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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안아주기(hug)’의 힘

  • 2007070200108_0.jpg
  • ▲문훈숙유니버설발레단장

우리나라에도 ‘프리허그(Free-hug) 운동’이 일어났다는 것을 며칠 전에야 알았다. 후안 만이란 호주 청년이 사람들을 조건 없이 안아주는 따듯한 현장이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도 그 감동의 현장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나도 ‘안아주기(hug)’의 위력을 체험한 적이 있다. 1994년 ‘백조의 호수’로 일본 공연을 갔을 때의 일이다. ‘백조의 호수’는 주역 발레리나 한 명이 청순한 백조 오데트와 사악한 흑조 오딜을 동시에 맡는 1인2역을 한다. 내가 맡은 역할이 바로 오데트·오딜이었다.

그날 따라 내 춤이 맘에 들지 않았던 나로서는 도저히 끝까지 춤을 출 자신이 없었다. 2막을 앞둔 휴식 시간은 백조에서 흑조로 분장과 의상을 바꾸어야 할 바쁜 시간이다. 극도의 심리적 불안감에 빠진 나는 더 이상 공연을 못하겠다며 화장까지 지워버리고는 하염없이 울었다. 내 발레 인생에서 가장 위태로웠던 순간이었다.

모든 무용수들과 스태프들이 당황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때, 당시 예술감독이었던 부르스 스타이블이 천천히 내게 오더니 아무 말 없이 안아주었다. 그 몇 초 동안 신기하게도 마음이 안정되었고, 그가 준 ‘당신은 할 수 있어’라는 무언의 격려에 다시 자신감이 샘솟기 시작했다.

2막 시작 불과 몇 분을 앞두고 흑조 오딜로 분장한 나는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쏟아지는 박수갈채 속에서 나는 부르스에게 감사의 미소를 보냈다. 발레 인생 최대의 위기가 고마운 순간으로 남았다. 그가 준 ‘안아주기(hug)의 힘’이다.


<7월 일사일언은 유성용 실크로드 여행가, 박상진 경북대 임산공학과 명예교수, 김윤이 2007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그리고 문훈숙씨가 집필합니다.>

[출처- 조선일보, 200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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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kmryel님의 댓글

문단장님의 활동 범위가 세상에도 차근 차근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가지면에서 기대하셔도 될것입니다.

parksinja님의 댓글

프리허그(Free-hug)..
하지만 잘~ hug를 해야지 잘못하면 오해를 낳습니다.
우리도 이제부터 안아주기 운동에 참여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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