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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숙님의 조선일보 연재 [일사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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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오드리 햅번이 자녀에게 남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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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
‘얼짱’에 이어 ‘동안(童顔) 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 TV에 나오는 중년 여배우들 중엔 어색하리만큼 탱탱한 얼굴들이 많다. 그 얼굴들을 볼 때마다 나는 이 여인의 주름을 생각한다. 가늘고 여린 몸매에 귀족적으로 각진 턱선, 병들어가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를 품에 안고서 고요히 세상을 응시하던 깊고 큰 눈. 그녀의 이름은 오드리 햅번이다.

그녀의 모습을 처음 본 것은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를 통해서였다. 선머슴 같은 시골처녀에서 특별 교육을 통해 우아한 레이디로 변화하는 오드리 햅번의 매력은 나를 한 순간에 매료시켰다. 그녀가 할리우드에 데뷔하던 1950년대는 마를린 먼로처럼 금발에 섹시한 매력이 큰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그런 시대에 깡마른 몸매에 투명하고 우아한 이미지를 지닌 오드리 햅번의 등장은 아마도 ‘미(美)의 혁명’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이 노년에 정점에 닿았다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여배우들이 늙어가는 것에 겁내고 있을 때 그녀만은 주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지(奧地)의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나누느라 주름이 늘어가는 것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으리라.

오드리 햅번이 자녀에게 남긴 글 한 마디가 기억난다. ‘네가 나이가 들면 네 손이 두 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네 스스로를 돕는 손이고 다른 하나는 남을 돕는 손이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기도한다. 하나씩 늘어가는 주름을 발견하기보다 내 손과 내 몸이 무엇에 쓰여지는 게 옳은지 발견하는 하루가 되게 해달라고.

[일사일언] ‘대사 없는 연극’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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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

어느 밤, 우연히 TV를 보다 공연 소개 프로그램에서 연극 한 편을 만났다. 극단 사다리의 ‘시계 멈춘 어느 날’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연극 잘 만들기로 유명한 극단의 창작품이라고 했다.

무용수 시절 나는 사실 발레밖에 몰랐다. 은퇴 후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그동안 생각만 하고 접어뒀던 것들을 하나씩 펼쳐보고 있다. 우리 발레단이 올여름 발레 뮤지컬 신작을 준비 중이라 ‘시계 멈춘 어느 날’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연극은 어떻게 창작할까, 하는 호기심이었다.

대형 발레극과는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출연 배우가 세 명뿐인 ‘시계 멈춘 어느 날’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신선했다. 가방이 때론 집이 되고 때론 배가 되는 설정, 군대 모자에 천을 길게 씌우는 순간 사랑스런 신부 드레스로 변하는 창의성…. 그 밖에도 물고기, 달, 새, 꽃, 스카프 등 평범한 오브제를 적절하게 활용한 구성이 흥미로웠다. 전쟁 이야기인데 무겁게 느껴지지 않은 건 그래서일 것이다.

놀라운 건, 연극인데도 대사가 단 한마디도 없었다는 점이다. 탈을 쓴 배우들이 움직임과 오브제만으로 관객에게 스토리와 메시지를 전달했다. 탈 안에 숨겨진 배우들의 표정이 보일 듯 표현력이 좋았다.

무용은 어떤 방법으로든 ‘대사’를 입히려고 고민인데, 연극에서는 대사를 싹둑 잘라내는 시도를 한다는 게 놀라웠다. 관객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기 위해 때론 지닌 것을 버리고 때론 없는 것을 빌려오는 셈이다. 창작자들이 과감해지는 만큼 관객은 행복하겠지. 그 밤, 어린이 연극이 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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