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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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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레스토랑

厚木/소상호

정오를 조금지나

안양 관악역 앞, 왼쪽 두번째

황소 눈알만한 문을 가진 집

약속 시간이 여유있어 점심을 하며 기다리기위하여

엘에이 퓨전 레스토랑으로 들어선다

벌써 자리가 사람의 모습이다

여자들이 훨씬 많고 남자들은 숨어있다

어쩐지 남자들이 슬프게 보인다

창가에 앉아 메뉴판을 뒤적이다

맨 끝에 있는 오삼불고기를 잡는다

아침식사를 넘겨

매콤한 고기가 눈 그물에 걸린다

옆 테이블, 앞 테이블

여자들의 얘기소리 들으니

새들이 지저귀는 숲속 한가운데 있는 것 같다

눈에 들어오는 표정 하나 하나가 마술이다

나는 곧 그들의 마술에 빠진다

턱을 손등으로 괴고 젖은 미소를 짖는 이

양손으로 어설픈 그림을 그리며

고개를 반쯤 돌리고 멋을 풍기며 상대방을 홀리는 이

입에다 손을 감싸듯 하고 부러운 시선을 만들어

상대방을 뚫어지라 응시하는 이

포크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인상을 쓰면서

의미심장한 얼굴로 상대방을 노리는 여인

치킨을 앞니로 물어 띁다가

입맛을 다시며 꼼짝 못하게 눈을 튀기는 사람

물을 머금고 물컵을 입에 댄채로

눈의 하얀 창에 힘을주고

군 침을 삼키며 상대방을 뚫어지라 바라보면서

자신의 말을 살살 던지는 사람

하얀 모자를 쓰고 노란 음료수 잔을 높이 들고

눈을 크게 뜨면서 얼굴을 상대방에게

부딧치듯이 밀착하며 당기는 사람

머리를 묶는 손놀림을 감칠나게 하여

주위사람을 빨아드리는 여인

하얀 손으로 얼굴을 곱게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상대방 말을 안심시키는 여인

하얀 테두리 안경을 쓰고

차가운 미소를 넌지시 뿌리며 불안하게 만드는 이

모두가 기지와 위트를 가진 마술사이기에

긴 시간이 홀연히 사라진다

식사준비를 위한 세팅을 시작한다

곧 이어 오삼물고기가 나와

매콤한 맛을 가지면서 허기를 달랜다

안개속에 묻힌 세상에서 다시 사물이 보인다

누구를 위한 만남인가

주신 삶을 다듬어 아쉬운 그림을 그리고

주어진 무대에 애착 가지고

얼굴에 색칠도 하여보고

서투른 수도 놓아보고

어느새 농부가 되어

파란 들을 만들기위해 겨자씨도 뿌려보며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쉰밥이라도

나누어 주기위하여

만남을 일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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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parksinja님의 댓글

소상호님의 그림속에 나의 모습도 들어있는듯한 착각이 일어 납니다..
언제..어디서고..누군가가 나를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초상권침해는 아니지요?

조항삼님의 댓글

시인님이 인상착의를 시적으로 또는 유머러스하게
코믹하게 풍부한 착상으로 다양하게 묘사하니 아주
재미 있습니다.

글을 읽는 순간 배경이 시야에 확 들어오니 같이
합석하여 메뉴를 즐기는 기분입니다.

문정현님의 댓글

레스토랑에서 맛있게 드실 준비운동을
하시는 특별한 여유를 가지셨군요.

난 식당가면 아무것도 안 보이던디...ㅋㅋ

고종우님의 댓글

앞으로 식당에 가면 시인을 조심해야 겠어요.
시인의 시야에 걸리면 그 시인께서는 나를 어떻게 그리실가 두렵기도 하고요.
시인께서는 온통 세상이 모두 시 제목이신것 같습니다./ 부러버라

유노숙님의 댓글

관찰력이 굉장 합니다.
오삼 불고기는 아주 맛이있었나요?오삼 불고기가 뭔지요..
여자들의 표정 들이 시인의 눈에 걸려서 아주 좋은 글이 나오게 했습니다
재미있게 잘보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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