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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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가는 날
후목/소상호
딸아 딸아
너는 28년 전 정월 이틑날
하얀 빛이 그리도 싱그럽고
노랗게 비추인 햇쌀이 너무 고운 날
대숲이 포근하게 감싸안은 키크고 우아한 거룩한 나무
그 가지가 휘어지도록 주렁 주렁 열매가 달리고
그 사이로 비들기 후두둑 날리는
태몽과 함께 우리부부에게 찿아왔단다
딸아
너는 우리가정에 웃음 꽃이며 소망의 열매며
편안한 비둘기였단다
어느 때는 함박웃음을 주고 어느 때는지긋한 미소를 주고
어느 때는 편안한 기쁨을 주었단다
보라유치원의 재롱이 커서
은혜초등학교를 지나 대학를 나와
지금은 국어선생님이 되어
이제 너의 짝 형진이를 만나
시집가는 날이 되었구나
네가 살아야하는동네는 청파동이라 하는구나
혹이나 텃세가 없겠지만
보는 사람마다
방긋웃는 미소로 인사드리고
상냥하게 말을 하여라
시아버지 시어머니 공경하며 사랑받고
형진이의 두 눈을 너에게 고정시키고
형진이의 가슴을 깊고 넓게 열어 그 곳에 살아라
아빠는 네가 보고싶으며
낮에는 네가 근무하는 서오능 하늘을 보고
밤에는 네가 자는 청파동 하늘을 보마
혹여나 살면서 마음이 아프며
수돗물을 틀어보아라
깊고 먼 산골짜기에서 흘러 흘러 한강을 따라
어두운 땅속에 길고 긴 수도관을지나
두려움과 어려움을 이기고
콸 콸 쏟아지는 하얀 물을 잡으며 느껴 보아라
그러다 창문을 열고 파란하늘을 보면
하늘의 구름도 보고 반짝이는 별도 보아라
마음이 편안할 것이다
딸 정원아 !
아빠는 이글을 쓰면서 너무 울었단다
시집가는 날, 보내는 날
울지 않으려고 미리 울었단다
오늘은 너를 보내지만 또 하나의 아들인
형진이를 얻는 날이기에
기쁨으로 보낸다
부디 행복하여라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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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관님의 댓글
사실 '관혼상제'의 의식이야말로 각 종교의 정체성이 나타나는 중요한 의식인데, 우리의 경우 그 '정체성'이 세상을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여 걱정 스럽 습니다. 우리들 모두가 한번 쯤 고민해 보아야 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 됩니다.
부모의 심경과 바램을 나타내는 시 낭송이 매우 인상적 이었습니다.
조항삼님의 댓글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낭랑한 시낭송을 하는 그 Tone 이 제게는 너무도 감동적 이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다 키운 자식을 남을 주는 것처럼 억울한 일은 없을 것
입니다.
고고성(呱呱聲)을 지르며 태어날 때부터 학업을 마치는 날까지 수 많은 염려와
수고로움이 있었습니다.
젖먹이 때는 행여 아플까 노심초사하고 학교 다닐 때는 학업이 뒤질까 안타까와
하고 만만치 않은 양육비, 교육비는 어찌 다 말로 표현 하오리까 그야말로
금지옥엽 키워 온 딸 자식을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뭐로 대신 하겠습니까.
생각하면 그저 하늘을 멍하니 쳐다 볼 수 밖에 ***
먼저 딸을 보낸 제 마음이 시인님과 비슷하겠죠.
이젠 모든 생각을 접고
"그저 잘 살아만 다오".
댓글을 다는 제가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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