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참나’를 찾을때 진정한 자유와 사랑을 얻어” .. 오강남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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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참나’를 찾을때 진정한 자유와 사랑을 얻어”
도마복음 해설서 ‘또다른 예수’ 펴낸 오강남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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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지인 캐나다 출국을 이틀 앞두고 서울에서 만난 오강남 교수는 “21세기 기독교는 내 속의 하나님을 찾음으로써 기쁨을 얻게하는 방향으로 나아 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교종교학자 오강남(67)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도 이처럼 기독교 내에 억압돼온 ‘깨달음’의 전통이 있었음을 밝히며 지금껏 우리가 이해하던 것과 다른 구원관을 전한다. 최근 펴낸 ‘도마복음’ 해설서 ‘또다른 예수’(예담)를 통해서다. “도마복음은 현재 기독교의 설명체계를 납득하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혁명적인 복음”이라고 설파하는 오 교수를 지난 17일 서울 청담동에서 만났다. 오 교수는 “도마복음의 말씀은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만 받아들이면 된다”고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덮어놓고 믿으라’는 기독교적 강요가 개인의 영적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머리로 받아들일 수 없으면 가슴으로도 사랑할 수 없다=“문맹률이 97%에 달하던 고대와 21세기 정보화시대는 다릅니다. ‘무조건 믿으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아하!’를 연발하는 깨침의 길도 있음을 알려야죠. 머리로 받아들일 수 없는 건 가슴으로도 사랑할 수 없어요. 비판적 사고를 무시해야 ‘믿음 좋은’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일부 기독교인은 ‘이성 이전’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깨달음을 통해 이성을 넘어서는 단계가 진짜 믿음이죠.”
최근 국내에서도 주목받는 도마복음은 1945년 이집트 나일강 기슭에서 발견된 고대 문서. 예수의 제자인 도마가 기록한 예수의 순수 ‘어록’으로만 구성됐다. 오 교수는 도마복음 전체 114구절을 기존 성경과 노자의 도덕경, 장자, 불교 경전 등과 비교해 해석한다. 오 교수는 8절의 “인간이란 자기 그물을 바다에 던져 바다에서 작은 물고기들을 잔뜩 잡아올린 지혜로운 어부와 같습니다. 그는 큰 고기 한마리를 찾아내고, 나머지 고기들을 바다에 던졌습니다”는 말씀은 “도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가는 일손(日損)의 길”이라는 ‘도덕경’ 내용에 비유했다. “여러분의 동료를 여러분 자신의 목숨처럼 사랑하고 여러분 자신의 눈동자처럼 지키십시오”(25절)는 화엄불교의 ‘이사무애·사사무애’(서로 막힘이 없이 의존하고 연결돼 있다는 것) 정신과 상통한다고 풀이했다.
오 교수가 해석한 도마복음은 공관복음(신약성서 중 공통의 자료와 관점으로 서술된 복음)에서 강조하는 기적, 종말, 부활, 최후심판, 대속(大贖)에 관한 언급 없이 영적 추구와 성장을 강조하는 게 특징이다. “여러분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여러분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여러분을 더럽히는 것”이라며 금식과 기도를 중요시한 유대교의 율법주의적 종교 형식마저 배격한다는 것.
“언제 새 세상이 이르겠느냐고 묻는 제자들에게 예수는 ‘여러분이 기다리는 것이 이미 와 있지만, 여러분이 이를 알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합니다.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개벽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들어간다는 독특한 종말관 때문에 ‘도마복음’이 정경으로 채택될 수 없었는지 모르죠.”
도마복음이 외경(外經)이나 이단으로 간주돼 온 이유에 대해 오 교수는 “예수님만 세상의 빛이 아니라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우리 스스로도 빛임을 깨닫고 행해야 한다며 신앙의 깊은 차원을 강조하는 ‘도마복음’은 현실적으로 인기품목이 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깨달음’보다는 ‘믿음’을 통해 영생을 얻는 게 일반인으로서는 따르기 쉬운 길이었다는 설명이다. “놀라운 사실은 불교는 믿음을 강조하는 불자들이 깨침을 강조하는 불자들을 우러러볼망정 이단이라 정죄하지 않는 반면 기독교에서는 예수님을 ‘믿는다’는 이들이 예수님처럼 ‘깨침을 얻겠다’는 이를 보면 이단이라 여긴다는 겁니다.”
◆깨달음의 민주화(대중화) 시대=‘도마복음’은 2∼3세기 육체·물질적인 것은 다 악하다고 하는 ‘영지(靈知)주의’의 영향을 받았다며 주류 기독교로부터 배척을 받았다. 하지만 오 교수는 “영지주의란 말은 그리스어로 그노시스(gnosis)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깨달음이나 통찰, 꿰뚫어봄, 직관 등으로 풀어야 한다”고 해석했다. “21세기 기독교는 신비주의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것”이라는 가톨릭 신학자 칼 라너의 말을 인용하면서 ‘신비주의의 민주화(대중화, 일상화)’를 주장하는 오 교수의 목소리가 커졌다. “21세기는 ‘개인적 영성’의 시대가 되고 있어요. 요즘 서구 젊은이들은 ‘나는 종교적이지 않고 영적이다’라고 말하며 나는 누구인가를 찾습니다. 깨달음의 기회는 소수가 아닌 다수에게 있을 수 있는 ‘신비주의(하나님과 내가 하나임을 깨닫는 것)의 민주화’가 중요합니다.”
형식적이고 율법적인 기독교와 성직자에 대한 오 교수의 거침없는 비판에 적은 없을지 걱정됐다. 이날 평신도 중심으로 운영되는 새길교회 주일예배 초청 설교자로 나선 그는 “안티 기독교인들이 처음에는 오강남 교수를 좋아하다가 진정한 기독교의 길에 대해 알린다는 걸 알고 나서는 싫어한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남보다 잘 살기 위해 믿는다는 번영신학(성공신학)이 유행인데 지금의 이기적인 자아를 확대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임을 포기한 것이며 예수님이 아닌 금송아지를 따르는 사람”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불안과 긴장은 많은 현대인에게 ‘믿음’은 더 필요합니다. 도마복음은 마음놓고 턱 맡김으로써 염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성경의 믿음보다는 깨침을 통해 얻어지는 삶에 대한 신념을 말합니다. 물론 도마복음은 공관복음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 더 근본적인 의미를 부여합니다. 전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는 마태복음의 가르침을 천국이 언제 올 것이냐의 ‘시간’ 개념이 아니라 ‘공간’ 개념으로 보게 됐습니다. 즉 내 안의 하나님 나라, 내 안의 신성, 내 안의 참나를 찾아 종교의식이 업그레이드될 때 진정한 자유와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글·사진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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