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실감나지 않는 '할아버지'라는 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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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실감나지 않는 '할아버지'라는 호칭
나는 친손자가 셋, 외손녀가 둘, 합하여 다섯 명의 손자 손녀를 둔 할아버지다. 그러나 누가 날 보고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떤 때는 "젊은 사람에게 할아버지가 다 뭐야?"라고 말하고는 돌아서서 혼자 빙그레 웃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친구들끼리 만나면 손자 손녀들이 예쁜짓을 하고 재롱을 떠는 얘기가 화제의 중심이 되어 서로 자랑하는라 시간가는줄 모를 때가 많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이고, '할머니'는 할+어머니의 준말인데 '할'의 어원은 무엇일까?
'할'은 '헐다', '낡다', '오래되다', '고물' 등의 뜻으로, 사물을 수식할 때는 '헐'로 변형되어 사용 된다. 헌책, 헌집 등이 그 예이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할아버지란 '고물자가 된 나이드신 아버지'란 뜻이 된다. '할'이 단순히 이런 뜻만 지니고 있다면 이 세상의 모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살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할(轄)은 '다스릴 할'로 '관할(管轄)하다', '관리하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인생 경륜이 오래된 사람으로 집안을 잘 관할하며, 자식 또는 손자 등 아랫사람들을 잘 훈육하고 다스려야할 의무가 있는 존재인 것이다.
손자와 손녀는 어떤 의미를 지닌 존재들인가! '손자 손'(孫)은 '아들 자'(子) + '이을 계'(系)를 하고 있다. 손자는 아들의 계대를 이을 사람이란 뜻이니 얼마나 적절한 표현인가!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경노효친 사상이 날로 희박해 가고 있다며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할아버지들이 옛날처럼 수염을 길게 기르지 않아서 그런지 노인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지 오래 되었다. 소외감을 느끼는 노인들은 "자식 새끼 뼈빠지게 키워 봐야 말짱 소용없다."고 말한다. 아들 딸들이 애를 좀 봐달라고 하면 "애 보기가 일하는 것 보다 훨씬 힘들다며 "얼마 줄래?"하고 흥정부터 하려는 세태가 되어 버렸다. 손자 손녀를 잘 훈육시키고 다스려야하는 의무를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은 진정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수 없다. 자식들에게 다소 섭섭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더라도 손자 손녀를 등한시 하면 안된다. 그럼 집안이 망한다. 역사가 발전해 나갈 수 없다.
아들 형업이가 애를 낳고 키우며 "아버지, 아버지도 제가 어렸을 때 그렇게 사랑스러우셨어요?" "아버지는 제가 어떻게 했을 때가 가장 기쁘셨어요?"하며 이것 저것 자주 묻는다. 아들과 며느리가 애들이 하나 하나 성장해 가는 것을 보고 행복해 하는 것을 보면 무척 기쁘다. 손자 손녀들의 이목구비 중 잘 생긴 부분이 있거나 잘하는 게 있으면 모두 할아버지를 닮아서 그렇다며 감사해 한다. 저희들을 닮았음에도 이 애비 에미에게 영광을 돌리려는 자세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 며느리가 제 새끼들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내 아들 딸에게 저 이상 잘했었나 돌이켜 보게 된다. 모든 영광을 이 부모에게 돌리려는 모습을 볼 때에는 내가 부모님께 저토록 효도를 했던가 반성하게 된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아이 취급을 받는데, 정작으로 인격의 완성은 3대를 이루어 살아 보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듯 하다.
효자만교지본(孝者萬敎之本)이란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그렇지만 그를 표현하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난 아들 딸 남매가 미국에 가서 살고 있기 때문에 사랑스런 손자 손녀들과 늘 같이 살지 못하는 게 아쉽다. 그러나 며느리가 블로그를 만들어 1주일에 둬 번씩 아이들의 사진을 올려 주고, 매주 주말이면 전화를 걸어 아이들을 하나 하나 바꿔주며 통화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공간적으로는 만리 타국에 가 있지만 심정적으로는 시공을 초월하여 늘 3대가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현대판 효도 방법의 한 장르를 개척해 나가는 아들과 머느리가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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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철님의 댓글
며칠간 바빠서 인터넷에도 못들어 왔다가 늦었지만 대답을 드립니다.
10년만에 강의처럼 하려니까 새삼스럽습니다. 좋은 답이 되었길 빕니다.
활음조 (滑音調) [ 또는 : 호음조(好音調), 유포니(euphony)현상 ]
발음이 어렵고 듣기 거슬리는 소리에 어떤 소리를 더하거나 바꾸어
발음하기가 쉽고 듣기 부드러운 소리가 되게 하는 현상.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1).ㄴ음 =>ㄹ음으로:
怒 (성낼 노): 희노애락→희로애락, 대노→대로
諾 (대답할 낙) : 승낙→승락. 응낙→응락. 수낙→수락, 허낙→허락
難 (어려울 난) :간난(艱難)→가난. 곤난→곤란, 논난→논란
기타 : 한나산(漢拏山) →한라산. 한아버지→할아버지.
(2).ㅇ음 =>ㄴ,ㄹ음으로:
지이산→지리산. 폐염→폐렴.
(3).음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탈락하기도 합니다.
ㄱ음 탈락 : 육월=>유월,
ㅂ음 탈락 : 십월=>시월.
ㄹ음 탈락: 겨울내=>겨우내, 길다랗다=>기다랗다.
푸른빛님의 댓글
'대전'='한밭'이 그 예이지요.
경상도 안동문화권 지역에서나 평안북도 사투리에서는
‘할아버지’를 '큰아배', ‘큰아버지’라고 하고, ‘큰아버지’를 '맏아배', ‘맏아버지’라고 하는데
님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예가 되겠군요.
'한'이 '할'로 바뀌어 '한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됐다는 주장은 아주 타당성이 있습니다.
좋은 깨우침을 주셨습니다. 대단히 감사 합니다.
헌데 "ㄴ"이 "ㄹ"로 바뀌는 현상이 우리 고대 국어에서 많이 발견된다 하셨는데
그 예를 몇개만 알고 싶습니다. 03-16
박순철님의 댓글
용비어천가에 보면 "한아비를 믿으니이까"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한아비는 아버지보다 더 큰 아버지 즉 할아버지를 가리킵니다.
"한"이 "할"로 바뀐 것입니다.
"ㄴ"이 "ㄹ"로 바뀌는 현상은 우리 고대 국어에서 많이 발견되는 흔한 현상입니다.
"한"은 약 20가지가 넘는 뜻이 있으며, 문법적으로는 접두사에 해당합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헐다"의 "헐"로 보심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헐다"는 형용사이고 "헐"은 어간인데, 형용사의 어간이 접두사로 쓰이어
명사인 "아버지"와 결합하여 복합어를 이룸은 성립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용언(동사와 형용사)이 접두사로 쓰이려면
어간+어미의 완전한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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