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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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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바람이고 싶다.
조용한 정원에 핀 꽃을 보면
그냥 스치지 아니하고 꽃잎을 살짝 흔드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스테이크가 맛있더라도
조용한 음악이 없으면 허전하고
언제 보아도 머리를 청결하게 감은
반려자가 마음에 흐뭇한 노년의 신사이고 싶다.
질풍노도 같은 바람은 아닐 지라도
그 이의 치맛자락을 살짝 흔드는 산들바람으로
저무는 노년을 멋지게 살고 싶어하는 오늘이어라
.
시대의 첨단은 아니지만
두손으로 핸드폰 자판을 누르며 문자 날리고
길가에 이름없는 꽃들을 보면
디카로 담아 메일을 보낼 줄 아는
센스있는 노년이고 싶다.
가끔은 허브차 한 잔에
코 끝에 진한 감동이 일고
마음이 통하는 님과 함께라면
밤늦게 노닥거리는 대화의 무드가
꿀송이처럼 미각을 증폭시키고.
아직도 반려자를 바라 보면
님의 향기에 가슴이 잔잔한 파동이 일으키는 나이
세월은 어느덧 저산 넘어 황혼이지만
머물기 보단 바람 부는 대로 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나이
이제라도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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