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질서의 삼강오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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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 생명 질서의 '삼강오륜'
박상철 서울대 교수·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생명체가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 것을 보면서 그 절묘한 장치와 완벽한 기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온전한 개체로 완성되는 과정의 엄연한 질서와, 개체 각 부분을 어울려 빚어내는 생명활동의 무오류적인 신비를 보면서 나 자신 생명체로서의 더할 수 없는 긍지를 느낀다. 이러한 생명체처럼 절묘한 시스템과 완벽한 기능을 갖춘 이상사회를 ‘바이오토피아’라고 불러 본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측면에서 이러한 사회를 이끌어 가는 원칙은 바로 생명의 원리여야 할 것이다.
생명의 근간을 이루는 단위인 생체분자들이 삶의 노정에서 지켜야 하는 바이오토피아의 헌법에 해당되는 생명법칙들을 살펴보자. 일반사회의 구성원인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공자는 삼강오륜을 제창했다. 사람 관계를 규정하는 삼강오륜은 서로 다른 입장, 서로 다른 신분의 구성원 간의 질서를 강조한다. 사람 간에 받들고(忠), 용서하는(恕) 행동을 지상목표로 가르치고 있다. 생체는 어떠한가? 생체분자들이 실제로 생명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에 이들 분자가 지켜야 할 규범은 어떤 것일까.
첫째, 순서의 미이다. 온전하게 생명현상이 진행되려면 생체분자의 생성과 소멸, 작용과 반작용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순서에 따라 추진돼야만 한다. 이러한 생체분자의 순서라는 질서가 생명현상을 이끌어 가는 결정적 요인이다.
둘째, 분자의 지조이다. 생체분자는 자신에게 부여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해진 짝과 만나서 반응해야 한다. 아무하고나 반응할 수 없다. 자신의 짝을 찾아 반응해야만 기능이 보장되고, 질서가 유지된다.
셋째, 안분의 도이다. 생체분자들은 반드시 있어야 할 공간과 있어야 할 시간에 위치해야 한다. 자신에게 부여된 적정한 공간과 필요한 시간에 존재했을 때 비로소 기능을 발휘하고 그 가치를 빛낼 수 있다.
넷째, 협동의 묘이다. 생명현상 대부분의 반응은 생체분자들이 평형에 이르려는 노력으로 추진된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거나 시스템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을 때에는 협동이라는 방법을 택한다.
다섯째, 화생(化生)의 덕이다. 생체 내에서 활동하는 생체분자는 어느 것 하나도 원래 그대로가 아니다. 생체분자는 세포 내에서 변화함으로써 삶에 필요한 존재로 화생하게 된다.
이 같은 순서, 지조, 안분, 협동, 화생의 다섯 가지 덕목은 바로 생명을 이루는 바탕이자 생명사회의 기본질서이다. 바로 생명분자의 ‘오륜(五倫)’에 해당된다. 오륜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생체는 생체분자에게 세 가지 본질적인 속성을 부여했다.
우선 기다림의 원리이다. 삶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분자들은 올바른 짝을 만나서 반응해야 하므로 세포 내외 공간에서 자기 짝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런 기다림의 바탕에는 그리움이 속성으로 배태된다. 그리고 만남의 원리이다. 생체분자는 반갑게 짝을 만나 주어진 상황에서 기능적인 조화를 이뤄야 한다. 끝으로 헤어짐의 원리이다. 짝을 만나야 생명현상이 가능하지만 계속 만나고 있을 수는 없다. 생체 전체로서의 균형적 삶을 유지하려면 헤어져야 할 때 헤어져야 한다. 만남에는 헤어짐이 완전 조건으로 요구되며, 그 바탕에는 아쉬움이 있다.
생체분자들은 기다렸다가 만나고 헤어져야 하는 세 가지 속성을 그 본질로 지니고 있다. 이런 세 가지 속성을 생체분자의 ‘삼강(三綱)’이라고 불러 본다. 이러한 삼강의 저변에는 그리움으로 기다리는 모습과 반갑게 만나는 즐거움과 아쉽게 헤어져야 하는 안타까움이 흐른다. 이러한 삼강을 바탕으로 오륜을 지키는 생체분자들로 구성된 생명사회는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생체분자의 삼강오륜은 바로 생명사회의 지상목표인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의 근본을 이루는 헌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바탕에는 정(情)이라는 본성과 어울림(和)이라는 행동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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