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으로
보면 소한.대한도 지나고 봄을 알리는 입춘도 얼마 남지않았다. 가는 세월 잡지 못하고 오는 나이 막지 못한다고 했다. 뉘라서 세월의 흐름을
막을소냐. 신정이 지난지 한 달여만에 갑오년 설이 다가왔다. 설이라는 말은 '사린다',사간다에서 온 말로 조심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또 섧다는
말로 슬프다는 뜻이라고도 한다. 본래 설날은 조상 숭배와 효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귀성 차량 전쟁이 시작돼도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정부도
국민화합 차원에서 설 명절을 맞아 29일자로 서민 생계형 형사범·불우 수형자 5925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아울러 모범수 871명을
가석방하고 운전면허 행정제재자 등 총 289만6499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가 함께 시행된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물가관리· 서민생활 안정·재난 안전관리 등 설날 민생안정 대책을 집중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안전행정부는 전국 시·도에
물가관리 종합상황실을 설치·운영해 과일류, 쇠고기 등 농축산물 등 28개 성수 품목에 대한 집중적인 물가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재래시장 주변 주·정차 확대, 배달서비스 실시 등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해 활기찬 설 명절 분위기가 되도록 배려하고 있고,
재난관리·응급진료·특별방범 등의 대책도 마련해 국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설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진행되고 있다.
한편
우울한 소식도 있다. 마냥 즐거워 할 수만은 없다. 전북 고창서 첫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벌써 두주째 창궐하고 있어서 설
대이동으로 인하여 전국으로 확산 될까 염려된다. 이미 닭ㆍ오리 등 200여만 마리가 살처분되고 이동ㆍ매매가 금지되어서 해당 농가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또 AI가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도 있고, 민족 대이동으로 인해 AI가 확산될 우려도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자식들의 귀성을 막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민족의
대 명절이 누구에게나 다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풍요로운 집안에서는 온 가족이 모여서 즐겁겠지만 가난한 집에서는 명절이 오히려 고통스러울
것이다. 옛말에 ‘가난한 집에 제사 돌아오듯 한다’는 말이 있듯이 설은 그 만큼 즐겁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우울하기도 한 명절이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직장을 구하지 못한 구직자의 67.3%가 취업실패를 이유로 명절 친지모임에 불참한 경험이 있거나 불참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
이유로는‘취업을 주제로 친지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아서’(47.2%)이다. 설 명절 금기어 까지 등장했다. 시집 장가못간
젊은이들에게‘언제 결혼할거야’ 취업못한 구직자 앞에서 ‘취직 아직 못했어’‘누구는 대기업 들어 갔다더라’등등 ...
다음달
25일로 집권 1년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잘하고 있는 분야로 국방·안보를 꼽은 반면, 가장 잘못하고 있는 분야로는 경제정책을 지목한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도 있다. 그런데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이달 13~16일 전국 372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설
경기가 지난해보다 악화됐다'는 응답(46.6%)이 지난해 같은 조사보다 9.8%포인트 줄었고, '설 경기가 개선됐다'는 대답은 9.8%로
작년(2.5%)보다 7.3%포인트 증가해서 기업 현장에서의 경기 회복 징후가 보이는 것으로 볼 수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분위기에 맞춰 모처럼 재개될 것 같은 이산가족상봉도 아직까지 북측의 답변이 없어 그 실현이 불투명하고 정치권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얻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민감한 북핵문제 등, 올 해는 격동의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즐거운 설 날에는 그 동안 흩어저 있던 온
가족이 모이는 풍요롭고 단란한 명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성범모의 공생경제/ 경제칼럼니스트) * 데일리리뷰 칼럼 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