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이 더 큰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 인데, 순천 송광사는 가마솥(혹은 구시)의 크기로 유명하고, 안변 석왕사는 해우소 뒷간통이 높아 유명하였다. 그 우열을 가리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어느 날 양쪽의 스님이 직접 상대방 절간을 찾아가 비교해 보기로 하였다.

두 스님이 천리 먼길을 마다 않고 상대처를 찾아 가던 중, 아마도 천안 삼거리 쯤에서 서로 조우했겠다. 다리도 아프고 갈길은 먼데 봄비는 주룩주룩 내리니 분위기 따라 곡차 한잔씩 마시고는 더 이상 가볼 것도 없이, 서로의 귀물에 대하여 가급적 실체적 진실만을 얘기하기로 하고 자랑을 하였다.

송광사 “아따 거시기, 풍문에 의허면 귀절의 치간통이 높기로 유명타 허던디, 아매 우리 절의 가마솥(구시라고도 하며 소 여물=먹이를 담아 먹이는 그릇) 넓기 보다는 못헐 것이구만요.

송광사의 가마솥 크기를 말할 것 같으면, 작년 동짓날 가마솥에 팥죽을 쑤었는데 솥이 얼매나 넓은지 주지시님이 배를 타고 죽이 고루고루 익었나 확인차 떠났는데,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구만이라요!”

석왕사 “그렇슴당? 과연 매우 큼당. 그럼 우리 절 해우소 뒷간 높이를 설명해 보겠슴당. 한 달포 전에 우리 절 스님도 그 해우소에서 큰 일을 보게 되었슴당. 근데 그 덩어리가 아직도 바닥에 닿지 않고 계속 떨어지고 있슴당!”

蛇足: 평소 입담이 좋아 양쪽 사찰의 대변인이었던 두 중은 더 이상 실물 확인은 않고 각기 들은 대로를 전했다하며, 세계과장법대회(일명 거짓말대회)에서 금은메달을 수상하였고, 이승에서 숫한 보시의 삶에도 불구하고 저승에 가서는 과장광고법 위반으로 입만 나불거리는 무간지옥행이었다는 미확인 ‘카더라’통신이 전한다.

(아래는 필자가 순천 송광사에서 확인한 귀물 구시(소 여물통)와 전통적인 해우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