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까지
실낱같은 한 목숨
낙엽처럼 힘없이
떨어져야 할 날이 오면
우리는 모든 것을
그대로 남겨두고 떠나야 한다.
어찌 보면 더 허무하기만 한 삶
모두들 하나 없이
아끼고 사랑하고
소유하고 아팠던 것들을
미련조차 떨치고
아무런 움직임도 할 수 없이
관속에 들어가
흙에 묻히고야 말텐데
무슨 욕심으로
무슨 욕망으로
그리도 발버둥을 치는가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는
삶이란 바위에 낀
이끼와 같은 것들
세상의 온갖 명예와 권세도
구르는 돌의 먼지와 같다.
아무리 화려하고 대단한 듯 하여도
한 순간에 흘러가는
세월이 아닌가
삶의 마지막까지
오랜 동안 추억해도 좋을
사랑을 했다면
그 보다 더한 아름다움이 있겠는가
봄날은 간다 - 장사익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 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