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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기 여사 수필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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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살이 27년… ‘삶의 편린’ 담아내다
뉴욕 한인예술가 대모 김옥기씨 노년의 수필집 펴내
살면서 맺은 인연 그리고 애환들 따스하게 그려내

김옥기(66)씨는 미주 세계일보 문화부장과 편집인으로 오랫동안 뉴욕에서 살아왔다. 갤러리를 운영하며 뉴욕 한인 예술가들의 대모 역할도 해냈다. 이러한 삶의 이력에서 우러나온 글들이 이번 수필집에 오롯이 담겼다. 이 책에는 이민생활 27년의 애환과 뉴욕에서 만난 다양한 예술가들과의 인연, 영화나 책에 대한 단상이 함께 녹아 있다. 감상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삶의 편린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문장들이 따스하다.
“오늘, 장승을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갈까 생각하면서 갑자기 그 동자석이 생각난 건 마을을 지켜야 하는 나무로 만든 장승도, 무덤을 지켜야 하는 돌로 만든 동자석도 저 살아야 할 곳에 살지 못하는 게 사람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장승과 동자석’)
후배 집의 지하실에 유폐돼 있던 장승을 선물받아 집 앞에 세워놓았다. 어느날 보니 다른 한인 집에도 장승이 서는 바람에 ‘이상한 얼굴의 나무조각이 혼란스런 색을 하고 있어서 정말 코리안은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장승을 집 뒤 잔디밭으로 옮겼다. 서울에서 보고 온 동자석도 생각났다. 무덤 앞에서 죽은 자의 영혼을 지켜야 할 동자석이 어느 집 정원이나 전시장에 서 있었다. 장승과 동자석에 ‘저 살아야 할 곳에 살지 못하는’ 서글픔이 투사된 건 이민자의 숙명 때문일 터이다.
“모래성을 밟은 젊은 남자가 같이 걷던 여자 귀에다 뭐라고 소곤대더니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몇 번을 사과한 후 허물어진 모래성 앞에 앉는다. 그리고 모래성을 쌓는다. 아이의 가족도 함께 거들어서 원래 아이가 만든 모래성과 비슷하게 만들어놓는다. 젊은이는 잠깐 사이에 부서진 집을 다시 짓고 죽은 가족을 살려놓았다. …아, 사람도 저렇게 살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삶과 죽음의 모래성’)
뉴욕의 집 안에 풍경(風磬)을 걸어놓고 바람이 없어도 마음으로 소리를 듣는 그이고 보면, 모래성에서 삶과 죽음을 떠올리는 대목도 자연스럽다. 그는 “하루에 대여섯 시간을 자면서, TV나 영화를 보면서, 이웃 친척 부모형제의 죽음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매일 죽는 연습을 한다”고 부연했다. 그래도 가까운 이들의 죽음에 슬픔이 면역이 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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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언론인이자 한인 예술가들의 대모로 살아온 김옥기씨. 그는 “이민생활을 하면서 해바라기처럼 고국인 한국만을 바라보는 그리움의 흔적일 뿐”이라면서 “짧지 않은 세월을 ‘바쁨’과 ‘외로움’이란 단어를 가슴에 안고 남의 나라에서 잘도 견디며 살았구나 하는 대견함도 느낀다”고 서문에 적었다. |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건 역시 필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대목일 터이다. 김씨는 일찍이 소녀 시절부터 ‘학원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돼 문재를 발휘했지만 바쁜 이민생활 탓에 노년에 이르러 수필집을 내게 됐다고 한다. 그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남의 나라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산다는 건 쉽지 않다”면서 “이민살이가 전쟁을 하며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칠까”라고 썼다. 집 뒤에서 자라는 산딸기를 발견하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반기는 대목은 물리적인 나이를 떠나 여전히 소녀의 감성이 살아있음을 웅변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내년 이맘때엔 미국 사는 이 딸네 집 울타리에서, 당신을 외롭게 한 이 딸과 함께 산딸기 따기를 해야 한다. 그때는 내가 어머니를 덜 섭섭하게, 덜 외롭게 위로해 드리리라.”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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