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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완 성 사 랑 동 화


먼 옛날에 있었던 풀잎 같은 한 토막 작은 사랑의 이야기 입니다.

서울에서 가까운 어느 작은 도시의 같은 마을에 한 소녀와 세살위의 소년이 살았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어렸던 탓으로 사랑이라는 의미도 미처 모르고 그것이 또 얼마만큼 남아질 삶에 있어서 크나큰 영향을 미칠 것 인지도 모른 체 소꿉장난 같은 그런 서툰 사랑을했습니다.
어리고 미숙한 사랑이라도 그 사랑의 무게는 두 사람 에게는 이 세상의 그 어느 것 보다 큰 모습일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두 사람의 마음이나 두 사랑의 크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세상에는 예상외로 많기도 한 모양이지요.
소년이 다니던 회사나 그들이 살던 동내는 당시의 세상 물정과 환경과는 또 다른 특별한 정서가 있어서 둘만의 좋은 감정이 사랑으로 맺어져서 쉽게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너무 어렵고 장애가 많다는 것을 소년과 소녀가 깨달았을 때는 둘의 사랑이 양쪽의 가슴에 깊이 자리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에게도 두 사람의 마음을 보여줄 수도 또 주위나 형제나 부모에게도 밝힐수도 없는 그런 사랑은 결국 아무도 몰래 가슴속에만 묻어야 되는 현실과, 주어진 세상을 서로가 모르는 남남의 사람으로 남아진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 두 어린마음에는 너무도 큰 슬픔일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던 소녀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라는 것이 그렇게도 많은 량으로 솟아 날수도 있다 것도 소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가만히 쳐다보는 소녀의 맑은 눈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양 볼을 타고 내려서 블라우스 앞자락을 온통 적셔내는 것을 보며 소년도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배웠습니다.

두사람 사이에 있었던 아름다운 추억이나 행복했던 순간들은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에는 그것이 바로 고통이고 감내하기 힘든 슬픔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레서 두 사람의 애절한 마음이나 눈물은 그들 앞에 닥쳐오는 슬픔을 이겨내기에는 아무런 힘이 되어주질 못했습니다.

종내 그들의 사랑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안 소녀는 스스로 먼저 결딴을 내려 소년을 멀리하기 위해 먼 나라 외국으로 어려운 주선 끝에 훌쩍 떠나 버렸습니다.

소년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끝내 연결되지 못할 정을 끊고자 자신을 고난의 길로 내몰았는지 모릅니다.

무용을 전공한 소녀였으므로 몸은 춤추고 노래하면서도 마음은 슬픔의 눈물을 흘리며 많은 세월을 집시의 모습으로 온 세계를 떠돌았습니다.
보진 않았지만 소녀의 스스로 자처한 고난을 아는 남아진 소년도 오랜 고통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 소녀의 마음을 알기에 소년도 모진 고통을 감내하며 새로운 삶을 배우고 슬픔으로 온 나라들을 떠도는 그 소녀를 잊기 위해 기나긴 고난의 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3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소년의 앞에 그 소녀가 나타났습니다.
외국생활에서의 고생과 그동안의 세월 뒤로 훨씬 성숙하고 아름다워진 모습으로 변해서소녀가 돌아 온 것입니다.

반가움 뒤로 소년의 손을 마주잡고 서서 소녀는 또다시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옛날과는 달리 그 소녀의 눈빛이 그렇게 애잔하게 보일 수 없어서 소년도 같이 눈물을 하염 없이 흘렸습니다.

그런 소녀를 보고 소년은 그동안 망각하고자 노력한 각고의 세월이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느껴야 했습니다.

서로가 힘들게 살아온 3 년의 세월이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한 헛된 공간이었을 뿐이라 생각하며 슬퍼해야 했습니다.
새로운 고통 속에 두 사람은 괴로워했습니다.
3 년의 세월은 소녀의 눈에 더 많은 량의 눈물만 어리게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고통과 인내와 노력의 속에서도 사랑의 무게는 더욱 커졌고 두 시람 사이에 가로놓인 사랑의 장애는도리어 더 높고 두꺼워 져서 도저히 타고 넘을 수가 없었습니다.

절망과 슬픔과 눈물과 덧없이 흘러간 세월 말고는 얻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함께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강원도 어느 커다란 호반의 도시로 둘은 당일치기로 돌아오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마주앉아 보트를 타고 내려다본 호수 잔잔한 수면의 푸름이 너무도 슬펐습니다.
오늘 세상을 버릴 둘의 행위 뒤에 남아질 참혹하고 추한 모습을 생각한건 그래도 소년이 먼저 이었습니다.
또다시 끝없이 흘러내리는 소녀의 눈물을 자꾸만 손으로 닦아주며 소년은 차라리 하늘을 보며 절규했습니다.

-나. 이 소녀를 버리리라. 그래서 저 세상까지 가져갈 소녀의 원한을 사리라―.

각오를 새기고 또 새겼습니다.
사랑의 극복은 미움을 만들라 했던가요.
오는 정을 끊기 위해서는 가는 정을 먼저 잘라야 하는 것이라고 소년은 생각 했습니다.
차갑게 변한 소년 때문에 소녀는 다시 한 번 아득한 절망으로 몸부림치며 울었습니다.
그 뒤 소녀는 다시 외국으로 기약 없는 일정의 집시생활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리고 -.

소년은 너무도 간단히 그 사랑을 완전히 단절하는 결혼이란 것을 했습니다.

다시 4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세월의 뒤안길을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삶을 열심히 살았습니다.
한 가정을 이루고 직장인으로 틀을 잡아가는 소년은 그녀가 생각날 때마다 밤낮을 잊고 업무와 일에만 몰입하며 살았습니다.
예술이라는 이름 속으로 흐르는 땀방울 속에 젊음을 연소시키는 무용인으로서의 피나는 노력으로 소녀도 힘겨운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한 세월의 흐름 속으로 소년이 다니던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을 하는 사정에 따라 경상도의 먼 남쪽 대단위 공업도시가 조성되는 곳으로 이사를 했고 이제는 정말 소녀를 잊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였습니다.

그동안의 세월 속에서 잊어 가느라고 생각하던 그 소녀가 또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외롭게 외국을 떠돌다 한 외국인 청년을 사랑하게 되었노라 는 이야길 소년에게 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뒤따라 입국한 그 외국청년과 소년이 보는 앞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어 왔노라고 말했습니다.

국제결혼에는 혼인의 증거가 사진으로라도 있어야 대사관 인정을 받고 그 나라 국민이 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 마지막으로 청원하는 소녀의 소원을 소년은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곤.
소녀에게서는 아무연고도 없는 소년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의 어느 초라한 예식장에서 슬픈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소녀가 어렵게 부모와 형제들을 설득했고 외지에서 친척도 친구도 없이 가족만 참석한 너무도 초라한 결혼식이 되는 것을 슬퍼하며 소년은 회사의 중역을 주례로 모시고 직원들을 동원해서 하객으로 식장의 빈자리를 메웠습니다.

예식장의 계약도, 주례의 청탁과 양가부모도 참석하지 않은 초라한 피로연의 과정도, 소년이 평소에 사진촬영을 좋아하고 소질이 있던것을 아는 소녀가 결혼식 스냅사진 촬영의 전체 과정까지도 아무에게도 맡기지 말고 소년이 직접 마련해주고 챙겨주고 찍어주길 소녀가 원했습니다.

곱게 성장을 한 소녀의 새 신부 모습과 잘생긴 이국인 새신랑의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 소년은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또 훔치고 있었습니다 -.

예식만 치르고 곧바로 출국해서 먼저 되돌아간 신랑을 따라 소녀가 머나먼 타국인 미국이라는 나라로 떠나야 할 때가 왔습니다.

영원한 이별,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약속을 하던 날 소년과 소녀는 마지막 데이트를 했습니다.

소녀는 살아서는 이 땅 한국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노라고 말했습니다.
자기의 생을 받았고 부모형제가 있는 이 나라 조국을 말입니다.

소년은 소녀에게 우리의 만남은 검은머리 파뿌리 되고 서로가 마주보며 손 마주 잡더라도 오늘 같은 아픔이 없어지고 지금 같은 열정이 삭아졌을 때 한번은 돌아와 주기를 원하고 그때는 그래도 슬프지만, 따뜻한 포옹을 꼭 한번만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습니다.

소년의 두 번 세 번 다짐에도 그 말의 대답은 듣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소년은 소녀를 위해 구할 수 있는 최대의 크기 규격인 태극기 하나와 소월시집 한권 그리고 한오백년과 같은 절규하는 듯한 우리민요와 가요테이프를 선곡해서 녹음을 한 뒤 세 가지를 곱게 포장을 해서 이별의 선물로 주었습니다.

외국인이 되더라도 태어난 한국을 잊지 말라는 태극기의 의미와 눈물로 적셔진 이 세상가장 무거운 무게를 가졌다는 책 머리말이 있는 소월시집과 애절한 우리 한국의 노래 가락 속에 소년의 마음이 담겨져 있음을 알리고픈 생각으로 선택한 선물 이였습니다.

그 날 서로의 마지막 인상을 맑고 기쁜 표정으로 남기자는 약속으로 일부러 밝은 대화만을 골랐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 사이에 슬픔이 잦아드는 것 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과 다시는 만나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그렇게 슬플 수 가 없었습니다.

그 도시 뒷산 유원지의 흐르는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말끝에 끝내 소년은 주체할 수 없는 슬픔으로 한없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남자의 눈물도 때로는 그렇게도 많이 흘릴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앞의 소녀가 부끄러워서 흐르는 냇물로 자꾸만 얼굴을 적시며 서럽게, 서럽게 울었습니다.

계곡의 맑은 물은 소년의 눈물과 슬픔을 담아 흘러갔습니다.
초여름의 계곡 시원한 바람도 솔가지를 흔들며 울어 주었습니다.
끊임없는 슬픔에 젖어있는 소년의 등을 다독이며 쓸어주며 소녀도 같이 울었습니다.

등 뒤에서 감싸 안아주던 소녀의 따뜻한 가슴의 감촉과 어깨를 적셔오는 소녀의 눈물로 인하여 소년은 정말로, 정말로 목이 메어 얼굴이 부을만큼 많이도 울었습니다.
그리고서 소녀는 정말 먼 나라 이국땅 미국이라는 곳으로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젠 그날의 소년은 어느덧 머리가 정말 하얗게 변해버린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염원이 세월을 당겨오게 해서 어느 틈에 소년의 머리카락을 나이에 어울리지않는 이른 백발로 만들었는지 모르지요.

그동안의 세월 속에서도 그 날의 아픔이 삭지 않아서, 그때의 열정이 식지 않아서 아직은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관념에 그때의 소년은 백발을 감추려고 자주 머리에 염색을 합니다.

그때마다 그는 그 소녀를 생각하며 그래도 깨끗한 처녀의 몸으로 한 이국인 아내의 자리로 보내줄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욕되지 않는 엄마가 될 수 있는 모습으로 보낼 수 있었던 것을 천번만번 다행으로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왜 또 그것은 슬픔이며 회한 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뒤 더 많은 세월을 흘리는 동안 소녀로부터 두 번의 전화가 왔었습니다.

지금은 그 도시가 아니고 경상도의 중부에 위치한 더 큰 도시로 옮겨와서 상당히 큰 규모의 중견제조업을 운영하는 회사를 창업하여 성공한 사업가 대표가 되어 있는 소년의 전화를, 또 그의 핸드폰 번호를 그 먼 나라에서 어찌 알았을까요?

변호사 남편과 아들하나 딸 둘을 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노라 는 소녀의 안부와 세 아들을둔 소년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던 잔잔한 말속에서 상호간 그동안의 세월이 흐른 것을 깨닳을 수 있었고 세월의 무게만큼 그처럼 간절하던 열망이 이제는 차츰 회석 되어가고 있다는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소년에게 있어서는 그 부자의 나라에서 행복하게 잘살고 있으리라고 믿는소녀에게 뒤지고 싶지 않아서 또 먼 장래에 만나야 될 그 때의 자신이 초라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참으로 열심히 회사를 다듬고 키워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열심히 세상을 살아왔다는 말로 그 소녀가 기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고 그토록 사랑을 해 주었던 소녀에게 자랑스러운 할아버지 된 옛 소년의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전했습니다.
그날의 소녀도 감격해서 "빈손으로 이룩한 것 참으로 장하시군요!" 를 연발하고 목이 메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소녀는 끝내 자기의 위치나 전화번호는 가르쳐 주질 않았습니다.

아직은 가슴의 앙금이 덜 걷혀서 만나지 말아야 될 때인 모양이지요.
더 먼- 세월이 흐른 뒤에나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주고받을 수 있을 런지요.

그리고 이 사랑의 이야길 매듭지을 더 세월이 흐른 장차에는 더욱 성장한 서로의 모습에 대견해야 할 그 소망의 날을 기다려야 될 일이겠지요.

그래서 옛날의 그 소년에게 있어서 미국이라는 나라는 글자 그대로 크고 아름다운 나라만이 아니라 그 소녀가 있음으로 해서 아주 멀고먼 조용한 슬픔으로 생각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어린 날 의 소년이 간직한 한 토막의 사랑에 대한 추억입니다.

수십 년이 지나간 까마득하고도 슬픈 실화로서 그리고 아름다웠던 한토막 옛날로부터 다시 남아있는 삶의 마지막까지 이어 져야 될 아직 미완성된 동화로만 남아지고 싶은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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