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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 있는 삶,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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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 있는 삶, 꿈일까
관련이슈 : 세계포럼
20081008004165
  • 황종택 논설위원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요즘 꽃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어요.” 몹시 바쁘게 살아왔음을 함축하고 있다. 꽃을 바라볼 시간도 없이. 그의 소회는 이어진다. 기회가 되면 사람과의 순수한 교감을 넓히는 스포츠 댄스나 고전적 댄스를 배우며, 나아가 악기 하나쯤은 다루고 싶다고. 일에 치여 동분서주하는 일상에서 조금은 벗어나 자신을 관조하는 문화예술에 젖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라고 하겠다. 깊은 경제 불황에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마음의 여유를 찾는, 나름의 윤기 있는 삶을 꿈꾸고 있다고나 할까.

    그렇다. 개인이든 단체든 어렵다고 ‘징징’거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호흡 한번 크게 하고 긍정적으로 마음을 다잡아야 일도 잘 될 것이다. 일체유심조,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하지 않는가.

    가을, 그것도 10월, 축제의 계절이다. 일상에 찌든 마음의 부담을 덜고 새롭게 공동체의 일원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다. 지역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자료 목록에 오른 것만 해도 무려 1200여개에 이른다. ‘축제 공화국’이라는 말이 결코 지나친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함량미달’이 적지 않아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런데 농어촌 축제는 그래도 특산물 등을 소재로 하기에 나름대로 전통과 개성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다. 도시가 관건이다. 한국의 도시화율은 91%에 이른다. 열에 아홉은 도회지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 도시는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오늘 우리의 도시는 지독히도 반문화·반생태적이다. 시멘트 절벽 같은 멋없는 건물, 회색빛 도시의 분위기가 주는 답답함. 그곳에서 창조적 에너지와 환희를 느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비정상적으로 거대해진 도시는 고유의 아우라를 잃어버린 지 오래됐다. 대한민국이 집단 현기증을 앓고 있다. 도시 자체가 관광자원인 유럽과 대조적이다. 정치지도자와 문화예술인이 살았던 개성 있는 생가나 거처를 원형대로 보존하고 세심하게 문화인프라를 깔아놓았다. 부러움이 앞선다. 멀리 갈 것 없다. 잘 가꿔진 도심과 고색창연한 문화재를 잘 간수하고 있는 일본,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맘껏 드러낸 바대로 문화 다양성과 깊이를 간직하고 있는 중국이 있잖은가.

    ‘도시의 격’을 높여야 한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 도시에도 품격이 있는 법이다. 달리 말해 해당 도시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자본의 공간적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외부 기업과 자본, 방문객을 유치하려는 도시 간의 경쟁도 불붙었다. 문제는 우리의 경우 문화도시나 관광도시 등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실질적으로 삶의 질을 보장하는 시민 문화 충족도를 높이려는 도시가 아직은 그리 많지 않음을 본다. 그러면서 도시의 선진화를 강조한다. 분명히 주시해야 한다. 파리 런던 뉴욕 도쿄 홍콩 싱가포르 등 선진국 도시는 그 도시만의 문화창의성이 뛰어남을!

    그리고 그것은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문화적 기반 위에 서 있다는 데 눈을 돌려야 한다. 열린 마음이라야 문화를 원천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도시의 브랜드를 높이는 컬처노믹스(culturenomics) 전략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창의 문화도시 서울의 비전’ 등을 내걸고 내일부터 21일간 개최되는 ‘서울 디자인 올림픽’은 기대가 크다. 도시에 아름다움을 입히고, 그곳에서 여유를 찾는 시민상은 우리가 바라는 바다. 문화예술의 향기가 강물처럼 흐르고 뿌리 깊은 인문학이 살아 있어야 창조적 과학기술도 번창할 수 있을 터이다. 마침 오늘은 562돌 한글날이다. 조선의 르네상스 세종 때 문화가 꽃피었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과학적인 우리글 한글의 창제가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황종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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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조항삼님의 댓글

황종택 논설위원님의 글을 읽고 느끼는 감회가
큽니다.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문화예술을 만끽
하며 꿈을 실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Cafe에 가입하다 보니 젊은 날 뭘 하고 살았나
자신을 돌아볼 계기가 되더군요. 나름대로의
멋과 향기를 논하지만 역부족 입니다.

21세기는 생각이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지배
한다고 합니다. 변화는 소리없이 옵니다.. 천일국
창건에 아낌없이 투자합시다.

문정현님의 댓글

동경에는 구시대와 초 현대판 건축의 조화가
가는 곳 마다 잘 이뤄졌습니다.
동경타워 바로 입구 길목에는 마치 산사를
방불케 하는 신사와 구 가옥이 몇채 고고하게
자리하고 있더만요.

아니!~ 여기가 도심의 1번지란 말인가?
큰길 하나 사이를 두고 수십년 전으로 돌아간듯
과거와 현재가 함께 돌아가는 마법의 도시라는
표현이 맞을듯 합니다.

심야에 들어와서 총장님의 한글사랑에 감동묵고
갑니다.
만복이 함께 하소서 !~ 아주 아주 !~

정해관님의 댓글

culturenomics
영어로 문화를 뜻하는 컬처(culture)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성한 조어로서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의 페테르 두엘룬(Peter Duelund) 교수가 1990년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용어의 개념도 조금씩 변화하였는데, 1990년대에는 해당 국가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현지인을 고용하거나 현지 브랜드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2000년대에는 문화와 산업의 창조적 융합, 문화의 상품화, 문화를 통한 창의적 차별화로써 고(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넓은 의미에서는 문화마케팅도 이 범주에 속하지만, 컬처노믹스는 단순히 문화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 그 자체의 부가가치를 경제와 접목시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텔레비전 광고를 예로 들면, 유명 예술가나 작품을 소재로 경영철학을 소비자에게 전달하여 기업의 긍정적 이미지를 더욱 높이는 형태로 나타난다. 문화예술이 21세기의 성장동력으로 꼽히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개념을 기업경영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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