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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태안반도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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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태안반도


송년회를 태안반도에서 봉사활동으로 대신하다


지난 24일 크리스마스이브라 세상은 온통 축제라는 이름으로 흥청거릴 때 경기북부교구 공직자 부부가 송년회를 계획했다가 취소하고 태안반도 봉사활동으로 전환했다.

새벽6시 어둠을 헤치고 교구로 달려가서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서해안을 향하여 달렸다. 약 2시간 정도 달리니 차창 안으로 기름냄새가 확 풍겨온다. 버스는 이미 태안반도에 들어섰고 상쾌해야 할 공기는 이미 석유냄새로 심상치 않음을 예고한다.


차 안의 다른 사람들도 그 냄새를 맡고는 모두가 긴장해진다. 한참을 더 돌고 돌아 어느 해안가로 가는데 멀리서 바라보는 해안가는 이미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서로가 얼굴을 쳐다보며 할 말을 잃어버렸다.

차량이 도착하니 이미 충남교구 공직자와 식구들도 자원봉사자로 나와 있었다. 현지에 있는 식구님들의 안내를 받으며 방제복을 지급받고 입으니 모두가 바로 우주인이다. 기름냄새 때문에 마스크를 하고 쳐다보니 누가누구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장화에 발을 맞추고


협회장님의 지시에 따라 자원봉사 하러가는 우리가 조금도 신세를 지지 말고 우리가 신세를 지우자는 말씀에 따라 이미 협회에서는 장화 고무장갑 모두를 준비를 해서 참가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내가신발을 280을 신는데 장화가 제일 큰 놈이 270 이란다. 아무리 들고서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별로 신통한 생각이 안 난다. 그래 군대에서도 워카에 발을 맞추었는데 까짓거 고무장화인데 못할 소냐. 큰맘 먹고 앉아서 한쪽다리 들고서 어영차 하니 쑥 들어갔다 일어서서 걸음을 옮기니 어거적 어거적 완전 오리걸음이다.


모두가 한 줄로 서서 자루하나씩 배정을 받았다. 자루 속에는 전국에서 모여온 헌 옷 들로 가득차 있다. 몇몇 할머니들이 앉아서 적당한 량으로 넣어주었다.

몇 시간 일한 행동반경이 지름 1m 도 안 되고

바위를 닦고 돌을 하나하나씩 닦아 가다가 큰 돌을 들어 올리니 이걸 우쩌나.

기름덩어리가 유전처럼 가득히 고여 있다. 타올로 처리를 하려고 몇 번 시도해도 안 된다. 다시금 흡착포로 빨래 비비듯이 닦아내니 겨우 묻어 나온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닦아 가는데 옆 사람이 내가 일해 놓은 자리에 다시금 걸레질을 하고 있다. 왜 이러나 속으로 생각하고 쳐다보니 이게 왠 일이냐. 분명히 열심히 정성을 다해서 돌 하나하나 신경 쓰고 닦았는데 또 다시 기름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너무나 기가 막혀 이리저리 살펴보니 모두가 그런 형편 인 것 같다.

순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 기름 덩어리가 땅속으로 자꾸만 들어가는데 이 덩어리를 어쩌란 말이냐. 돌 속으로 파고들어버린 이 기름을 어떻게 처리하란 말이냐.

걸레로 아무리 닦고 또 닦는다지만 이 방법은 문외한인 내가 봐도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것 같다.

어느 날 TV를 보니 어느 할머니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라고 울부짖으시는 그 모습이 떠오른다. TV에서 그렇게 떠들어도 실감하지 못했는데 현장에 도착해서 걸레질을 하면서 한숨과 안타까움이 눈물과 함께 젖어 나온다.


그 많던 생물체는 간곳없고

어느덧 작업을 하다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저마다 열심히 걸레질을 하고 있다. 그런데 뭔가가 너무나 허전하다. 바닷가에 그토록 많던 크고 작은 조개들, 그리고 앞으로도 못가고 옆으로만 기어다니는 게들도 이미 자취를 감춘지 오래 되었다.

다들 어디로 피난을 갔을까? 거기는 안전할까? 얼마가 지나야 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안타까움으로 그들을 걱정해 본다.

얼마간의 작업을 하니 어느덧 시간은 흘러서 점심때가 되었다. 준비해간 컵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근데 이게 왠 일이여. 교구에서 뜨거운 물을 준비해 가지고 왔는데 물통은 이미 식어버려 컵라면통에 물은 부었지만 익힌라면 먹기는 애시당초 틀렸다. 애라 그래도 뱃속에 넣으면 되겠지. 입 까다롭기로 소문난 저 분도 아무 말 없이 라면도 아니고 우동도 아닌 것을 먹으면서 불평한마디 안한다. 참으로 신통하다. 무엇이 저 사람을 변하게 했을까?


점심을 먹고 다시금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이미 물이 많이 차 올라있다. 약 1시간정도 작업을 하니 이미 물이 많이 차서 일을 할 수가 없어서 모두 나왔다. 더 이상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아직 해야 할 일은 많은 데 물은 차 오르고 그러고 나면 우리가 닦아놓은 바위에 또 기름이 달라붙으면 우쩌나. 참으로 또 하나의 근심을 만들어 간다.


너무나 가슴 뿌듯한 귀가길

TV 화면으로 스쳐 지나가는 장면은 남의 나라 먼 이야기로 들었다. 또 그렇게 심한 줄은 피부적으로 느낌이 오지를 않았다. 그런데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참으로 분노가 치민다. 천재지변도 아니고 이것은 도저히 일어 날 수 없는 인재다. 언제까지 안전 불감증으로 이런 꼬락서니를 만들어 가야 한단 말인가. 시시비비야 법정에서 가려지지만 바다에 의지해서 조상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의 정신적 보상은 누가 무엇으로 해주나. 태안반도를 고향으로 가진 사람들이 생명체가 죽어버린 고향을 찾아가는 그 아픔은 어디다 하소연을 해야 한단 말인가. 꿈이 있고 추억이 있고 낭만이 있는 그런 고향은 이제 어디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돌아오는 길은 좀 피곤하지만 마음은 그처럼 편안할 수가 없다. 그동안 꼭 한번 가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더욱 가슴 뿌듯한 마음이 든다. 진작 함 와 봤으면 더욱 좋았을걸. 늦었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마음 같아서는 다음 주말에 아들 녀석들 다 불러서 같이 한 번 더 다녀오고 싶다. 송년회는 물 건너갔지만 금년 마무리는 정말 추억이 있는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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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조항삼님의 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처절한 현장을 TV로보고
행동에 옮기지 못한 부끄러움을 감출길
없네요.
같이 대처하고 여지없이 뛰어들어 봉사를
해야한다는 생각만으로 미루는 무딘 군상
들에게 무슨 변명이 있아오리까.

앞장서는 이가 있기에 세상은 아름다운가
봅니다.
아주 멋진 송녀회 였군요.

고종우님의 댓글

봉사로 앞장선것도 대단 하다 싶어 경기북부 참가자들을 회상 합니다.
그보다도 감회를 그려 홈에 올려준 공로도 그에 못지 않다고 격려 드립니다.
모두다 한번쯤이라도 수고 하고 와야 할것 같습니다.

parksinja님의 댓글

송년잔치를 아주 멋지게 보람되게 보내셨네요..
모두가 한번은 꼭 다녀와야 할것 같아요..
뉴스로만 접하던 사건을 현장에서 체험하는것이 100배 더 느껴지니까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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