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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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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자리

소상호

하얀 머리 깍으시고

편두통으로 가신 아버지

지금은 재 넘어 밭고랑에서

훠이 훠이 산 비둘기하고 놀고있지만

밤송이 매를 맞으며

꿀꺽 홍사감을 삼키며

논 밭 떼기 길가를

균형 잡으려는 바람이 휑 돌아 가고 있다

한 여름에 담배 순을 따며 귀찮하던 일이

추위와 함께 다가오고

그렇게도 웃으시며

가을겆이 고구마 가마니 수를 세어 보던 일

비틀대는 주정을 한 번도 안 하시고

항상 반주로 일생을 보내시던 분

안방 앞 마루에 정종 댓병이 나를 바라 보다

지금은 흔적 없이 가버리고

때묻은 가마 솥에 소죽 끓이고

아궁이 불에 고구마 구어먹던 그 시절

아버지는 군것질하면 돈이 궁하고

건강을 망친다며 그렇게 싫어 해

소풍 갈 때 용돈 한 푼 않주시고

알사탕 한 번 사주신 적이 없지만

그 아버지의 체취가 새록 새록 나는 것은

옛 시간의 귀환을 대신하는

그 자리가 바로 자신 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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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황을님님의 댓글

선배님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어린 시를 읽으니 우리아버지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시대 그사람들의 공통적인 정서를 접하게 되어 매우 흐믓하고
구정이 되어 언니랑 나랑 이쁜 자켓을 사 입히시고는 3년간 없다고 하신 돈아끼시는 우리 아버지
그러나 남다르게 배워야한다고 광주로 유학을 보내어 남들이 못하는 신여성공부도 시키고
통일교 축복까지 시켰으니 난 개인적으로 아버지를 참 잘 만났습니다
밤길에 돌아다닌것을 뚜들어 패가면서 독재하신 그 아버지가 왜 그때는 그렇게 미웠는지
친구들이 다 모여서 노는데 나만 못가게 합니다.
내가 커서 어른이 되어 늙어가니 그 아부지의 맘을 해아리며
선배님의 글에 눈시울이 적셔집니다

조항삼님의 댓글

아버지의 자리는 겉보다는 속으로 가족을
묵묵히 사랑하고 속으로 눈물을 흘리시는
고독한 분이시다.

세월이 흘러 부모가 되니 유년시절의 아버지의
모습이 느껴질 것만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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