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2011년까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는 80명에 이르고 있는데 그 중에서 화학(29명), 물리(28명), 의학(11명)등 자연과학 분야의 수상자만 68명이다. 이는 독일이 자연과학 분야에서 앞서가는 나라임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뛰어난 기술로 명성을 누리고 있는 독일 자동차 기업인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도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 예로 아우디사의 광고문구인 “기술을 통해 앞서가는 기업”은 과학과 기술을 사랑하는 독일인들의 성향을 잘 보여 주고 있으며 과학 및 기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이 독일의 사회적인 분위기이다.
독일은 지하자원이 그리 풍부하지 않은 나라이다. 그러므로 독일정부는 21세기 들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앞서가는 기술만이 살아남을 길임을 절감하고 이를 위해 학교, 대학, 정부, 기업이 일체가 되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론문화를 통한 자연스러운 과학교육
어린이들은 일반적으로 모든 현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기 마련이다. 독일가정에 정착된 토론문화로 인해 부모들은 어린이들이 수없이 던지는 “왜”라는 질문에도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해준다. 함부르크에 있는 어린이 박물관(www.kindermuseum-hamburg.de)은 어떤 현상에 대한 원리를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가족단위 뿐 아니라 매주 20여개의 유치원그룹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있다.
어릴 때의 과학에 대한 흥미가 장래 과학이나 테크닉분야의 전공이나 직업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을 감안하여 중, 고등학교와 대학연구소가 연계하여 과학교육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의 많은 대학연구소들은 중, 고등학생들에게 연구소 탐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연구소는 아예 상설 “school labor”를 설치해놓고 청소년들이 단체나 개인으로 언제든지 방문하여 흥미로운 과학의 세계와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학 연구소의 “school labor”는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현상을 흥미롭게 설명하거나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과학과 생활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며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청소년들이 지니고 있는 휴대폰에 물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연구소에서의 실험을 통하여 체험하게 된다. 그러나 연구소 탐방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구소를 탐방하기 전에 학생들은 몇 주간에 걸쳐 해당 주제에 대해 수업시간에 그룹으로 나누어 조사, 토론한다. 이외에도 대학은 일선학교가 요청하면 연구원들이 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에게 자연과학분야를 소개하는 설명회를 가지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 대학졸업 후 정식교사가 되기 전 1년 반 동안 일선학교에서 수업을 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예비교사들은 선배교사들의 지도와 수업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되는데 이 때 평가기준은 “이론교육 뿐 아니라 얼마나 일상생활과 연관된 과학수업을 진행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처럼 정부는 과학교사양성에 있어서 생활과 관련된 흥미로운 과학수업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과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을 적극적인 지원
김나지움 상급반 학생들을 위한 수학, 물리, 화학, 전기학, 매커니즘 등 과학과목 강의를 따로 개설하고 있는 대학들도 있다. 교사의 추천을 받은 학생들은 주말이 시작되는 매주 금요일 오후에 대학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한 학기 강의를 마치면 원하는 학생은 시험을 칠 수 있으며 이 성적은 대학에 입학했을 경우에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각 연령대에 따라서 “청소년 실험대회”(만 14세까지)를, “청소년 연구대회”(만 15세부터 21세까지)가 매년 전국적으로 큰 관심 속에 치러지고 있다. 1966년부터 개최된 이 대회는 생물, 화학, 지구과학, 수학, 물리, 공학, 작업환경분야 등의 7분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참가자는 개인 혹은 3명까지 팀을 구성하여 참가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험을 통해 증명해 보이는 기회를 가진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성공적인 실험결과를 얻기까지 적절한 실험기구나 전공지식에 대해 많은 조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6,000여명의 과학교사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몇 개월 동안 진행되는 실험프로젝트를 조언해주는 자원봉사자로서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다. 2011년에는 72개 학교에서 출전하였는데 그 중 195명의 학생들이 110개 프로젝트로 본선까지 출전했다.
많은 독일 기업들은 이 대회와 파트너쉽을 맺고 대회조직비 및 상금을 지원할 뿐 아니라 학생들이 대회에 참여하는데 소요되는 교통비, 식비 등 일체의 경비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또 대회의 수상자들에게는 기업에서 몇 주간 실습할 수 있는 기회나 장래 연구소와 기업에서 취업할 경우 우선권을 주고 있다. 많은 독일 기업의 CEO들이 엔지니어출신인 것은 이처럼 과학, 기술을 장려하는 기업문화의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가정, 학교, 대학, 기업이 혼연일체가 된 과학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자연과학의 나라, 기술강국 독일을 가능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