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렬님이 생각나서/세계일보 11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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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등산객들이 달이 뜨는 월출산을 대거 찾았다. 바람폭포와 구름다리로 월출산 갈림길 이정표가 나오지만 여성들은 구름다리 쪽으로 방향을 튼다. |
전남 영암 월출산에 다녀왔다. 달이 뜨는 월출산은 단풍의 절정을 아직 선보이지 않고 있다.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의 김병창씨는 “월출산의 단풍은 다른 산처럼 도드라진 표시를 내지 않고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지 못해서다. 이는 월출산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면적은 56.1㎢다. 지리산 등에 견줄 필요도 없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들 중에서 넓이가 작은 축에 속한다. 월출산은 다른 산맥과 능선이 이어지지도 않는다. 남도 서남쪽 끝자락에 우뚝 솟은 산일 뿐이다. 거기에다가 바위산이다.
일순간에 산을 뒤덮을 환경 자체가 아니다. 그나마 당단풍나무, 사람주나무, 검약옻나무 등이 남녘의 산을 지키고 있다. 암석과 절벽이라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잘 적응하는 나무들이 고맙다. 난대림과 온대림이 서로 어깨를 견주며 비탈의 햇빛을 나눠 갖는 모습도 좋아보인다.
평지에서 솟구쳐 올라온 바위봉우리를 비롯한 기암괴석을 보고 금강산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래서다. 산이 달에 걸려 있을 때의 모습이 감동적이라는 이미지보다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표현을 먼저 끄집어내는 주민도 많다. “남쪽 고을 제일가는 그림 같은 산이 있으니, 그곳의 달은 청천에서 뜨지 않고 이 산으로 오르더라”고 노래한 김시습이나 ‘신선이 노는 선경’으로 월출산을 묘사한 윤선도나 조선시대 학자들의 표현은 적절하다. 그 표현대로라면 월출산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월출산은 찾은 때는 10월에서 11월로 달이 바뀌던 때다. 마침 전국에 늦가을을 생각나게 하는 가을비가 내렸다. 이 비가 멈춘 뒤 며칠 지나면 월출산의 색감도 보다 붉은빛으로 가득할 것이다. 그 기대감으로 ‘달을 품은 산’을 앵글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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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산으로 알려진 남녘의 월출산에도 단풍이 들었다. 구름다리 아래의 바위산들은 절벽 같지만, 군데군데 자리를 잡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있다. |
월출산 최고봉은 809m 천황봉. 감상포인트는 아무래도 구름다리와 바람폭포다. 대표적인 종주 코스인 천황사와 도갑사를 잇는 9.4㎞ 구간에 있다. 월출산 입구를 거쳐 천황사를 지나자, 경남 진주에서 왔다는 150명 넘는 여성들이 단풍보다도 빨리 월출산의 색감을 바꿔 버린다. 진주에서 버스로 3시간을 달려 여성들의 발걸음과 목소리가 마냥 경쾌하다. 이들의 틈바구니에 섞여 등산길에 오르자 추월은 애당초 생각하지도 못하겠다.
이윽고 갈림길. 바람폭포와 구름다리로 갈림길 이정표가 보인다. 많은 이들이 구름다리 코스로 발걸음을 옮긴다. 서너 명만이 바람폭포로 방향을 튼다. 수려한 폭포를 보고 싶어서다. 대부분 말라 있는 바람골 계곡에 이날은 마침 물이 흘러내린다. 등산을 방해하는 비가 내렸지만, 비는 월출산 감상에 훌륭한 선물로 작용했다. 바람폭포 주변을 오르면서 월출산이 ‘돌산’인 것을 새삼 자각한다.
바람폭포 주변을 타고 올라가면서 멀리 구름다리를 쳐다본다. 다리의 장관보다도 기쁨을 만끽하는 등산객의 목소리들이 계곡물과 조화를 이뤄낸다. 매봉과 사자봉을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때는 31년 전인 1978년. 노후한 다리는 2006년 새롭게 만들어졌다. 매봉과 사자봉을 연결하는 다리 앞의 시루봉이 낮아 보일 정도로 구름다리는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구름다리 아래 지상까지는 120m가 되는 현수교다. 산에 위치한 다리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한다. 다리 중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발아래 아찔할 것이다. 구름다리 길이는 54m. 20∼30m 지점에서는 오가지 못해 현기증을 느끼는 등산객들이 잠시나마 산을 찾은 것을 후회할 것이다.
그래도 월출산을 찾는 등산객들 중 70%는 이 코스를 택해 구름다리를 건넌다고 한다. 월출산의 1년 등산객은 30만명. 그러니 1년에 20만명은 구름다리에서 ‘아찔함과 스릴’, ‘탄성과 환희’를 동시에 경험한다. 월출산 제일의 비경은 그렇게 등산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봉에서 바라보는 동쪽 능선은 월출산이 주는 선물이다. 영암 읍내와 서쪽 능선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어서다. 최고봉 천황봉을 내려와도 월출산은 여전히 선물보따리를 가득 안고 있다. 구정봉이 보인다. 정상의 너른 암석 바위에 아홉 개의 웅덩이가 패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웅덩이의 물은 마르지 않아 개구리가 서식할 정도다.
구정봉 주변의 바위들을 중심으로 월출산에는 12대 기암이 있다. 삼장법사 바위를 필두로 손오공·저팔계·사오정 바위가 산 곳곳을 지킨다. 이들 바위와 함께 남근바위와 여근바위, 고인돌바위 등 12개 바위를 쳐다본다. 월출산은 어느새 자연의 조각바위로 뒤덮인 ‘예술품의 산’이 된다. 이곳을 보면 ‘3개의 신령스러운 바위가 있는 지역’이란 뜻에서 영암이 유래했다는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은 여전히 살아 있는 설명이 된다.
월출산 등산의 마무리는 도갑사에서 하는 게 자연스런 흐름이다. 도갑사는 신라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보물 89호인 석조여래좌상과 보물 1433호인 5층석탑을 비롯해 현재 보수 중인 국보 50호 해탈문을 보려고 도선사를 찾는 이들도 많다.
영암=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기찬랜드' 천연 맥반석 암반수 모아 워터피아 조성

작은 기침에도 주눅 드는 시대다. “기(氣)죽지 말자”는 문장을 되뇌는 현대인이 많은 게 이상하지 않다. 전남 영암 여행에서는 잔뜩 기를 받고 올 수 있다.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은 기상을 지닌 산. 월출산을 일컫는 말이다. 조선시대 풍수사상가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화승조천(火乘朝天)의 지세’라고 평한 월출산에 관한 설명은 지금도 유효하다. 영암에 다녀온 이들은 이 말에 동의하게 된다. 주눅 들거나 기죽었던 사람일수록 영암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영암은 기찬랜드와 기찬묏길 등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이름만으로도 기를 살려줄 것 같다. 월출산이 자연이 빚은 전통의 명품 관광지라면, ‘기(氣)찬묏길’과 ‘기(氣)찬랜드’는 영암이 새롭게 내놓은 명품이다. 기찬묏길은 새로운 에코여행의 산책길이고, 기찬랜드는 자연풀장 등이 들어선 새로운 관광지다. 영암이 가진 기를 표현한 장소들이다.
이런 브랜드가 나온 과정이 재미있다. 이 과정에는 김일태 군수와 지역 출신 학자들이 동원됐다. 영암이 가진 기를 정리했다. 복잡하지만 개념화가 가능했다. 역사와 전통의 정기(精氣), 자연환경의 신기(神氣), 문화의 창조적 역량을 지닌 생기(生氣), 동북아 물류거점으로의 활기(活氣) 등으로 나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왕인 박사의 가르침이 정기라면, 가야금 산조를 태동시킨 힘은 생기였다. 월출산에서는 신기를 접하고, 대불자유무역지역에서는 활기를 느낄 수 있다.
이 기를 군민에게 불어넣고, 외지인에게 경험하게 하는 곳이 기찬랜드. 월출산 100리 길 기(氣)체험 산책로로 조성하고, 이름을 ‘기찬묏길’로 붙였다. 대상은 월출산 100m 이하 지역을 대상으로 했다.
숲길이 온전히 완성되면 ‘영암읍 개신리 천황사 입구에서 미암면 미암리 흑석산 삼림욕장 일원까지 40㎞에 이른다. 군청은 40㎞를 다섯 구간으로 나눴다. 영암의 기를 고루 접하도록 명칭 부여에도 고민했다. 그래서 다섯 구간의 이름을 ‘문화 체험’과 ‘역사 체험’ 등으로 다양하게 불렀다.
올해 7월 공개한 첫 구간을 걸어보니 힘들지 않았다. 이곳은 월출산이 영암들판과 만나는 기슭을 에두르는 산책로다. 월출산이 가진 물과 나무, 바위, 공기가 마중을 나온다. 여기에다가 영암들판이 가진 풍요, 여유, 너그러움이 느껴진다.
모든 구간을 거닐려면 2013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탑동삼거리에서 용추폭포가 있는 기찬랜드까지 5.5㎞에는 가을 냄새와 함께 지난여름 이곳을 만들어낸 땀 냄새가 여전한 느낌이었다. 나무로 만든 다리와 이정표 등이 깨끗하게 기찬묏길 구석을 메워주고, 이어주고 있었다. 시멘트와 흙, 자갈, 벽돌 등이 길을 채우고, 주변은 깔끔하다. “새로 조성된 묏길 주변의 잡목들을 그대로 두었으면 더 좋았을걸”이라는 행인의 말이 들린다. 동행한 군청 직원은 “2∼3년 지나면 묏길에서 사계절의 내음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최선의 결정이었음을 에둘러 표현한다.첫 구간을 걷고 나니, 기찬랜드가 나온다. 지난여름엔 이곳에 50만명 가까운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했다. 기찬랜드는 월출산 계곡에서 흐르는 맥반석 암반수를 모아 조성한 일종의 워터피아다. 삼림욕장과 모두 5개의 수영장이 들어서 있다. 수영장은 수심에 따라 어른용, 어린이용, 가족용으로 나뉜다. 그 옆에는 발 마사지 등을 통해 기를 보충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이곳을 찾은 주민들의 표정이 밝다. 지금은 군민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장기적으로 외지인에게도 이 시설을 개방할 것이라고 한다.
서울에서라면 영암은 하루에 다녀오기는 먼 곳이다. 군서면 해창리의 월출산온천관광호텔(061-473-6311)은 나트륨을 함유한 온천 물이 나온다. 스파와 객실에 공급되는 물은 지하 600m에서 올라오는 천연 맥반석 암반수다. 모든 객실에서 월출산 전경을 볼 수 있다.
영암도 남도 특유의 별미를 자랑한다. 연포탕과 갈낙탕 등 낙지요리가 그것. 낙지요리 전문음식점이 학산면 독천리 일대를 중심으로 40여곳이 있다. 청하식당(061-473-6993)에서 새우젓 등 19가지 젓갈과 함께 내놓는 낙지풀코스 요리는 외지인의 혀끝을 간질거리게 한다.
영암=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불리는 전남 영암 월출산에서 사람 얼굴 모양의 큰 바위가 발견돼 화제다. 월출산의 대표적인 바위 봉우리로 꼽히는 구정봉(해발 734m)이 바로 사람의 얼굴이 선명한 이른바 ‘큰 바위 얼굴’ 형상을 하고 있다. ‘영암관광 지킴이’ 회장 겸 사진작가 박철(56)씨는 11일 “지난 1월 31일 오전에 월출산에 갔다가 앵글에 잡힌 큰 바위 얼굴 형상의 바위를 보고 넋을 잃고 말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30년간 월출산의 기암기석 등 절경을 찍어 왔지만, 처음 보는 큰 바위 얼굴에 깜짝 놀랐다. 월출산 바람재에서 천황봉 쪽 200여m 지점에서 촬영한 구정봉은 머리와 이마, 눈, 코, 입에 볼 턱수염까지 영락없는 사람의 얼굴 형상을 하고 있다. 박씨는 “구정봉은 천황봉 다음으로 많은 전설과 영암의 정신이 깃든 곳”이라며 “월출산은 거대한 조각산이면서 수천 개의 바위가 예술 작품일 정도로 명산”이라고 말했다.
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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