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15. 氣學과 근대적 세계관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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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학과 근대적 세계관의 모색
실학의 최후의 거봉인 최한기(1803~1879)가 왕성하게 활동한 시기는 19세기 중기이다. 그는 이전 실학자들과 그 생존의 시간적 간극 만큼이나 커다란 환경의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 시기는 서양에서 유래하는 지식의 양과 성격이 크게 변하고, 서양이 단순히 지적 자극으로서만 아니라 물리적 충격으로 현실화 하던 때였다. 중세과학 중심에서 근대 과학 중심으로 변화해 갔다. 이와 병행하여 1816년을 시작으로 조선의 해안에도 이양선이 나타나는가 하면, 1840년에는 아편전쟁에서 중국이 영국에 패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변화된 환경요인은 최한기의 학술. 사상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서양적 지식은 그가 저술하거나 편집한 방대한 규모의 과학. 기술 서적으로 나타났고, 서양 세력의 물리적 충격으로 인한 위기감은 새로운 학문체계의 확립을 촉진하였다. 그가 남긴 저술 가운데 <地球典要>, <星氣運化>, <身氣踐驗>, <運化測驗> 등은 전자를 대표하고, <氣測體義>, <人政>, <氣學> 등은 후자를 대표한다. 그의 과학. 기술 서적에 나타나는 근대적 학설 중에서 중요한 것으로는 태양중심설. 만유인력설. 뇌지각설 등이 있다. 이러한 것들은 그의 자연지식을 한층 심화시키고, 나아가 홍대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의 세계관 또는 학문체계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임에 틀림 없다.
최한기는 1836년 34세 때 북경에서 자신의 대표적 저작인 <氣測體義>를 출간했다. <神氣通>과 <推測錄> 두 권의 합본인 <기측체의>는 비록 근대적 저술의 편제를 갖추지 않았더라도, 경전지식과 선유의 학설에 의존하지 않고 자유로운 필치로 자신의 사상을 기술해 갓다는 점에서 그 형식적인 측면 부터가 특이하다.
‘神氣說’은 종래의 기철학 또는 기일원론 전통을 바탕으로 형성 되었다. 그는 ‘氣’를 神氣라고도 부른다. 여기에서 ‘神’은 ‘氣’가 갖추고 있는, ‘우주 만물에 가득 채워져 끝없이 작용을 일으키는 성질(全體無限功用之德)’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이러한 신기를 ‘천지의 신기’와 ‘형체의 신기’ 두 유형으로 나눈다. 천지의 신기(자연계)는 ‘운화’ 또는 ’힘써 행함(力行)‘의 작용을 하고, 형체의 신기(사람 몸)는 추측 또는 ’밝게 앎(明知)‘의 작용을 한다고 본다. 말하자면 자연계는 생성. 소멸의 통상적인 운동을 끊임없이 지속하는데, 사람의 몸은 특별히 추측이라는 지적활동을 행한다는 것이다.
추측설은 신기설을 바탕으로 한 최한기의 새로운 인식론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마음 속에 양지나 ‘이’가 본래부터 갖추어져 있다는 양명학이나 주자학의 견해를 부정한다. 그가 보기에 마음의 본체는 순수한 백지상태일 뿐이다. 그는 감각경험으로 말미암아 지각이 생기고, 지각이 쌓여 감에 따라 추측이 생긴다고 보았다. 이때 추측이란 감각경험의 내용을 분별하고 헤아리는 판단작용을 의미하기도 하고, 이미 획득한 지식을 미루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유추해 내는 추리작용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추측은 인식의 과정이고, 추측을 통하여 인식이 성립 된다.
최한기가 말하는 기학이란 기를 연구대상으로 삼는 학문이란 뜻이다. 이것은 불교. 도교 등 각종의 이단학설과 다른 것임은 물론이고, 마음을 탐구대상으로 삼는 心學이나 천리를 대상으로 삼는 理學 등 종래의 유학과도 구별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학에서 핵심적인 장치는 기를 활운동화하는 존재로 파악하는 것인데, 활운동화란 살아서 끊임없이 운동하면서 순환과 변통을 반복한다는 뜻이다. 그는 신기의 활운동화를 大氣運化. 統民運化. 一身運化의 3등급으로 나누었다. 이 3등급은 각각 자연. 사회. 개인에 해당한다. 결국 기학은 활운동화하는 신기를 매개로 하여 자연. 사회. 개인에 대한 통일적 이해를 추구한 학문 체계였다고 할 수 있다.
氣學은 오랫동안 실학이 발전하여 이룩한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었다. 거기에는 經驗主義的 發想이 함축되어 있고, 자연과 인간의 분리를 통해 자연을 객관화 하려 한 흔적이 보이기도 하며, 그 ‘기’ 개념의 한편에 서양의 물질 관념이 끼어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기’는 ‘기’일 뿐 물질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마찬가지로 그 새로운 패러다임도 有機體的 自然觀과 天人合一論的 世界觀을 완전히 탈각한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점은 한편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불완전성을 의미하는 듯 하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 점이야말로 동양의 傳統과 서양의 近代를 지향한 제3의 可能性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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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관님의 댓글
우리 홈페이지에 관심갖는 한 사람으로서 이른바 '노블리스'층의 분들께 '일구월심' 참여를 부탁드려왔고,
그 참여의 명분을 드리고자 [우리광장]란을 신설하여 때로는 '호소'하기도 한 바 있습니다.
어찌생각하면 대책없이 만들어논 것이 아닌가(물론 제 개인의 생각은 아니었지만) 하는 우려를 금할 길이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우리광장]이 그 본래의 의도에 한 사람의 참여도 이끌어내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 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경청하고 싶습니다.
정해관님의 댓글
이런 기초 위에서 진보적 역사관을 수립하고 현실문제를 비판, 과감한 개혁을 부르짖었으며, 외국과의 대등한 교류를 주장하는 등 실학파 학자들의 전통을 계승하여, 뒤이어 등장하는 개화사상가들의 선구가 되었다. 이러한 사상들은 외국에서 높이 평가되어 그의 주저들이 중국에서 간행 ·소개되었으나, 한국 학계에서는 최근에야 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천문 ·지리 ·농학 ·의학 ·수학 등 학문 전반에 박학하여 1,000여 권의 저서를 남겼는데 현재는 15종 80여 권만이 남아 있다.
저서에 《농정회요(農政會要)》 《육해법(陸海法)》 《청구도제(靑丘圖題)》 《만국경위지구도(萬國經緯地球圖)》 《추측록(推測錄)》 《강관론(講官論)》 《신기통(神氣通)》 《기측체의(氣測體義)》 《감평(鑑平)》 《의상리수(儀象理數)》 《심기도설(心器圖說)》 《소차유찬(疏箚類纂)》 《습산진벌(習算津筏)》 《우주책(宇宙策)》 《지구전요(地球典要)》 《인정(人政)》 《명남루집(明南樓集)》 등이 있다.
★김용옥은 혜강을 "문명의 축의 전환이라는 보편사적 계기를 이론적으로 완성한 최초의 조선의 사상가"로 평가하며, 그의 저술 "기학"의 책 제목을 오늘 말로 번역한다면 "Prolegomena to All Future Science"(앞으로 올 모든 과학의 통일이론)로 하겠다고 말한다.
그의 기학은 정신과 육체, 자연과 작위의 이분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의 기학체계에 있어서는 천지내에 존재하는 모든 사태는 유형일 뿐이다. 인간의 느낌, 사유, 모든 정신 작용 즉 추측지리도 유형지리일 뿐이다. 인간의 학문의 모든 오류는 유형지리를 무형지리로 파악하는데서 발생한 매우 단순한 오류라고 그는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유형지리는 유물론적 구조가 아니다. 오늘날의 생리학(physiology)이나, 생화학(biochemistry), 혹은 분자생물학이 도달하고자 하는 통합적 이론의 미래적 틀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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