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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공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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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의 공간이 필요하다 ...강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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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에 이룬 경제개발의 성과를 상징하는 치적(治績) 중 하나가 경부고속도로 건설일 것이다. 당시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도 재정 부담을 이유로 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했지만 공사를 강행했고 결과적으로 경제 발전에 핵심적인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경부고속도로의 건설은 196821일 착공해서 197077일 완공했으니 25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서울~대전 간 노선이 19681월에 결정되었는데, 노선 결정 이후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도로 건설을 2년 여 만에 완공했으니 가히 경이롭다고 할 만큼 신속하게 공사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구간 결정 이후 완공까지 이처럼 짧은 기간 내에 이룰 수 있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피해와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문전옥답(門前沃畓)을 도로 건설을 위해 내놓아야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정든 마을에서 떠나야 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유적지가 훼손되었을 수도 있고 보존되어야 할 환경 서식지가 파괴되었을지도 모른다. 또 공기(工期)를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서 건설 현장의 근로자들이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강요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지 않은 불만이 있었더라도 이런 문제들은 그 당시에는 제대로 제기될 수 없었다. 국가 권력이 반대와 비판을 물리적으로 억눌렀고 의회 정치도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당시에는 국민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은 중요치 않았다. 오직 통치자의 지시와 명령을 충실하게 따르고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실무적 인재만이 필요했다. 한국 사회에서 관료 지배의 강화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만약 오늘날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국책 사업을 추진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대통령과 해당 부서 관료들이 공사 구간을 결정했다고 해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고, 국토 균형 발전 등의 이유로 일부 구간의 변경도 생겨날 수 있다. 사업 계획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해도 환경 파괴나 유적 훼손 등의 이유로 언론이나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박정희 시대의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같은 국정 운영 방식은 오늘날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예컨대 유사한 건설 사업인 경부고속전철(KTX) 사업은 19926월 시작해서 20044월에 끝이 났으니 12년 정도 소요됐다. 공사의 성격이 다른 탓도 있겠지만 예전처럼 대통령과 행정부가 결정하고 이를 밀어붙이는 방식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른바 '도롱뇽 소송'으로 널리 알려진 금정산~천성산 구간 공사만 해도 1년 가까이 중단된 바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고 다원화되면서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 할 변화된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변화되었다면 이제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설득과 소통을 통해 대립하고 갈등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타협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중요해졌다. 측근의 임명도 경부고속도로 건설 때의 관료들처럼 대통령의 뜻을 충실하게 받들고 그 뜻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이들만으로는 충분치 않게 되었다. 오히려 지금 대통령에게 더 필요한 것은 사회 내의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며 상이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물이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대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나 국정 운영 스타일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아버지 시대의 통치 형태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요 직책에 임명된 인사들은 대부분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고 이를 충실하게 실행할 수 있는 실무형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쓴소리'까지 할 수 있는 이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이런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새누리당의 역할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새누리당이 야당과의 협상에 일정한 자율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지시 사항'의 관철에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복잡다기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민주화된 사회에서 대통령이 혼자 결정하고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혼자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설득하고 다독거리면서 함께 데리고 가려는 리더십이 중요한 때이다. 대통령과 그 주변에 정치의 공간이 필요해 보인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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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이무환님의 댓글

취사선택하면서 잘 음미하였슴니다

하늘부모님을 닮은 대통령의 리더쉽이

 절실히 요청되는 전문 경영인의 시대에

모두가 함께 주인공의 하늘심정권으로

 합장 축원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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