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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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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소상호
잔 사연 하나하나 끌어모아
풀빛 짙은 언덕 한 끝에 이르고 싶다
바람 깊은 밤 외딴 기러기 소리 처마 삼아
오두막 한 채 짓고 싶다
약속의 집, 허공을 가리고 빈곳을 채워
박꽃같은 흰집 하나 깨우고 싶다
꿈은 들창 하나 열고서 밖을 내다 보아도 좋으리
집이여 만나고 싶던 집이여
길손들은 다 어디에서 피었던 꽃이었을까
그 때 어쩌면 종교를 불러들이는것도
세월이라는 사건이 였으리라
귀향의 이정표대신 고향으로가는 내 일상은 향내나는 숲과 같은 것
책으로 들어찬 거실과 몇줌의 제목들이
오후가 되어야 잠시 들렸다 가는
방물장수같은 일광욕을
잠시 내어준다
저녁엔 차 끓는 내음 하나 피워내어
숲을 빠져나온 어스름들에게 담소도 한잔 내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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