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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디지로그 선언'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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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디지로그 선언』를 읽고

소싯적 학창시절 ‘흙속에 저 바람 속에’를 읽고 당시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옮겨가야 함을 역설하던 작가의 주장에 많은 부분 공감했던 기억이 새로웠는데, 그 후로도 그는 70년대에 ‘신바람 문화’, 80년대 (올림픽 전후) ‘벽을 넘어서’, 90년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등 시대를 리드하는 슬로건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그가 최근 펴낸 역작이다. 33년생인 그는 올해 76세 이시지만, 서재에 컴퓨터 5대인가를 동시에 켜놓고서 일 (아마 이런 경우를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라 할듯) 하신다고 한다.

책의 부제 ‘한국인이 이끄는 첨단정보사회, 그 미래를 읽는 키워드’라는 말이 표현하듯, 이 책에서는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인터넷의 어두운 면을 극복하고 앞으로 다가올 후기 정보사회의 밝은 미래를 모색하는 비판과 희망의 작업이 될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침 우리 홈을 만들어 놓고서, 눈길을 주지 않거나 보고서도 슬쩍 스쳐 지나기만 하는 형제자매님들에게 ‘지금은 이런 때이오니 제발 움직입시다!’는 어쩌면 메아리 없는 외침을 하고 있는 이 때, 시의적절한 고차원!의 참고서가 아닌가 생각되어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제 저자의 서언과 처음 도입부의 내용의 일단을 소개함으로써 공감하는 나의 생각과 위대한 석학의 충고를 전하고자 한다.

[서언]

어느 외국인 교수는 한국의 음악을 듣고 “동면하는 곰의 조용함과 성난 호랑이의 사나움을 함께 지니고 있다”라고 평한 적이 있다.

잠자는 곰을 아날로그로 바꾸고 사나운 호랑이를 디지털로 대치하면 한국인은 디지로그 人이 되는 것이다.

--중략--

뱀은 어디에서부터 꼬리인가.

무지개의 빨간색과 주황색의 경계는 어디에서부터 인가.

이 책의 내용과 서술 그 자체가 디지로그 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읽는 사람의 상상력 속에서 조금씩 발효되어가는 머루주이다.

[먹는게 남는 것]

(인터넷 유머사이트의 한국적 사과 얘기)

“세 개의 사과 가운데서 세 개를 먹으면 몇 개가 남느냐”

“세 개요”

“왜?”

“우리 엄마가 그러시는데요. 먹는 게 남는 거래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분단과 양극화]

문제는 아날로그의 솥 옆에 또 하나의 무한대로 커지고 있는 네트워크 디지털 솥이 우리 눈 앞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체도 정보도 미디어도 사고파는 물건과 살아가는 방식 까지도 아날러그적인 것과 디지털적인 두 가마솥으로 분할되어 간다. 사람 자체도 아날로그 인간과 디지털 인간으로 분열되어 있다.

하지만 분단된 국토, 가진 자와 안 가진 자(못 가진 자)의 경제적 양극화를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분단과 양극화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도 걱정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 분단과 양극화가 내 가정을 어떻게 찢어놓고 자라나는 내 아이의 학교를 어떻게 멍들이고 있는지, 그리고 사회와 나라 전체에 무슨 분란과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지 외통수만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먹는 것으로 상징되는 아날로그의 문화코드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문화 코드를 읽는 학습과 훈련이 절실히 요망된다. 아날로그의 세계가 무었인지 디지털 세계가 어떤 것인지, 말의 정의나 개념을 성급하게 물으려 하지 말고 때로는 과거의 땅으로 때로는 미래의 가상현실로 상상력의 타임머신을 타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현장을 답사해 보기로 하자.

정보사회에는 무엇보다도 情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전화를 걸어 몇 시간 씩 수다를 떨다 끊을 때 하는 소리는 대개 “자세한 것은 직접 만나서 하자”이다. 그렇게 실컷 말하고도 직접 만나서 할 이야기가 또 있다는 말인가. ‘만나서 직접 말하겠다는 그 자세한 말’이란 다름 아닌 전화로 나누기 힘든 情의 말인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직접 말과 마음을 주고받는 ‘페이스 투 페이스’가 정보통신 시대에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이버스페이스에서 결여되기 쉬운 情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바로 정보문명의 가장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휴대전화의 소유모델]

젓가락은 구조 자체가 짝으로 되어 있다. 그중 하나만 가지고서는 음식을 집을 수 없다. 두 개가 한데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다. IT에 관련된 도구들은 모두가 젓가락과 같은 페어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상대방이 있어야 메일을 보내고 채팅을 하고 정보를 주고 받을 수가 있다. 자기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어도 상대방이 그것을 갖고 있지 않다면 자신의 소유도 함께 부정된다. 전화를 걸수도 받을 수도 없으니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의 것이 있어야 내것이 있고 남의 것이 없으면 내 것도 없는 것이 전화다.

자동차는 혼자 타고 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남의 것과 관계가 없다. 오히려 남이 가질수록 교통체증이 심해지고 교통사고도 잦다. 더구나 남이 롤스로이드를 타고 다니면 자신의 티코는 더욱 슬퍼진다.

※여기에 우리 홈에서도 서로가 함께 참여하는, 그래서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양방향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을 지닌 디지털로그로서의 태도가 강조되어 지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휴대전화의 소유자는 과연 누구인가? 쌍방향 정보통신은 소유 자체의 모델을 바꿔놓았다. 자기 것이라도 남이 걸어 사용하면 그 사람 것이기도 하다. 정보기술은 우리 생활의 양식을 크게 바꿔놓았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인류가 생겨나고 수십만년 내려온 그 소유의 모델을 바꿔놓았다는 점이다.

[東家食西家宿의 해법으로서 디지로그 기술]

동에서 먹고 서에서 자는 ‘東家食西家宿’처럼 모순적이고 대립하는 것을 하나로 통합하는 기술의 종착점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하나로 융합하는 디지로그 기술이다. 그것은 어느쪽이 선이고 어느 쪽이 악이고, 어느 것이 신이고 어느 것이 구인가를 따지는 선택적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양립불가능한 대립적 갈등관계도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기술이 성숙해 지고 정밀해질수록 디지로그 현상은 강력해 진다. 비트와 아톰, 클릭과 블릭,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상현실과 실제현실, 그리고 정보네트워크와 물류네트워크처럼, 지금까지 이항대립의 반대어로 사용되어 오던 말이 이제는 분명한 선을 그을 수 없을 만큼 가까워지고 개념도 모호해 진다.

퓨전기술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함께 결합한 디지로그의 새 문명현상으로 발전되고, 이 사회를 초기정보사회가 일으킨 IT거품과 부작용이 개선된 후기정보사회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해답은 하나가 아니라고 한다. 한 마리 토끼 만을 쫒던 고정관념의 틀을 깨라고 한다. 東家食西家宿하는 ‘세 왕자와 결혼한 공주’의 이야기가 새로운 문명의 팡파르를 울린다. 천년묵은 약초를 먹는 농업혁명의 신비한 생명력, 천리마로 달리는 산업혁명의 힘찬 동력, 그리고 천리 밖을 내다보는 정보기술의 감동과 매력, 이 세가지 힘은 평행선 줄무늬의 삼색기가 아니라 삼색의 둥근 태극무늬 처럼 둥글게 둥글게 돌아간다.

발행 : 2006. 4. 6

펴낸이 : 박광성

펴낸곳 : (주) 생각의 나무

값 : 원래 10,000인데 7,000 (왠일?)

後記 : 이 책은 지난 6월 4일, 오전에 김명렬 님 등과 함께 광능수목원에서 점심 자알 먹고 구경 잘한 후, 저녁에 이인규 님 등과 만날 약속 시간에 너무 일찍이 광교빌딩에 도착하여 90여분의 시간을 때우려 청계천도 구경하고, 촛불집회 시작도 구경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 영풍문고에 들려 눈에 띄는 대로 사온 3권(한손에 잡히는 고사성어. 유쾌한 유머)중 하나 였으므로, 결국 명렬님, 인규님은 이 글의 遠因의 因緣이 있었음을 자에 告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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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문정현님의 댓글

아나로그 시대에서 디지탈 시대로 그리고 디지로그 시대로
사정없이 편승해 가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6월4일의 행보가 눈에 그려지네요.

조항삼님의 댓글

사무총장님의 온정어린 한마디 저의 심중을 파고 듭니다.
주마가편으로 생각하고 참여는 하겠습니다. 격려의 말씀은
일단 받아 드리겠습니다.

형제의 정이 그리워서 전에 활동하시던 몇 분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중 입니다.
석양에 바쁜 척하는 몰골이 형제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생각하니 조심성이 가네요.

구름같은 인생이란 것을 염두에 두니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설렘으로 나날을 꾸며 가렵니다. 각고면려 끝에 수고한 자료
들을 쉽게 접하니 감사하다는 말로 대신합니다.

홈관리위원이 될수만 있다면 그 보다 큰 영광이 어디 있겠습니까.
열심히 방문하는 초보단계를 겨우 벗어 날듯 합니다. 많은
지도편달 바랍니다.

정해관님의 댓글

형님의 과찬은 좀 부담이 됩니다. 앞으로 따끔하게 회초리도 들어 주세요.
그리고 형님께서 홈관리위원회에 저와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데요!
보람있게 할일이 있을듯 싶습니다.

조항삼님의 댓글

성일 아침입니다. 디지로그 말만 들어도 마음이 붕 뜨는 느낌입니다.
21세기 첨단 정보화 시대에 접하여 대세의 흐름에 동승할 수 있는
일깨우심에 감사드립니다.

사이버세계에서 종횡무진하며 첨단정보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삶의 의미조차 상실되기 쉬운
현실입니다.

살아 온 날보다 여생이 더욱 소중함을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암흑에서 광명으로 인도하심에 재삼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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