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사판과 이-사판 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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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판사판 [ 理判事判 ]
'막다른 궁지' 또는 '끝장'을 뜻하는 말로 뾰족한 묘안이 없음을 비유한 말.
한자말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이 붙어서 된 말이다. 그리고 이 이판과 사판은 불교 용어로서 조선시대에 생성된 말이다. 조선은 건국 이념으로 억불숭유(抑佛崇儒)를 표방하였다. 이것은 고려 말에 불교의 폐해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며, 한편으로는 조선의 건국에 신흥 유학자 사대부 세력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불교는 정권의 교체와 함께 하루 아침에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천민 계급으로 전락한 승려들 또한 활로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되었는데, 그 하나는 사찰(寺刹)을 존속시키는 것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불법(佛法)의 맥(脈)을 잇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부는 폐사(廢寺)를 막기 위해 기름이나 종이, 신발을 만드는 제반 잡역(雜役)에 종사하면서 사원을 유지하였다.
한편으로 이와는 달리 은둔(隱遁)하여 참선 등을 통한 수행으로 불법을 잇는 승려들이 있었다. 이를 두고 앞의 것을 사판, 뒤의 것을 이판이라 하였다. 결국 조선시대를 거쳐 지금의 현대 불교가 융성한 것도 이 두 부류의 승려들이 자신들의 소임을 다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그런데 이 이판사판의 뜻이 전이되어 부정적 의미로 쓰이게 된 데에는 시대적 상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억불정책은 불교에 있어서는 최악의 상태였다. 승려는 최하 계층의 신분이었으며, 성의 출입 자체가 금지되어 있었다. 자연히 당시에 승려가 된다는 것은 인생의 막다른 마지막 선택이었다. 그래서 이판이나 사판은 그 자체로 '끝장'을 의미하는 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뿐만 아니라 일제와 8·15광복 후의 건국 초기에도 불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더욱 부정적 이미지로 몰아갔다. 이 두 부류를 정치적으로 이용, 서로 분열 반목케 하여 이판사판의 면목을 그대로 대중(大衆)에게 심어주었다. 그래서 지금도 아무것도 모르는 대중은 뾰족한 대안이 없을 때 무의식으로 이판사판이라는 말을 쓴다.
2. 理判참모와 事判참모
이성계의 조선조 창업을 결정적으로 도운 이판참모를 꼽는다면 무학대사(無學大師·1327~1405)를 꼽아야 할 것이다. 이판(理判)이란 직관·꿈·신탁·계시에 근거하여 내리는 판단을 가리킨다. 무학대사가 이성계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이상한 꿈을 정확하게 해몽하여 주었기 때문이다. 무학이 함경남도 안변군 설봉산(雪峰山)의 토굴에서 수도를 하고 있을 때 장군이었던 이성계가 찾아와 해석을 의뢰한 꿈은 '무너진 집에 들어가 서까래 3개를 지고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무너진 집은 고려왕조를 가리킨다. 서까래 3개는 왕(王)자를 상징한다. 새 왕조를 창업하는 꿈이다'.
이성계의 사판참모는 정도전(鄭道傳)이다. 이판과 사판은 한양 궁궐터의 방향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무학은 인왕산(仁王山)을 등지고 동향으로 궁궐을 지어야 장남이 잘된다는 것이었고, 정도전은 남향을 주장하였다. 결국 정도전 의견을 따랐다. 이판과 사판의 결론이 일치하면 행복하겠지만, 다를 경우에는 어떤 쪽 말을 따라야 하는가가 고도로 어려운 판단이다. 여기서 헛발 디디면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수도 있다.
이병철은 여러 명의 이판참모를 두고 때로는 크로스 체크를 하는 노련함을 보여 주었다. 그가 70년대 장충동에 살 때는 문간방에다 '홍 선생'이라고 하는 나이 든 보살을 거주하도록 하였다. 집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모두 이 홍 선생을 통과해야만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인간 스캐너였다. 혹시 흑심을 숨기고 오는 방문객은 홍 선생의 고감도 영발(靈發)에 대부분 감지되기 마련이었다. 그 당시 어떤 기업체 회장 부인이 이 집에 들어오다가 홍 선생에게 감지된 사례가 있다. "이리 와 봐요. 배를 만져보니 따듯하구먼, 뭔가 따듯한 사업을 새로 구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회장 부인은 기겁하였다. 이제 막 직물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던 참이고, 그 구상은 자신과 남편밖에 모르는 특급 비밀이었던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력은 본인이 담백하게 살고 공익에 봉사해야만 오래 유지된다. 담백하지 않으면 처음에는 몇 번 맞다가 나중에 결정적인 착오가 생긴다. 영발에도 쿼터가 있다는 게 이판계의 법칙이다.
무슨 일이든지 이판사판 공사판이 되지 않으려면, 명철한 이판참모와 사판참모의 현명한 조언을 경청하고 방향을 잘 잡아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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