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전철역 하행선 기둥에 붙여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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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스월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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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산천이 왜 흐뭇이 정겨울까? 그것은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낯익은 풍경과 소리가 무조건 반가와 하기 때문이다. 그곳이 자신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곳이라면 더 말할 나위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날이 살아 숨쉬는 곳곳을 거닐면 까마득히 정지된 추억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나 미소 짓게 한다면 이 아니 즐거울쏘냐.
타향살이도 어느 한곳에 오래 머물다보면 자연스레 정들기 마련이다. 그 세월이 길면 길수록 그 풍경과 소리가 정다이 애틋하게 느껴져 편안한 쉼터로 자리 잡는다. 아예 삶의 터전을 본적으로 호적정리 하여 후손에게 고향으로 물려주기도 하니까.
여행도 그러하다. 당일치기로 차창으로 스쳐가는 순간뿐이라면 관광했다는 증명사진에 불과할 것이요, 구입한 기념품만이 그 흔적으로 남을 상 싶다. 허나 그 여행이 대부분 자신의 노력으로 모든 일정을 혼자 소화해야 하는 일정이라면, 더불어 투자된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여행의 소감문은 한결 길어질 것이고 오래토록 가슴속에 담겨 메아리가 칠 것이다.
그런 여행은 다소 심란하고 고생이 따르겠지만, 단체관광에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독특한 묘미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자신만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고향처럼 자신만의 사연이 살아 숨 쉬는 여행의 나이테가 생겨난다면,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그 풍경과 소리에 무의식속에 잠자던 상념들이 들이돋아 들뜨게 한다.
그러한 체험들을 나는 부천 상동의 아인스월드(Aiinsworld)에서 하게 된다.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이 전시되어 있는 이곳은 전 세계 25개국 109점의 유명건축물들을 하루에 여행할 수 있는 기막힌 부천의 관광명소이다.
내가 여행하지 못한 건축물에서는 호기심만으로 안내판을 살피고 지나칠 뿐이다. 허나 내가 살았던 지중해 연안의 건축물 앞에선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지고 낯익은 전통음악의 정겨움에 취해서 타임머신을 타고 아련한 추억의 여행을 떠난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제1호가 자리한 아테네에서 나는 꽤 살았다. 틈나면 종일 시내를 발이 부르트도록 쏘다녔고 휴일이면 무료입장인 아크로폴리스에 올라 주위를 맴돌았다. 파르테논신전 성벽 아래엔 가난한 서민의 삶이 물씬 풍기는 뒷골목이, 한길에서 연주하는 나그네의 ‘베샤메뮤쵸’의 바이올린 연주가 망각의 늪에서 무심코 튀어 나온다.
이집트 내의 여기저기 흩어진 피라미드 여행도 카이로에 살면서 시작되었다. 그 후 아내와 함께 이집트에 입국해서 스핑크스를 찾았고, 한번은 일행을 인솔해 피라미드 인근 높다란 모래 산에 오르기도 했다. 가풀막진 모래벌판을 낙타를 타고 내달리던 상아빛 기억이, 옛왕국 수도인 멤피스에서 이집트 최초의 피라미드의 폐허 속에 빠끔히 들어낸 한 해골을 편히 쉬도록 정중히 모래 속에 묻어주던, 비공개된 벽화무덤을 비밀협상으로 홀로 관람한 사연들이 신기루인양 환상의 늪에서 알라딘의 요정이 튀어나오듯 불현듯 뇌리 속에 빛을 발한다.
재스민 향기가 그윽한 요르단의 암만에 살면서 페트라를 여행하러 아카바의 아랍숙소에 묵었다. 어느 나라에 가던지 나의 생활은 그 나라 서민들이 애용하는 숙소요, 음식이다. 최소한의 경비로 최선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외길의 모험이지만, 뭐니해도 여행의 묘미는 문화체험이 아니겠는가. 그 지름길은 잠자리와 멋거리에서 시작된다.
페트라에 가려니, 버스기사가 탑승객이 적어 출발하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 나를 포함한 영국, 불란서, 독일에서 온 배낭객 대여섯은 황당하기만 했지만 어쩌겠는가, 아쉬운 것은 우리인데. 버스기사와 흥정에 들어갔는데 “저렴하지 않으면 편안히 택시를 타고 가지, 뭐하려 버스를 타겠느냐?”는 독일인 여자의 설득으로 거래가 성사되었다. 그녀는 슬쩍 윙크로 미소 지으며 일행에게 돈을 걷어 기사에게 건네 줬다. 독일인은 절약정신이 강하다고 배운바 있는 나에게 그녀는 실증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런데 웬일인가? 버스는 한참 산달을 내달리다 어떤 승합차 앞에 서더니, 우리들 보고 바꿔 타란다. 어처구니없지만 우린 승합차에 비좁게 앉아 이리저리 서로 부딪치는 비포장도로를 달려 페트라에 도착했다. 우린 국경을 초월해서 자연스레 동료의식으로 뭉쳤다.
동로마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은 일곱차례나 오갔으니, 성소피아사원은 내가 노닐던 앞마당이었다. 베테랑 가이드처럼 성 소피아 사원을 안내할 것만 같다.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의 둥근 지붕 위에까지 걸어올랐으며 교황이 집전하는 성탄절 미사에도 참여하였다.
이란의 이맘 모스크도 그러하다. 테헤란 버스터미널에서 이란인이 아닌 이는 나 혼자뿐인 고속버스에 탑승해 울쑥불쑥한 민둥민둥 산달을 수없이 창밖으로 흘러 보내며 남쪽으로 달리고 달려 초록빛 오아시스의 아름답고 멋진 페르시아의 옛 수도인 에스파한에 도착한 이튿날 이맘 모스크의 광장을 거닐 수 있었다. 도중에 드넓은 황량한 야밤에 잠시 휴식을 취할 때 버스에서 내려 올려본 둥근달의 밤하늘은 너무도 찬연스러웠다. 곳곳마다 군인인지 경찰인지 모를 검문소는 왜 그렇게 자주 있는지.
달리는 차선이 2차선이다. 앞차를 추월하려면 버스를 앞차 꽁무니에 바싹 붙인다. 그리고는 기사가 창밖으로 고개를 재빨리 내밀어 맞은편 차선을 살피고는 순간적으로 핸들을 틀어 반대편 차선으로 내달아 추월하는 것이다. 그 순간마다 사고날까봐 오금이 조려 조마조마하다. 더욱이 껍질이 있는 해바라기 씨앗을 연거푸 까먹으면서 잘도 달린다. 세계에서 으뜸 운전수는 단연 이란인 일 것이다.
그리스, 이집트, 모로코, 요르단, 이란, 터키 등은 아랍풍으로 전통음악이 엇비슷하다. 아인스월드의 더 큰 매력은 각 존마다 그 지역의 전통음악을 들려주는데 있다. 귀에 익은 이런 연주나 노랫가락에 건축물들은 더욱 문화의 독창성을 뽐낸다. 나라별로 전통음악이 흐르는 스피커 장치에 아이스월드는 더욱 정겹게 다가오는 것이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 C도 수차례 방문했다. 그중 엉덩이가 폼나게 올라오는 사이클 자전거를 타고 시가지는 물론이고 주택지를 벗어나 자연이 살아 숨쉬는 시외까지 누비고 다녔던 기억이 으뜸이다. 백악관, 미국 국회의사당, 워싱턴 기념비, 링컨 기념관 방문은 당연지사다.
뉴욕 리버트섬에 내려 자유여신상의 이마 위까지 걸어 올랐고 홀로 뉴욕시내 천장 없는 이층 관광버스에 올라 맨해튼의 빌딩숲은 샅샅이 살펴보기도 하고 발목이 뻐근하토록 맨해튼을 걸어 다녔고 밤새 네온사인이 현란한 브로드웨이의 타임스퀘어에서 홀로 공연을 즐겼다.
유엔본부에 들려 쇼핑한 귀국 선물 중에 백파 최은휴 선생께 드린 선물도 생각난다. 미국에 갔다 왔으면서 선물 하나도 없느냐는 겉말에 점직스레 약국에 찾아가 전달한 기억도 어슴푸레하다.
이런저런 애틋한 추억들이 아인스월드에 살아 숨쉬며 항시 나를 반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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