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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둔치에서 라면을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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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겨울 오후5시

당산역 4번 출구 한강 쪽으로 긴 복도가 깔려있다

현대식으로 잘 다듬어진 200미터 복도

뚜벅거리며 따라가면

한강 둔치공원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타고 내려가면

공원을 다듬는 토목공사 남아 있어 눈앞이 어수선하나

한강의 도도한 버팀에 다소 마음의 안정을 찾아

쉴 곳이 보인다.

배가 출출하여 둔치 상점에 들려 먹을 것 물어보니

자판기 박스에 2000원을 넣으면 맛있는 라면을 먹을 수 있다하여

지폐를 바꾸어 넣으니

조리시간 약 2분 30초가 지나

4각형 은박지에 정리된 라면사리가 국물사이로 조용히 가로누워

날 잡아 먹슈 하며 기다린다.

오랜만에 먹는 라면이지만

한강 바라보며 정돈된 라면 사리를 건져먹는 맛은 과연 일품이로다

도도히 누워 움직이지 않는 강 수면을 바라보니

펑 펑 짐 한 곳에 팔 벌려 누워

어두워가는 밤하늘에 별을 찾아

열한별에 한별을 보살펴 큰 별로 빛나게 하였으며하고 부탁하며

성서적 의미에 심어보는 내 영혼이

점 점 철이 들어가는데.

강은 말이 없다

너무 조용히 무거워

무섭기도 하다.

혹시 강속에 무엇인가 기다리다 뛰쳐나올 것만 같은 양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동인지 서인지 잠잠하다

통 움직이지도 않고

물비늘 눈만 깜박거린다.

도대체 강신(江神)은 무엇을 하는지

초겨울 부는 바람은 싫지 않고

춥지도 않게 알맞게 불어.

한강 수면을 거스르지 않고

두드리지도 않으며

그냥 다가오는 바람이

익어가는 갈색 정취를 새롭게 덧칠해 준다.

무언가 세월의 아픔을 치유할 나만의 시간을 주는 것인 양

무언가 다듬어가는 세월속 배고픔을 달래는 탕 한 그릇을 주는 양

풍요로운 이웃이 되어준다.

조용한 강물은 강가 아파트 불빛을 잡아

치마속에 푹 담가 여름내 찌든 먼지와 더위를 씻어주는데

지긋히 바라보는 세월의 눈은

거스르는 용심을 닥아주는 넉넉한 이웃인

강과 바람인 것을

감사하게 맞는다.

눈물이 고이도록 고마운 이웃

마음에 고이 담고

오늘 하루를 보내며

아내의 전화를 받는다.

"또 시(詩)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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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조항삼님의 댓글

계절의 변화에 무딘 군상들도 시인님의 자연경관의 맛깔스런
묘사에는 아름다운 마음이 일렁입니다.

한해를 뒤돌아 보는 좋은 계기이군요.

정해관님의 댓글

산에가면 산새가 물에가면 물새가 반기듯이, 삼각산으로 한강으로 순방하시면서 아름답고 의미있는 詩語를 생산하시는 님의 덕분에 이 사랑방이 더욱 활기차고 우정을 쌓아가는 샘터가 되게 하심을 감사 드립니다.

신재숙님의 댓글

제가 사는곳은 한강과 너무 멉니다 .
꿩 대신 닭 이라고 낙동강에 가봤습니다 .
낭만도 아름다움도 거기다가 오리알도 안 보이더군요.
한강을 곁에두고 사시는 님 들이 한없이 부럽습니다.
저도 한강을 찿으면 님처럼 시상이 떠오를 까요?

소상호님의 댓글

윗글은 마음이 답답하거나
새로운 공기를 맛보기 위하여
찾아가는 한강의 둔치 공원의 답사기 입니다

저는 너무나 좋습니다
서울 시민의 긍지를 느끼고
한강의 기를 듬뿍 가지고
그리고 받고 옵니다

다녀온 후
당분간은 영혼의 힘을 주는 한강의 건강함이나
든든함이 어머니 젓줄처럼
느껴지는 나의 사랑입니다
나의 힘입니다
건강을 이어주는 표본입니다

소상호님의 댓글

교장선생님은 불교의 도나 사랑만 가지시고
시 쓰는것은 다소 뜸하시는 것
아니신지
통 않올라오는 시
많은 사람들이 기다립니다
요사히 느끼시는 심정
좋은 시로 소화하여 써서 올려주시면
기대합니다

박순철님의 댓글

한강과 라면의 조화는 배부름의 미학과, 인생을 관조하는 상념의 갈등으로 대표된다.
누가 그랬는가. 라면의 꼬불꼬불함은 배고픈 사람의 속마음을 나타냄이오,
국물의 얼큰함은 한강물을 마셔보지 못한 사람의 실수라고~~~~~

그래서 소시인은 얼척없이 전화를 보낸다.

"또 시(詩)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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