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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球形運動 ...이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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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구형운동(球形運動)

지난 여름 손자를 데리고 영종도 부근 장봉도를 다녀왔다. 아무리 어릴지라도 요즈음은 섣불리 약속했다가 지키지 않으면 어린아이에게 두고두고 원성을 듣게 되어 큰 빚으로 남게 된다.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하루 코스로 갈 수 있는 곳을 찾아보니 바로 장봉도가 적당하다 생각되었고, 바닷가 이름 아래 비치가 있어 바다 수영은 물론 텐트도 칠 수 있어 하루 코스로는 가벼워 보이면서 그렇게 해서라도 여름 가지 전 바닷가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집에서 멀지 않고 자동차로만 아니라, 배도 타고 가는 곳이기에 아이에게는 운치가 있게 느껴질 것으로 나름대로 여겨졌던 것이다.

넓지 않은 항구에서 자동차를 배에 싣고 약 40분 걸러 목적지에 도착했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 6살 박이 아이는 갈매기에게 과자를 주고 따라오는 새 때를 보며 마냥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출발이 좋아 보였고, 어린 손자에게는 장봉도 섬을 택한 것이 평균 점수 이상은 따고 들어가는 듯 싶었다.

갈매기가 어쩌다 던져주는 과자를 놓치면 아쉬워하고 물에 떨어진 것을 다시 부리에 무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내 스스로도 복잡한 도심을 떠나 오랫 만에 자연과 함께하니 오히려 손자에게 고마운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비록 어린 손자이지만 할아버지에게 명령을 하면 나는 따라야만 한다. “이리 와봐 할아버지! 갈매기가 내 과자를 물고 날아갔어. 바다에 떨어졌는데 그것도 잘 집어 먹네.”

“할아버지! 바닷게가 구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해, 참 신기해. 이리 와서 한번 잡어 봐” 등

아이가 즐거워하며 이리 오라하면 오고 저리 가라하면 가게 된다. 어리다고 내 지시나 명령을 따라야만 된다는 것은 가정 안의 사랑의 질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어리든 크든 오라하면 오고, 가라하면 가야 하는 사랑의 아름다움과 귀여움이 있는 곳에서는 나이, 체면, 자존심 모두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장봉도 해변에서 크게 느낀 것이다.

이러한 광경은 어디 할아버지와 손자 뿐 이겠는가? 부부지간에도 형제지간에도 모두 마찬가지이리라. 지난 여름 손자와 보내면서, 지금까지 서로가 한 푼도 되지 않는 자존심 세우느라, 남편의 우월함을 앞세운다든지, 부모 입장만 내세운다든지, 형이니까 하는 식으로 책임도 없고, 보살핌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랑 없이 권위만 앞세웠던 내가 아니었나?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는 특히 가정 안에서는 그 어떤 계량기로도 측량 할 수 없는 오고 가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원형운동에 의해서 생기는 사랑의 구형운동, 즉 가정 안에서의 사랑의 질서에 의해 이루어지는 아름다움과 사랑이 오고가는 운동임을 느끼게 되었다. 할아버지와 손자 간에 서로 당기고, 부자 간에도, 부부 간에도 당기고 미는 바로 사랑의 입자를 지닌 파동, 그 파동이 작동하여 6살 박이 손자가 할아버지를 당기기도 하고, 아내가 남편을, 동생이 형을, 자식이 부모를 당길 때 천지 사방으로 흩어졌다 모아지고 모였다가 흩어지는 속에서 마냥 즐겁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힘이 입체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 된다. 이렇게 사랑으로 당기고 끌려가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게 되니 이것이 곧 사랑의 구형운동 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손자가 갯벌 흙을 내 등에 장난삼아 바르면서 “할아버지는 조폭 같아!” 하며 웃는 귀여움도 있고 나는 나대로 그녀석의 등과 온 몸에 흙을 바르면서 “너는 어린애 조폭 같다!” 고 하면서 물장난 치고 뛰어 다녔던 그 바닷가에서 느낀 것이, 가정 안에서 사랑의 구형 운동 이었던 것이다. 서로가 그 무엇을 센터에 두고 끌어당기는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는데, 그 센터에는 우리들 속에 자리 잡아온 가정 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랑의 본심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상대가 손자일지라도 나는 나의 부모도 그렇게 대하고, 아내에게, 형제간에 부모와 자녀에게도 끌어당기는 사랑이 있어 나도 모르게 끌려 다니고 끌어오고 하는, 그것은 단순한 평면이 아닌 사방에서 입체적으로 이루어지는 원형이며 그것이 모아져 구형의 모습으로 이루어지듯이 가족 안의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모두에게 느껴지는 사랑의 구형운동이라 생각 되었다. 이러한 사랑의 구형운동이야말로 우리 마음 속에 무형으로 자리 잡아 끝없이 마치 지구에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의 자석이 부모, 형제, 자녀, 부부, 우리 가족 안에 서로 밀고 당기고 하는 사랑의 운동이 벌어져 구형운동화 할 때 우리 가정 안에서 아름다움의 질서는 계속 남아질 것이라 확신 한다.

둥근 구형의 태양이 떠오르는 이 날, 장봉도에서 손자의 귀여웠던 모습을 떠오르며 사랑의 구형운동을 다시 생각해 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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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윤덕명님의 댓글

감사와 감격과 감동과 감탄이란 4감이야말로
평화와 행복과 자유와 이상에 이르는 디딤돌!
이목사님의 겸손과 겸허와 겸양으로 연유하여
살맛나고 아름다운 심정의 세계 이루어지지요.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른다고 하는 것은
진심으로 모른다는 말이 아니고 잘 안다는 것
필사측생 , 필생측사라는 말씀 실천하는 것을
심령이 맑고 깨끗한 사람은 잘 알고 있습니다.

선배와 후배가 아우르고 제직들이 하나 되면은
전통과 정통이 조화를 이루고 교회가 되살아나
초창기 뜨거웠던 그 열정과 열심과 열의가 돋아
하나님과 참부모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져요.^^

이재홍님의 댓글

이렇게까지 졸필을 옮겨 주시니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선배님, 후배님 그리고 장로님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윤덕명님의 댓글

깨달음이란 아주 작은 것일수록
더 자극적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자존심이라는 것은 사람들과의
거릴 멀리하는 악성 바이러스로
경계의 대상임을 알려 주셨군요.

"미풍에 날려가는 사랑의 보자기
할아버지와 손자의 막역한 대화
그것은 하나님과 상봉하는 통로
가정에는 천국의 모델이 있어라."

이목사님의 손자에 대한 애정엔
애당초 하나님의 청사진이 있고
삼대가 하나로 아우르는 조화로
그토록 그리던 에덴궁 이루지네.








조항삼님의 댓글

정말 맛깔스러운 멋진 작품이네요.
가족구성원의 입체적인 사랑의 밀고 당김이 섬세하게
묘사됨이 매혹적 입니다.

정해관님의 댓글

감동을 주는 글을 옮겨 적다 보면 본의 아닌 칭찬도 듣게 되는 군요.
우리 은평지회는 유난히 이 사랑방과의 인연이 깊을 수 있는 인맥이 됨을 영광으로 생각 합니다.
앞으로 선의의 경쟁이 됨도 구경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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