 검진을 하고 주사를 놓는 간호사들의 인사도 한결같이 틀에 박힌듯 "안녕하세요."이다.
시시각각 환자들에게 안녕치 못한 일이 발생하므로 어쩌면 병원에서 그 인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며 관심을 표명하는 맞춤형 인사를 하면 환자들의 마음을 훨씬 더 기쁘게 하여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엊그제는 밖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고 싶어 병실에서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60평생 처음으로 타보는 휠체어다. 조금은 어색하고 쑥스러운 생각이 들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첫외출이어서 가슴이 설레기도 하였다. 복도에서 만나는 간호사들은 저마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고종원 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내가 안녕하면 추석 때 집에도 못가고 여기서 휠체어 운전을 하고 있겠어요?"
의외의 반격(?)을 당한 간호사들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중에 순발력이 강한 최간호사가 한 마디 했다.
"안녕하신지 안녕치 않으신지 여쭈어 본 게 아니고요, 안녕하시라고 드리는 말씀이예요."
말이 되는 얘기여서 모두 한 바탕 웃었다.
만약 그 간호사들이 나에게 다음과 같이 인사를 했다면 기분이 좀 더 달랐을 것이다.
"간밤에 잠시라도 푹 좀 주무셨나요?"
"많이 좋아지신 걸 보니 기뻐요."
"오늘은 활기가 넘치십니다."
"회복 경과가 빠르시네요. 다행 입니다."
"밖에 날씨가 너무 화창해요, 나가셔서 시원한 공기도 마시고, 파란 하늘, 따뜻하고 밝은 햇빛을 맘껏 즐기고 오세요."
우리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인사 가운데는 또 "수고하세요"가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속담은 그저 생긴 게 아니다.
내가 사고를 당하여 입원했다는 소식을 누가 전해주었는지 일본 동경에 사는 제자로부터 위로 겸 격려의 전화가 왔다.
그는 한동안 나의 정황에 대해 이것 저것 묻고는 "그럼 수고하세요."라는 인사로 끝을 맺었다.
전화를 끊고나서 나는 한동안 웃음을 참느라고 혼났다.
병상에서 수술 부위의 통증 때문에 며칠 밤을 지새며 신음을 하고 있는 나에게 수고를 하시라니 이 어찌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별 의미 없이 하는 의례적인 인사 가운데는 또 "별일 없으세요?"라는 게 있다.
어쩌면 이 인사는 인사말 가운데 가장 무미건조한 것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별 일 있는 사람에게는 이 멋대가리 없는 인사가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
나는 1986년, 교통사고로 조강지처와 막내이들을 함께 잃는 시련을 겪었다.
그로부터 3년동안 어린 두 남매를 데리고 홀로 살며 심적 고통과 슬픔을 극복해 내느라 무척 힘든 생활을 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내게 "별일 없으십니까?'라고 인사를 하면
"별 일은 천문학자 조경철박사에게 물어 보시오. 나는 내 일도 잘 모르고 사는 사람인데 어떻게 별 일에 대해 알겠습니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람들 가운데는 그런 나를 보고 "인생에 달관한 도인같다.", '대단하다.' ,'존경스럽다.'라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내가 아무도 보는이 없는 곳에서 가끔 꺼억 꺼억 울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오르는 졸장부인줄도 모르고..............
하루는 어느 선배의 화갑연회에 갔다가 수 백 명의 선후배. 동창들로부터 "별일 없으십니까?"라는 인사를 듣고 1주일 이상 맘살을 크게 앓은바 있다.
그건 내 근황을 자세히 몰라 무심코 건네준 무미건조한 인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내 형색이 얼마나 후줄근하면 모두가 그런 인사를 할까하는 자격지심이 들어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나는 나이 60세가 넘어서, 그것도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하여 대 수술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인사에 대한 도를 깨닫게 되었다. 한 마디 인사를 하더라도 절대로 습관적으로 무심코 해서는 않되며 상황에 맞는 맞춤형 인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된 것이다.
어려운 시련일수록 큰 깨달음을 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2009.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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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님의 댓글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쉽게 마음을 틀 수 있고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부담감 느끼지 않는 상부상조를 이루게 되죠.
급경사진 산비탈 암반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수백년 수 천년 굳세게 버텨온 나무를 보고
내 모습과 비교해 볼 수도 있고
아리랑 춤을 추듯 보기 좋게 구부러진 나무들을 보면
만고풍상을 격고 살아온 자화상도 볼 수 있어 좋지요.
높은 정상에 올라 천지를 내려다 보며
야호를 외치는 것도 좋지만
정상이 보이지 않는 비탈 길을 터벅 터벅 걸으며
가끔씩 뒤를 내려다 보는 맛도 좋지요.
자연은 그 자체가 자연학습장이죠.
많은 깨달음 있었으리라 믿어요.
문정현님의 댓글
누구도 한 발자국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삶의 법칙에 기본 같아서 좋아라 합니다.
나서기만 하면 오래된 산림속에 하나가 되어서
정상을 향해서 고민 한 자락도 없는 자유인이 되어서
행복한 시간을 만납니다.
겸사로 말벗이 되는 지인들 함께면 또한 즐겁고
간단하게 요기할 점심 도시락을 풀어 헤치면
식사시간의 즐거움이 다음을 기약한답니다.
항상 감사한 것은 딱 내 수준에 맞는 산행길이
언제든 오시오~ 반겨 맞아주는것 ....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지만 가능한 범위의 일탈을
찾아 봅니다. - 감사합니다 -
제가 웃어면서 재미있는 댓글 복습하고 있는거
그려지나유.... )
문정현님의 댓글
7월 달력을 보니까 벌써 중순 고개를 향합니다.
주변에 가차운 산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몇차례
산보하듯 날아보다 높은고지를 향하려 마음을
다독입니다.
새로운 게시물이 연재되었음을 이제야 보고
반성을 합니다.
인삿말 속에 꼬박 꼬박 마음에 공명을 탈탈 털어서
말씀하시니 문병자도 간호사분들도 환자를 통해서
웃음을 만발하니 답변 처방이 탁월하십니다.
추석명절을 병동생활 하시면서도 시간을 아껴서
금줄 이야기를 지어 주시니 좋습니다.
아프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거 같아요.
평소에 유머감각으로 갑옷을 삼으시니 가능한
삶의 드라마를 찍어 갑니다.
왠지 매듭지을 인삿말이 두서가 없습니다.
너무 콩이네 팥이네 하지 마셔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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