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재앙 앞에서 배려의 '메이와쿠 정신'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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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재앙 앞에서… 배려의 ‘메이와쿠 정신’ 빛났다
‘일본의 저력’ 세계가 경탄
‘쓰나미(지진해일)로 초토화된 지역에서 어쩌면 이리 차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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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東北) 해안 지역에선 14일 작은 혼란도 없이 질서정연하게 구조 수색작업이 진행됐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누구나 다 어렵고 힘들다”며 스스로를 추슬렀고, 지진이나 쓰나미 피해가 없는 지역 주민은 피해 주민들과 고통을 나누려 애썼다. 아이티와 중국 쓰촨성 대지진, 동남아 쓰나미 등 대재앙 때마다 반복됐던 혼란과 약탈, 이기주의 행태를 일본에선 찾아볼 수 없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음식과 물 등 생필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서로 먼저 먹으려고 아우성치지 않았다. 자기 차례가 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고 음식이 적으면 적은 대로 나누었다. 냉정하리만큼 질서정연한 이러한 모습은 어릴 때부터 몸에 밴 ‘메이와쿠(迷惑)’ 정신에서 나온다. 메이와쿠는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뜻한다. 일본인들은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남에게 폐를 끼쳐선 안된다’는 가르침을 배운다.
재해본부에서 공급하는 음식이 충분치 못해 나흘째 거의 굶다시피 하는 미야기현 게센누마(氣仙沼)의 대피소에서도 주민들은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그 뒤에 일어난 상황은 더욱 감동적이었다. 식품이 부족해 전체 인원의 3분의 1밖에 먹을거리를 지급받지 못했지만 서로 나눠 먹으며 배고픔을 견뎌냈다. 한 초등학생은 아사히TV의 취재진에게 당연하다는 듯 “오니기리(주먹밥)를 친구 셋이서 나눠 먹었다”고 말했다. 화장실과 식수, 공중전화, 침구 등 대피소에서 필요한 모든 물품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마찰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메이와쿠 정신 때문이다.
피해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일본인의 질서의식은 빛을 발했다. 정부는 당초 이날 아침 일찍부터 계획정전을 하기로 했으나 전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오후 늦게 1시간 30분간만 실시했다. 도쿄전력의 관내 1도·8현을 5개 그룹으로 나누어 3시간 단위로 돌아가면서 정전시키는 방식이다. 후쿠시마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발생한 전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정부의 예상과 달리 14일 오전 전력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일본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전기를 아껴 썼기 때문이다. 도쿄역에 있는 다이마루 백화점은 절전을 위해 평소보다 1시간 늦은 오전 11시에 개장하고 폐장도 3시간 앞당겨 오후 6시에 문을 닫았다. 미처 이 소식을 모르고 오전 10시부터 찾아간 사람들이 1시간여 백화점 앞에서 기다렸지만 항의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백화점과 대형역사, 고층 빌딩에선 자진해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가동을 제한했다.
지하철 감축 운영으로 출퇴근 시간 배차 간격이 40분에 달할 정도로 타기가 쉽지 않았지만 먼저 타려고 새치기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질서를 지키면서 역무원의 지시에 따라 순차적으로 타고 내렸다.
폐허에서 수십시간 만에 구조된 한 일본인은 육상 자위대원들에게 “나보다 더 위험한 사람들이 있을 텐데 폐를 끼쳐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대재앙을 만난 일본인들이 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질서의식을 보여 전 세계가 경탄하고 있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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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숙님의 댓글
신주쿠 전철역에서 우왕 좌앙 하지 않고 질서 정연한 도쿄 시민들의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랬습니다. 역시 다르구나.우리나라 같으면 난리 를 칠 일인데도 어쩜 그렇게
매너가 좋은지~~~훗날 미국에 가서도 일본인 들이 대접 받는걸 보고 역시 우리보다
질서 정연 한 모습과 어려울때에 남을 먼저 배려 하는 그들이 왜 그리도 우리나라와는
사이가 그런지 이상하기도 했지요.미국에서도 코리안 보다는 재팬니스가 대우를 받거든요.
문정현님의 댓글
정작 어제는 정상적으로 전기가 공급 되었습니다.
국민 모두가 한 마음으로 최대한 절전을 실천함으로
평상시의 전력양에 미치지 않았다고 전력회사측에서
국민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는 속보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모두가 합심해서 불편을 감내하고 정상적인 생활이 될때
까지 총력을 기울이겠지요.
어제보다 오늘은 훨씬 교통편도 소통되고
안정감을 찾고 있었습니다.
많은 시간을 요하는 자연재해를 만났지만
일본국민들은 또 시련을 기회로 삼고 내일을 준비할겁니다.
대지진을 통해서 일본과 한국이 더욱 가까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119구조대 100명이 센다이 지방에 도착했다는 뉴스
한국에서 우호적인 응원의 힘이 쇄도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감지합니다.
정해관님의 댓글
개신교의 원로목사(여의도 S교회)가 일본의 대재난을 두고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고 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한반도를 이렇게 안전하게 해주시는 하느님께 조상님께 감사드립니다”고 했다. 이웃이 불행을 당했는데도 엉뚱하게 종교의 잣대를 들어 삿대질을 하거나 자기 안전만 생각하는 꼴이 아닌지 의문이다. 일본 국민의 심정은 더할 수 없이 절박하다. 사회지도층의 언행이 그런 심정에, 그런 상처에 혹여 소금을 뿌리는 결과를 빚을까 봐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김 지사의 트위터 메시지는 그나마 동시대인의 놀란 가슴을 달래는 내용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하지만 원로목사의 공개 발언은 긍정적으로 봐줄 여지가 없다.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문제의 목사는 인터넷매체 인터뷰에서 “지진으로 수많은 재산 피해와 생명을 상실하게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대지진을 당한 것은) 일본 국민이 신앙적으로 볼 때 너무도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앙이 종교 문제 때문이라는 것인데 아전인수가 놀랍다. 무엇보다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며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이 종교인의 도리 아닌가.
인간이 한낱 미물처럼 여겨지는 대재난 앞에서 국적과 인종, 종교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일본의 재난을 강 건너 불로 여기고 종교 운운하면서 절망과 비탄에 잠긴 이들을 결과적으로 우롱한다면 같은 교인들부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상처를 덧나게 하는 지각 없는 언행은 자제돼야 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지도층이 아니어도 그런 이치는 다 안다. 인터넷과 트위터에는 일본을 응원하는 글이 가득하다. 일본을 위한 기도를 하자는 소박한 의견도 적지 않다.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성숙한 태도로 인류애를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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