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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꾸눈 외팔이집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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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세상에 태어났을까?

나를 태어나게 한 피와 살, 그리고 뼈는 지금은 어디에?

나를 이 땅에 소산한 나의 아버지의 이름은 애꾸눈 외팔이였다.

정말로 남자다운 호남형인 얼굴인데 세상을 잘 못 만나서 일정기의 말기에

한 낱 희생물로서 붙여진 이름이 애꾸눈에다 덤으로 외팔이라는 보상을 받았다.

명석한 머리에 잘생긴 모습으로 정치판에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을 인생을 즐겨야 했을

나의 아버지는 이 땅에 딸랑 아들하나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흘렀다.

양쪽 팔이 다 없으면 무팔이가 아닌가? 그러나 사람들은 외팔이라고 불렀다.

어린 시절의 나의 이름은 애꾸눈 외팔이집 아들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왜 그렇게 불렀을까?

내가 살아오면서 제일 듣기 싫은 소리가 그 소리였다.

나의 아버지가 병신이었다는 그 자체가 너무나 싫었고, 그의 아들인 자체가 미웠다.

몸은 불구였지만 자식사랑은 남 못지않아 고향의 온 들판을 사고도 남을 재산을

몽땅 떨치고 가솔들을 연명해야하는 어려움에

불구의 몸으로도 날품팔이로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신 자상하고도 늠름하신

애꾸눈 외팔이 병신의 나의 아버지.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지려고 그렇게 애쓰시면서 세상을 살았는데 정말 허물없이

착하게 살아오신 나의 아버지를 세상은 그를 병신이라 불렀다.

한 동네를 다 사고도 남을 재산이었지만 무슨 놈의 탕감이 그렇게도 많고 많았는지

재산이 날아갔으면 사람이라도 몸 성하게 가만 둘 것이지

하늘은 왜 그렇게도 모질게 굴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세월을 원망치 않고 원만하게 살다 가신 훌륭하신 애꾸눈 외팔이 아버지가 너무나 그립다.

정말로 세상을 사랑하고 원수 같은 일본을 미워하지도, 원망도 않으신 사랑하는 아버지!!

그의 아들은 친구들과 길을 가다가 멀리서 외팔이 아빠가 보이면

친구들을 제 빨리 골목으로 인도하면서 피하기를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천하에 불효치고 나처럼 이런 큰불효자가 또 어디 있을까?

그런 내가 축복을 귀하게 받고 세 딸과 막내아들을 얻었으니 자손이 귀한 집안에

큰 경사인 것은 분명하고 하늘의 큰 축복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나 역시 없는 살림에 가장으로서 가솔들을 책임져야 하고 무엇이든지 닥치는 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었으니 갓 초등학교를 들어간 아이들의 마음도

헤아릴 겨를도 없고 본업을 버리고 포장마차에 붕어빵, 꽃 장사, 시장에서

큰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일명 장똘뱅이에 심지어 빨간 색깔의 평양담배까지 시장에서 팔면서

세상에 부끄러울 것 하나없이 온갖 잡스런 것을 마다하지 않고

별의별것을 다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사춘기를 맞이한 나의 아이들이 부족하고 허름한 아버지를

조금도 부끄럽게 생각지 않고 하늘아래 제일가는 아버지로 믿어준 나의 아들딸들이

참으로 대견스럽고 지난날의 젊은 나를 돌아보면서 많은 것을 후회스럽고

반성하게 하는 나의 아이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굽는 아버지에게 친구들을 주루룩 대리고 와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붕어빵이라고 자신 있게 자랑하던 나의 아이들,

어떤 날은 시장에서 “대일벤드가 50장에 천원이요”라고 떠들어대는 아버지를

못 본 체 피하지 않고 큰 소리로 아빠하면서 달려오던 나의 아이들,

이제는 고물 같은 육신을 쓰고서도 영혼만은 참으로 귀한 삶을 사셨든 나의

아버지를 닮았는지 이제 나의 몸은 고물같은 병신의 아버지를 대신하 듯

고물장수로 길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나의 모습을

조금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길거리서 마주치면 “아빠 힘내요”하면서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어주든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지난날의 못난 나를 반성케 한다.

다 큰 아이들이 그렇게 힘을 보내줄 땐 나도 모르게 하염없이 흘러내리든

야속한 눈물이 나의 때 묻은 영혼을 씻어 주는 것 같았다.

양팔불구로 인하여 평생을 반팔샤쓰를 입어보지 못한 외팔이 나의 아버지!

아무리 무더운 여름철에도 긴소매자락으로 더위를 참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숨기며 어엿하셨든 외팔이 아버지! 이제는 내 마음속에서 시대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하는

외팔이 아버지의 고충을 조금은 알 것 같아진다.

벌써부터 더위를 느끼는 나는 긴소매를 걷어 부치고 맨 팔뚝에 땀을 닦는다.

더워도 추워도 본인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셨든 사랑하는 아버지가

고물장수로 변해버린 자식을 내려다보시고 영혼의 친구들에게 자신있게

자랑할 수가 있을까? 아버지에게 자식들에게 정말로 자랑할 수 있는

참사람으로 거듭나고픈 마음 간절하여 옛말에 “네도 자식 낳아 길러보라”

부모의 심정을 터득하리란 그 말이 가슴에 닿는다.

이제 나의 이름은 애꾸눈 외팔이집 아들이 아닌 큰 딸아이 화진이 아빠로 통한다.

화진이 아빠보다 잃어버린 애꾸눈 외팔이집 아들이 더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나의 아이들은 고물장수 집 아이들로 불리진 않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랄까

또 하나의 이름 이렇게 불려 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깃발이 펄럭이는 통일교집 아이들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참부모님의 아들딸들이라고 만천하에서 불려 진다면 더욱더 좋은 이름일 것이다.

내 가슴에서 그렇게 상처를 주던 애꾸눈 외팔이집 아이를 다시 들을 수가 있다면

세상에서 더 부러울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고물이 되어가는 육신과 더불어 고물장수의 영혼에 번영을 꿈꾸면서 어린 시절의 나를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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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이존형님의 댓글

여러 형제자매님들 덕분에 항상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고물도 열심히 줍고 합니다.
가끔씩 먼 옛날의 부모님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아마도 우리 모두는 서로가 알게 모르게
늙어가는 육신의 한계 속에서 아지랑이 같은
그리움에 빠져드나 봅니다.

몸은 늙어가도 마음은 항상 청춘인 것이 또한
삶의 애환으로 남아 지려나 봅니다.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고 생기 넘치는 계절 속에서
여러 임들의 활력소가 되는 글이 되지 못하여 송구하옵니다.

안상선님의 댓글

오랜 여행길에 지친 몸을 가누지 못해 이제야 들렀습니다.
존형님의 진솔한 사연이 가슴을 찡 하게합니다.
우리의 진실을 서로 이야기 할수 있고 또 들어줄 상대가
있다는 것이 보람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세상을 활보하며 활동할 수 있는 건강을 주심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갑시다.

정해관님의 댓글

문득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라는 싯구가 생각나며, 참부모님께서 탄생하시기 전후의 참부모님 가정사가 회고 됩니다. 과연 존형님은 섭리적으로 가치있고 큰 인물이 되실 탕감이 일찌기 있었다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매우 용기있는 자화상의 글에 감동하게 됩니다.
그건 그렇고 수원교회의 카페에서는 두 분의 모습을 볼 수 없어 허전 했습니다. 사연이 있나요?

이존형님의 댓글

오늘 아침도 내가 올려 논 글 속의 빛바랜 사진을 바라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보고파도 볼 수가 없고, 불러도 대답이 없는 나의 아버지!
똑똑한 사람은 단명 한다고 그래서 일찍도 세상을 떠난 것인지?
40수를 조금 넘긴 나이로 세상을 떠난지 40년이 지나서야
아버지에 대한 일본을 향한 원망을 풀고 영예스런
애꾸눈 외팔이집 아들이란 이름을 다시 찾고 싶어진다.

아버지를 만날 날이 멀지 않았는지?
고물장수라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고물로 변해가는 야속한 세월 속에서
영혼의 그림자만은 깨끗하게 남겨두고 싶어지는 아침에
찾아주신 모든 임들에게 영혼의 번영을 꿈꾸시길 빕니다.

유노숙님의 댓글

한편의 소설을 읽은듯 합니다만 장로님의 실화가 맞나요? 증말요?
가슴이 찡 하네요.....힘내시고 용감하게 행복하게 사세요.

이존형님의 댓글

나는 지금도 가끔 고향에 가면 옛 집터 뒤에 있는 사진속의 그 장소를 찾는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나무는 그대로 선채로 아버지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그 사진을 찍든 날을 나는 어렴풋이 기억한다.
우리 집에 있든 목침이 카메라로 어린 내가 찍은 빛바랜 사진 한 장이
지금에 와서 이렇게 귀하게 여겨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부모되니 더욱더 그 사진이 귀한 보물로 여겨진다.

조항삼님의 댓글

사랑하는 존형님 당신의 아름다운 영혼을 그려보며 글 내용을 단숨에
읽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감동과 전율에 넋이 나간 듯합니다.
질곡 같은 가시밭 길을 헤쳐 오면서 세월의 무게로 어깨가 처지고 등이
굽어졌을지라도 서러워하지 마세요.

감히 당신의 인생항로를 접하는 내 마음은 그저 대단하고 감동스러울 뿐
입니다. 괴로움과 고통 없이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리요.
빛은 어둠 속에서 빛나고 선명해진다오.

세상은 악취만 나는 것이 아니고 장엄하고 황홀한 아름다운 곳이 더
많이 있답니다.
님의 아름다운 심연에 핀 꽃의 향기는 온 우주를 덮고도 남을 것입니다.
세파에 떠다니는 부초처럼 살아가더라도 일희일비에 개의치 말고
천륜의 정도를 묵묵히 지키면서 삶을 영위함이 최선의 본분이라 생각하오.

사랑하는 아들딸의 순결무구하고 천진난만한 심성은
"정말 참부모님의 아들딸"이며 만천하에 영원토록 그 이름 빛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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