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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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애당초 커피 애호가가 아니다. 시골에 살던 어릴 적에 다방이란 곳에선 코피를 마신다는 소문을 듣고 긴가민가했다. 진짜 코에서 나온 피를 먹는단 말인가?
어른이 되어서 다방 출입을 할 기회가 생기면서, 계란 노른자 둥둥 떠 있는 모닝커피나 쌍화차에 맛을 익혀 나간 것 같다. 쌍화차는 계란 노른자에 땅콩, 대추 알갱이가 섞여 고소하고 달착지근 맛을 한 숟갈 한 숟갈 넣다가 보약 한첩 먹는 기분으로 마신다. 그러다가 한의사와 친분을 튼 후부터는 율무차로 바꾸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차 맛을 서민들이 전혀 눈치 챌 수 없게 인공재료로 감쪽같이 속일 수 있지만, 율무 차만은 짝퉁을 만들 수 없으니 마음 놓고 먹으라는 충언에서였다.
외식으로 육식을 할 때면 입가심하고 소화촉진제 삼아 커피를 찾지만 야채 중심인 식사 후에는 누가 권해도 고개를 내젓는다. 고속도로 장거리 운행 중에는 휴게소에 들러 커피자판기에서 프림-설탕이 함께 씐 글씨를 눌러 종이컵을 받아든 후 원두커피점 앞에 설치된 통에서 일회용 프림 봉지와 설탕 봉지를 가져다 넣어 느긋하게 단맛, 신맛, 쓴맛이 어우러진 나만의 취향을 느껴보지만 그저 졸음을 쫓기 위한 목적이 앞서버린다.
커피는 건강에 해롭다는 의견에 동조하는 편인데, 언젠가 커피가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신문보도를 읽은 후에는 커피가 외곬으로 혐오식품만은 아니겠구나? 여겨졌다. 그러나 어느 세미나에서 커피의 해로움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듣고 나선, 가임여성이나 산모가 커피를 마시는 것을 볼 때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마시지 말도록 충고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어떤 이는 녹차도 몸에 좋지 않다고 먹지 말라고 주장하니, 대체 어떤 학설이 정확한지 헷갈리기는 하다.
가끔 커피애호가가 건네주는 원두커피를 마실 기회가 있다. 그때 부드럽고 격조 높은 고상한 맛과 향에 신선함을 느끼지만, 구태여 그 맛을 되풀이 하고 싶지는 않았다. 씁씁하고 달콤한 맛에 이끌려 일회용 설탕 한 봉지와 프림 한 봉지를 들고 자판기로 달려가기 일쑤다.
그러나 하와이주 빅아일랜드의 코나공항에 내려 한 주일의 체류 기간중 난생 처음으로 코나커피를 수시로 마시며 커피농장을 방문한 이후부터는 커피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아마 커피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한 탓이라.
알고 보니, 서민들이 애용하는 인스턴트용 커피는 로부스타종으로 낮은 지대에서 기계로 대량생산되는 품종인 반면에 원두용 커피는 아라비카종으로 드높은 산지에서 자라는 커피나무 농장에서 빨갛게 익은 열매만을 일일이 손으로 따는 고급 품종이라는 사실이었다. 지금껏 내가 즐기던 커피는 푸대접 받는 카페인 함량이 많은 저급한 로부스타종이었다.
커피는 지구상 적도를 중심한 주변국가인 열대와 아열대성 기후지역에만 자라는 특용작물이었다. 특히 원두용 아라비카종은 깊은 산속에 산삼이 자라듯, 특정한 산지에서만 마음껏 기지개를 켜는 섬세한 식물로 기품 있는 고상한 나무였다. 이 아라비카종 커피나무만은 더운 나라의 시원한 산달, 거름진 땅, 해맑은 공기만을 좋아하는, 마치 여름별장을 찾는 왕자나 공주 행세를 하는 품격있는 귀한 나무였다.
그 대표적 예를 세계적 명품으로 커피 애호가들이 선망하는 빅아일랜드의 코나커피 농원에서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짙은 초록빛으로 산자락에 펼쳐진 통일구룹 소유의 7만평 커피농원 산등성이에 올라서 보니, 커피나무 숲은 열병식에 참여한 군인들 처럼 좌우로 정렬하고 서서 소리쳐 나를 반기고 있었다.
여러 섬으로 이뤄진 하와이주의 빅아일랜드는 애칭이고 정식 명칭은 하와이섬이다. 하와이주에는 많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지만, 모든 섬들을 다 합쳐도 이 섬의 절반 크기 밖에 안 되는 큰 섬으로 제주도 보다 여덟 배나 드넓다. 이 섬에 해발 4,000미터가 훨씬 넘는 웅장한 마우나케아산과 마우나로아산 사이를 잇는 산줄기 자드락이 미국 내에서 유일한 커피 벨트이다.
일명 화산섬이라고도 하는 이 빅아일랜드는 화산폭발로 생긴 지구에서 가장 늦게 생성된 젊은 땅덩어리이다. 화산이 분출할 때 나오는 재로 인해 화산분출 지역의 땅은 기름지게 된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는 화산흙은 폭우에 덜 씻겨져 천연미네랄이나 나트륨, 인, 칼슘 등이 풍부한 것이다. 용암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화산지역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식물이 자라기 좋은 기름진 땅으로 변해가는 모양이다. 코나 시내를 벗어나면 사방으로 소가 쟁기질 한듯한 모양새의 검은 용암으로 뒤덮인 땅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강원도내 동해지역과 서쪽 지역이 드높은 산등성이로 기후가 다르듯이 하와이섬도 동과 서의 날씨가 완연히 차이난다. 동쪽지역은 강우량이 풍부한 반면에 서쪽인 코나지역은 웅장한 산달이 무역풍을 병풍삼아 막아줘 일년 내내 일조량이 풍부한 강한 햇빛이 내리쬐어 커피열매 성장에 최상의 자연조건을 두루 갖춰 단위 면적당 커피 수확량이 세계에서 최고라 한다.
좀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토양이 비옥한데다 항시 초여름 날씨지만 커피 산지는 높은 산자락이라 온도는 선선하고 드맑은 공기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한 여름날 오후는 구름이 하늘을 뒤덮어 커피나무 숲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현상까지 겹친다고 하니 가히 최고의 품질을 당연히 나올 법 하다.
밤낮의 온도차가 심하지만 서리는 전혀 내리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이 하와이섬의 커피벨트 코나 지역에 텐트를 치고 생활했던 때가 커피열매가 한창 무르익어 가는 10월 중순경이었다. 밤에는 싸늘해서 추리닝을 입고 침낭에 들어 잠을 청했지만 낮에는 반팔 차림이여야 지내기에 편했다. 아마 밤낮의 온도차이로 고랭지 채소가 맛있고 품질이 좋은 것과 같이 이 기온차가 나무에 자극을 줘서 품질 좋은 커피열매를 성숙시키는 것 아닌가? 추측해 본다. 이 밤과 낮의 온도차이로 안개가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이런 안개의 발생은 세계 유명한 커피생산지의 특징으로 특유의 기호조건이 되어 깊고 풍부한 맛을 낸다고 알려졋다.
이젠 품질 좋은 원두커피는 비싼 값을 당연히 치러야 하는 이유를 알았다. 한푼이라고 아끼자는 근검절약을 주장하는 구두쇠에 속하는 나이지만, 이제는 코나커피만은 기꺼이 투자할 마음이 생겼다. 기회가 허락된다면 예멘의 모카 커피,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 커피도 한번쯤은 호주머니를 털어 그 맛을 음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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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님의 댓글
어렵사리 경숙언니와 통화가 되었습니다.
언니가 반가워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거 같아요.
간단명료하게 보고를 하니까 세상 참 좋다고 합니다.
형제들 가운데 과묵하신 오빠라 마음 같이 살갑게 못 대하고
살았다고 하면서 모두 활달한 성격인데 함시러 오빠에 대한
생각을 곱씹는 모습을 느꼈습니다.
화신씨도 통화가 되었어요.
전혀 생뚱 맞지않고 아!~ 그러세요!~ 네!~
번개를 하자고 했더니 쿨하게 넹 !~ 넹!~ 아이고 이뻐랑 !~
고모와 조카가 멀리 떨어져 살고 서로 2살배기 애기를
키우고 있으니 시간 조절을 잘 해서 시부야에서 꽝 !~
아싸 !~ 번개모임을 갖겠습니다.
진작에 댓글 달고 안부를 전하시지 뭔 뜸을 그리 오래도
들이셨능교 !~~ 힛 !~
경숙언니가 대단혀 당신 !~ 우리 오빠 어려운 사람인데
이러네요.... 하하하하
우리는 수련 첫 기간에 배우는게 수수작용 같은데 너무 오래 되어서
곰삭았나 봐요.
덕분에 !~ 다양한 만남을 기대합니다.
댓글 확실하게 받아 주셔서 고맙고 기분 좋습니다.
아름다운 세상 !~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갑시더!~
대숲님의 댓글
문정현님의 댓글
평소에 고지식하기로 소문난 갑장이 있었는데유....
이름 그대로 시골 출신이라서 진짜로 장난 삼아서 김장 담그는데
막걸리 한 사발 해야 하는거 아녀 이랬는데........
전 딥따로 욕먹을 생각까지 했는데 글쎄요, 갑장님이 기다렸는듯이
한 주전자 사왔시유.
그래서 막혔다는 갑장을 제가 다시 봤습니다.
그후로 지금까지 입에 한번도 담은 적은 없지만 꽤 멋있어 보였다는
대목.....ㅋㅋㅋ
총장님!~ 문득 저도 그때 생각이 났습니당.
정해관님의 댓글
아버님께서 관심가져 주시는 모든 것에 우리들은 애정을 갖게 되고 친해 지는게 당연하기도 할 것입니다.
전 일찍부터 커피든 홍차든 다 좋아하는 까닭에 커피에 대하여 새로운 감정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 박종구 선교사님의 회고에 의하면, 청파동 구 본부교회에서 어느날 한국전통 곡차(막걸른 것!) 마시기 행사가 있었다고 합니다만, ...문득 그 생각이 납니다.
문정현님의 댓글
카페인이 몸에 해롭다는 이야기는 기본이고
임산부가 커피를 많이 마시면 애기가 피부색이
까맣게 된다는 억지도 있었고...
그래서 우유만 엄청시리 마신 친구의 애기가
뽀얀 피부였냐고 물으니 알레르기 체질이 되었다고
하는 이도 있으니...
기호식품으로 커피만큼 세계인의 공통적인 사랑을
받는것도 없을거 같아요.
인삼차가 차중에는 최고로 알고 살았으니 커피는 돈을
주고 사 먹는 경우가 없었는데...
시아버님이 25년전 지방도시에서 처음으로 커피열매를
수입해서 직접 자가가공해서 지역사회에서 커피전문가로
지금까지 거래처 관리를 하고 계셔요.
저희집은 가정출발후 15년간 쉼없이 원두커피를 보내주셔서
부모님의 사랑까지 농축된 맛있는 커피를 공급 받고 있답니다.
한번씩 놀라는것은 아들집 방문을 하실때도 주전자 까지 가지고
오시는데, 주방에서 직접 물 끓여서 커피를 끓여 주시는건 장남네나
우리집에 오셔도 당신 몫이지요.
커피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은 예외적이고 부모님 같은 경우
하루에 5~6잔 이상 드시는거 같아요.
마치 당신이 만든 커피가 세상 최고의 보약으로 생각하시는듯
했습니다.
저도 조금씩 생각이 바뀌어서 !~ 커피 !~ 아버님 커피!~
이러다가 이제는 커피를 자주 마시게 됩니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온다는 친구 소리 들어면 웃겨서
말도 안나오구요... ㅋㅋ
2007년 3월 환태평양 섭리 대회때 코나를 방문했습니다.
그때는 시내 호텔에서 숙박하면서 킹카든을 들렀기 때문에
커피농장은 가지를 못했어요.
코나커피는 일본으로 많이 수입되어서 오고 맛도 향도 뛰어나지요.
커피하면 전 본부교회 김 권사님!~ 김 마담님이 생각납니다.
새해 인사 올리고 싶네요.
종우언니!~ 안부 전해 주세요 !!~
대숲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반갑습니다. 글 올리시고 댓글 복습도
해 주셔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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