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연명(陶淵明)의 잡시(雜詩) 七
日月不肯遲 밤과 낮은 머물렀다 갈 줄을 모르고 四時相催迫 사계절은 서로를 재촉하여 쫓아가네 寒風拂枯條 찬 바람 마른 가지 흔들고 지나가니 落葉掩長陌 낙엽이 떨어져서 길게 난 길을 덮네 弱質與運頹 타고난 약한 몸에 운세 또한 기울어 玄玭早已白 검은머리 일찌감치 흰머리가 되었네 素標揷人頭 사람의 머리에 흰 머리칼 나는 것은 前途漸就窄 살 날이 점점 더 짧아진다는 것이네 家爲逆旅舍 집이란 잠시 머물다 가는 여관 같아 我如當去客 우리 또한 언젠가 떠나야 할 나그네 去去欲何之 가고 가서는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南山有舊宅 예전부터 있던 집 남산 기슭의 무덤
몇 해전부터 인터넷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곳 저곳 괜찮은 웹 사이트에 들락거리다가 한 사이트에서 발견한 시가 이 도연명의 '잡시(雜詩) 七'이다.
도연명(陶淵明, 365~ 427)이라고 하면 누구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떠올리게 될텐데, 귀거래사는 도연명이 관리생활을 하고 있던 시절 상관의 순시 때에“5두미(五斗米)를 위해 향리의 소인(小人)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라고 출영(出迎)을 거부하며 개탄하고 나와 귀거래사를 부르며 향리의 전원에 퇴거하여 스스로 괭이를 들고 농경생활을 영위하여 가난과 병의 괴로움을 당하면서도 62세에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고 그 생애를 마쳤다는 중국 최고의 시인의 한사람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는 평생의 거의 대부분을 민간인으로 보냈기 때문에, 그의 시는 생활로부터 스며나온 마음의 부르짖음이었으며, 당시 유행하던 귀족적 생활에서 풍겨나온 여유있는 유희문학 (遊戱文學)이 아니라 민간생활 그 자체를 노래한 문학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그의 시에는 따스한 인간미가 흐르고 있으며, 고담(枯淡)의 풍이 서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의 시에도 계절의 변화에 따른 우리들 심신의 노쇠현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떨어지는 낙엽에 비유하여 늙어가며 약해지는 몸과 마음, 늘어나는 흰 머리칼, 그리고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살 날, 머물고 있는 집 또한 여관과 같아 '나 또한 언젠가 떠나야 할 나그네(我如當去客)' 라고 하는 노년의 쓸쓸한 심회를 담담하게 나타내고 결국엔 흙으로 돌아가야 할 인생의 무상함을 담담히 표현하고 있어 공감이 간다.
去去欲何之 가고 가서는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南山有舊宅 예전부터 있던 집 남산 기슭의 무덤
관점에 따라서는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너무 감상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오히려 매우 소박하고 담담하게 표현한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