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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과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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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과 현상
소상호
어릴 때 아버지와 거슬리면
늙은 소나무 밭 동산에 올랐지
푸석거리는 땅
그러나 아버지는그 땅에서 선택받은 운명이라도 되는 지
부질없이 환한 아침,
태양 모퉁이로 나서시어
저녘에 눅눅한 집으로 돌아오시곤 하던,
그래서였을 까
그때 내가 너럭바위 위에서 푸르게 흘려보내던
피리소리와 잠시 후 돌아오던 허공 반대편의 메아리가
유난히도 큰 까닭은 무엇이었는지
비가 오거나 꽃이 피던 시절이었다
나이가 먹어 아내하고 갈등이 생기면
한강 가 이층 카페에 혼자 앉아
지난 날들을 더듬으며 커피 속으로 들어가
미소와 그리움을 마시기도 한다
마지막 커피 물에 나지막하게 속삭이다
운명의 배려를 부탁하며
시간 속에 다음의 정취를 깊이 마시고
갈색 대화의 아픔을 전달하며
안개꽃 카페에 안유 하도록 다짐 하면서
조용히 창밖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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