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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은 살아 있다 ! ...정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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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군은 살아 있다 !                                             

 

 

 # 베트남 전쟁 초기에 미 제7기갑부대 1대대장 해럴드 무어 중령은 미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향하기 전에 전 부대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귀관들 모두를 무사히 살려서 다시 데려올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는 약속한다. 전투에 투입되면 내가 제일 먼저 적진을 밟을 것이고 가장 마지막에 적진에서 나올 것이다.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놓지 않겠다. 우린 살아서든 죽어서든 모두 함께 고국으로 돌아올 것이다.”13274632.html0

 # 1965년 11월 15일 무어 중령이 이끄는 미군 450여 명이 베트남의 아이 드랑 계곡에서 2000여 명의 월맹군에 포위당하고 말았다. 베트콩 잔당을 수색해 섬멸하라는 명령을 받고 아이 드랑 계곡에 헬기로 고공침투를 감행했던 무어 중령과 그의 부대원들이 마주한 것은 베트콩 잔당이 아니라 사단급의 월맹 정규군이었다. 정말이지 몰살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되려 무어 중령과 450여 명의 부대원들은 놀랍게도 월맹 정규군 1800여 명을 섬멸하고 200여 명을 퇴각시키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물론 항공지원과 강력한 포병의 엄호를 받은 탓도 있겠으나 완전히 고립된 지형에서 네 배가 넘는 적과 싸워 승리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다름아닌 무어 중령의 ‘약속’과 그것이 지켜지리라는 부대원들의 철석 같은 ‘믿음’이었다. 부대원들은 완전고립되어 몰살당할 것이 뻔해 보이는 극한상황에서도 “우리는 살아서든 죽어서든 함께 돌아갈 것이다”는 무어 중령의 외침을 믿었다. 그 믿음 덕분에 부대원들은 숱한 사상자를 내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으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백병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무어 중령 역시 헬기를 타고 후퇴하라는 상부의 명령마저 외면한 채 부대원들과 함께 끝까지 싸웠다. 그리고 마침내 적을 섬멸한 후 헬기로 다시 귀환할 때도 약속한 대로 단 한 명의 전사자도 뒤에 남기지 않고 거둬 후송하며 가장 마지막까지 적진에 남아 있었다. 그는 약속을 지켰던 것이다. 무어 중령은 그 약속의 무게가 곧 생명의 무게임을 알았던 리더였다. 결국 리더십이란 리더의 ‘약속’이며, 그것을 지켰을 때 확보되는 ‘믿음과 신뢰’에 다름 아니다.

 # 어제 오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쌀쌀한 날씨에 발걸음을 재촉해 초입에 있는 2번 묘역에 닿았다. 그곳엔 모두 1033명 병사의 유골이 묻혀 있다. 하지만 그제 이곳에 한 명의 장군이 더 묻혔다. 초대 주베트남 한국군 사령관이었던 예비역 중장 채명신 장군이다. 2번 묘역에 묻힌 이들은 대부분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이다. 채 장군은 살아 생전에 “전우들과 함께 묻히겠다”고 말했다. 부하장병들이라고 말하기보다 늘 ‘전우’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채 장군은 약속대로 그들과 함께 거기 묻혔다. 사병들과 똑같은 한 평 넓이의 묘역과 똑같은 키높이의 나무로 된 임시비문만을 갖춘 채! 하지만 초겨울 햇살에 유난히 밝게 빛나는 그의 한 평짜리 묘는 웬일인지 왕릉보다도 커 보였다. 문득 톨스토이가 쓴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글이 떠올랐다. 톨스토이는 그 글의 마지막 구절을 통해 결국 사람이 죽어서 차지할 수 있는 땅의 총량은 한 평 남짓한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채 장군의 묘 앞에서 서서 새삼 그 한 평의 위력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아니 거기 담긴 진정성 덕분에 때론 한 평이 백 평, 천 평, 만 평보다 크고 위대함을 깨달았다.

 # 겨울바람이 세찼지만 나는 외투와 모자를 벗고 그 한 평짜리 장군의 묘 앞에 서서 예를 갖춘 후 마음과 혼을 담아 거수경례를 올렸다. 묘비에 또렷하게 새겨진 채·명·신이란 세 글자가 눈물 글썽이는 내 눈 속에서 어른거렸다. 그런 가운데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되뇌었다. “그가 근 반세기 전 마음에 품었던, 전우와 생사고락을 같이 하겠다는 약속을 죽어서도 끝끝내 지켜내는 정신 위에 오늘 우리 대한민국이 죽지 않고 서 있다”고!

정진홍 논설위원·GIST다산특훈교수  <중앙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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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이존형님의 댓글

채명신장군님 명령에 죽고 살며 신의를 본인의 생명보다도 귀하게 여기시고 장군으로서의 책임감과 군이라는 동지애를 과감히 표출하신 님의 숭고한 정신을 모두는 깊이 새겨두고 삶의 지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봉배님의 댓글

가신님의 정신력과 지도력과 부하에 대한 사랑은 우리 역사에 두고두고 산 교훈이되어

우리군의 지도자상이 될것입니다.

정해관님의 댓글

참군인으로서 현대적 리더십을 보여주신 베트남 전쟁 영웅 채장군님의 영전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평소 그분을 존경하며 당시 함께 월남정글을 누빈 우리 형제들과 공감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옥열 회장님. 김명렬 위원장님! 감회가 남다르실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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