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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는 없는가---- 황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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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중도는 없는가
양 극단의 이념충돌만 있는 현실
대화만이 시대정신 구현의 지름길
  • 황종택 논설위원
    대중가요 한 곡에도 삶의 애환이 스며 있다.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 첫사랑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다. 20년 가까이 된 노래지만 7080은 여전히 애창한다. 왜? 연애담이 아니다. 어려웠던 지난 시절이 수채화처럼 떠오르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옥수수죽을 타먹고 함께 배고픔을 잊었던 마지막 세대의 추억, 그때의 또래가 그리워 노래를 읊조린다.

    세월을 건너뛰면 이런 노래가 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 …/낙동강아 잘 있거라….” 6·25전쟁 때 현인이 부른 ‘전우여 잘 자라’라는 가요다. 자유 수호의 결의가 가득하다. 민주화 염원의 대표곡 같은 가요도 있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 양희은이 부른 ‘아침이슬’이다.

    가요가 상징하듯 한국 현대사는 격동의 파노라마다. 일제 식민지배와 광복,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 가난을 딛고 일어선 산업화, 정보통신(IT) 강국.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과 민주화 성취. 한계를 초극한 자랑스러운 역사다.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결이 격렬하다.

    해방 직후 혼란상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잖다. 의제만 바뀌었지 본질은 같다는 것이다. 대북 정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 정국과 관련한 민심 소재 해석, 미디어법을 비롯한 국회상정 법안 처리 등 인화성 큰 사안들을 꼽을 수 있다. 서로 ‘타협을 원칙으로 하되 원칙만은 타협할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거친 쇳소리만 들린다. 중간지대의 스펙트럼은 빛을 잃었다. 중도·중용은 ‘회색분자’로 몰릴 수 있다. 한 쪽이 깨져야 직성이 풀린다는 ‘핏발’선 눈들.

    격랑의 6월이다. 말없는 다수, 합리적 이성을 존중하는 대화 중시론자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 “세상에는 지켜야 할 가치가 있고 마땅히 바꿔야 하는 대상이 공존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그렇다. 새 것이 다 좋은 게 아니고 오래됐다고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전통에 바탕한 창조야말로 생명력이 있는 법이다. 상속과 발전이다. 공생공영의 미학이다. 수레의 두 바퀴, 동전의 양면, 새의 두 날개처럼.

    문제는 있다. 무엇을 지키고 어느 게 바꿀 대상인지를 제대로 가려내는 것이다. 어떻게. 진선진미한 해법은 찾기 어렵다. 서로 백안시 그만하고 대화해 차선을 찾으라고 권면하는 게 최선일밖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말이 있잖은가. 사실 한쪽이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을 내는 데서 갈등이 싹튼다. 공동체의 화평도 깨진다. 조급증과 얼토당토않은 욕심, 마이웨이식 독선을 버리면 해결 못할 일이 뭐 있을까 싶다. 이 길 말고 국리민복을 위한 방안이 따로 있을 리 만무하다.

    호국보훈의 달이다. 며칠 전 59년 만에 ‘귀향’하는 두 장병이 있었다. 6·25전쟁 때 전사했던 고희경 중위와 김상희 일병의 유해가 발굴된 것이다. 꽃다운 나이인 30세 안팎에 각각 산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의 가슴 아픈 상흔이다.

    이뿐 아니다. 가곡 ‘비목’의 노랫말처럼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에서 먼 고향 초동 친구를 그리워하며 서러움 알알이 돌이 돼 쌓여 있는 ‘돌아오지 못한 영웅’은 또 얼마인가. 목숨 바쳐 조국을 지킨 그들의 바람은 무엇일까. 명료하다. 조국의 평화통일과 한민족의 세기를 맞는 선진국 진입일 터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론 분열이다. 그것도 중증. 그래도 어쩌랴. 모든 주체들이 화합을 위해 힘써야 하는 것을. 여당에 부여된 책임의 몫이 크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대소통자’가 돼야 한다. 좀 더 낮은 곳에 임해 여론에 귀기울이면 된다. 야당에 짐지워진 무게 또한 엇비슷하다. 때가 왔다며, 정치적 입지 확대만을 꾀하려는 탐심의 절제가 요청된다.

    남남갈등의 적의(敵意)를 접어야 신뢰 생성이 가능할 터이다. 그래야 소시민이 생업에 신바람나게 전념하며 ‘낭만’ 깃든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않겠는가. 거듭 말한다. 시대의 대의를 외면하지 말라. 자칫 위정자들이 타고 있는 배가 통째로 뒤집혀 ‘공멸’할 수 있다. 호국영령이 지켜보고 있다.

    황종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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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정해관님의 댓글

★ [가마귀 눈비 맞아] - 박팽년

가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야 밤인들 어두우랴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박팽년 (1417-1456) ; 사육신의 한사람, 단종을 다시 모시려다 사형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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